유기농, 무항생제, 원산지는 가장 중요한 선별 기준
건강한 밥상, 깔끔한 집안 만들며 스트레스 해소
하루의 시작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세 숟갈로
달걀은 난각번호 1번, 장류는 ‘한식’ 명시된 것만
‘이 또한 지나가리니 다 받아들이자’는 마음가짐

이정현은 건강을 위해 가장 멀리하는 3가지로 백설탕, 술, 미세 플라스틱을 꼽았다. 지호영 기자
설 연휴를 열흘 앞둔 2월 3일, 가수 겸 배우 이정현(46)을 마주하자마자 불쑥 튀어나온 첫마디다. 요리 예능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만능여신’으로 통하는 그녀가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을 찾았다. 13여 년 만에 인터뷰이로 다시 만난 그녀는 방부제를 먹은 듯 변함없는 모습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혼자만 세월을 비켜간 듯하다. 채반에 거르면 티끌 하나 남지 않을 것 같은, 꾸밈없이 솔직한 매력도 그대로다. 겉모습에서 굳이 바뀐 것을 찾으라면 예전보다 한결 환해진 낯빛 정도랄까. 동안을 유지하는 노하우를 묻자 그녀가 까르르 웃으며 입을 연다.
“피부과의 힘이에요(웃음). 피부과에 꾸준히 다니고 있고, 어머니 덕에 건강한 피부를 타고나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식단과 생활 습관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아기를 가졌을 때도 노산이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어요. 될 수 있으면 유기농 식재료를 쓰고, 화장품도 성분을 꼼꼼히 따져서 골랐죠. 그때부터 화려한 마케팅보다 기본에 충실한 기능성 비건 화장품을 쓰고 있어요.”
면역세포 깨우는 아침 루틴은 공복에 ‘이것’
이정현은 1980년 서울에서 경찰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5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연예계에 데뷔한 건 1996년 영화 ‘꽃잎’을 통해서다. 이 작품에서 연기 경험이 없는 10대 소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기량을 펼쳐 각종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쓸었다. 1999년에는 솔로 댄스 가수로 데뷔해 ‘와’라는 1집 앨범 타이틀곡으로 테크노 열풍을 일으켰다. 이후 중국을 오가며 한한령이 닥치기 전까지 10여 년간 대륙에서 가수 겸 배우로 큰 인기를 모았다. 2015년엔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히트곡도, 대표작도 많은 그녀의 다재다능함은 2019년 가정을 꾸린 후 더 빛을 발하고 있다. 그녀가 결혼하지 않았으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요리 솜씨를 뽐내는 일은 없었을는지 모른다. 그녀의 남편은 3세 연하의 정형외과 의사 박유정 씨. 큰딸 서아는 2022년, 작은딸 서우는 2024년에 태어났다. 스크린과 TV를 넘나들며 연예 활동을 하는 것만도 만만치 않은데 이정현은 두 아이와 남편 식사를 직접 만든다. 그녀가 요리한 음식은 건강에 좋은 식재료와 건강한 조리법의 앙상블이라 집 안에서든, 밖에서든 반응이 좋다. 요리 재능을 살려 ‘이정현의 집밥레스토랑’(2022)과 ‘이정현의 궁중 이유식’(2023)이라는 요리책을 냈고, 지난해에는 큰딸과 함께 ‘몽글몽글 숲속요리사’라는 요리 그림책을 선보이기도 했다. 방송을 통해 간간이 비치는 육아와 살림 솜씨도 수준급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가녀린 체구의 그녀가 매일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비결을 한 겹씩 벗겨보자.

이정현은 지금까지 세 권의 요리 관련 책을 냈다. 지호영 기자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따뜻한 물을 마셔 몸을 깨운다. 그런 다음 유기농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3큰술을 생으로 먹는다. 올리브유가 목을 타고 들어갈 때 드는 따가운 느낌이 면역세포를 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식사로는 삶은 달걀과 사과를 꼭 챙겨 먹는다.”
장 건강이나 염증 관리를 위해 특별히 챙겨 먹는 것은 뭔가.
“장에 T세포라고 하는 면역세포가 많기 때문에 장 건강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장내 환경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와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오메가3를 꼭 챙겨 먹는다.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브로콜리와 마도 즐겨 먹는다. 마는 위장에 참 좋은 식품이다. 시아버지가 위장이 안 좋았는데 아침저녁에 마를 드신 후 속이 편해졌다고 하신다.”
마를 맛있게 섭취하는 방법이 있나.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고, 믹서기에 갈아 먹기도 하고, 사과처럼 날로 먹기도 한다. 낱개로 사면 가격이 비싸서 박스째 산다. 한 박스에 20개 정도 들어 있는데 그걸 받자마자 껍질을 몽땅 까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냉장 보관한다.”

자연의 맛 그대로 살리는 비법
방송에서 화제가 된 ‘만능 간장’은 어떻게 탄생했나.“맛있는 집을 찾아다니며 먹어본 뒤 집에서 비슷하게 재현해 보는 게 취미였다. 만능 간장은 일본의 전통 소바에서 풍기는 가다랑어포 특유의 향과 직접 담근 유자청의 단맛을 조화시켜 만들었다. 시판 간장의 인공적인 맛이 아니라 유자의 상큼함과 가다랑어포의 깊은 감칠맛을 살린 게 비결이다.”
“메뉴를 정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둘째 식사다. 둘째에게 먹일 식재료로 메인 요리를 만든다. 오늘 저녁엔 대구탕에 볼로네즈 파스타를 만들 건데 대구탕은 아이용으로 담백하게, 어른용으로 얼큰하게 두 버전으로 끓인다. 둘째가 대구탕 국물도, 부드러운 생선살도 잘 먹는다. 요리할 땐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려고 한다. 간장이나 소스도 직접 만들어 쓰고 건조 마늘가루, 바질가루, 매실청, 유자청을 조미료로 활용한다.”
워낙 요리를 잘해서 남편이 외식보다 집밥을 좋아하겠다.
“남편은 내가 힘들까 봐 오늘은 식사하고 가겠다고 하는데 내가 다 준비돼 있으니 오라고 한다. 심성이 착해서 나를 많이 배려하고 아껴준다. 가끔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는데 그럴 때도 남편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준다. 남편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풀린다.”
바쁜 일정에도 직접 요리하는 게 힘들지 않나.
“촬영장 가기 전 새벽 3시에 일어나 이유식을 만들 때도 있다. 시부모님의 생신상도 직접 차리는데 그 자체가 힐링이 된다. 요리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 내가 만든 음식을 우리 가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정도다.”
요리 말고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나.
“청소할 때도 스트레스가 풀린다. 깨끗하게 닦인 그릇을 찬장에 정리할 때 느끼는 만족감이 엄청나다.”
건강을 위해 가장 멀리하는 것 3가지를 꼽는다면?
“첫째는 백설탕이다. 알룰로스, 스테비아 같은 대체 감미료도 쓰지 않는다. 대신 유기농 흑설탕이나 갈색 설탕을 쓰고,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한 쌀로 만든 올리고당을 사용한다. 둘째는 술이다. 남편이 술을 전혀 못하고 임신을 준비하며 5년을 금주했더니 이제는 맥주 한 모금에도 취할 정도다. 셋째는 미세 플라스틱이다. 항상 유리 텀블러를 갖고 다니며 정수기에서 거른 물을 마시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플라스틱 용기도 죄다 버렸다. 우리 집뿐이 아니다. 시댁에서 쓰는 낡은 코팅 팬이나 플라스틱 용기도 직접 다 버려드리고, 유리 용기와 스테인리스 냄비로 바꿔드렸다.”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
“식재료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항생제를 넣지 않은 것을 쓰려고 노력한다. 유기농 사과는 제철(7~10월)에 알람을 맞춰두고 두 박스씩 사서 쟁여둔다. 유통기간이 길어서 껍질째 먹기 좋다. 연어는 알래스카산을 직구로 산다. 달걀은 유기농 목초로 키운 닭에서 나온 난각 번호 1번을 고집한다. 장류를 살 때는 제품 뒷면에 한식 간장, 한식 된장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산다. 그래야 진짜 자연 발효된 장이다.”

이정현은 자신이 개발한 여러 건의 메뉴를 ‘신상출시 편스토랑’을 통해 편의점에 출시해 그 수익금을 기부했다. 지호영 기자
‘둘째 보러 가자’가 만병통치약
주변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즐긴다고 들었다.“그건 친정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생전에 어머니는 김장을 500포기나 했다. 그걸 이웃과 나누고, 매일 손님을 대접하며 사셨다. 그도 그럴 것이 강력계 수사반장이셨던 아버지가 저녁이면 경찰 대여섯 명을 집에 데려왔다. 친척들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안 우리 집에서 지냈다. 그러다 보니 매일이 잔칫날 같았다. 그때는 어머니가 힘들어 보여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나 역시 누군가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볼 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최근 큰딸과 함께 낸 요리 그림책의 수익금을 전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기부하기로 한 것도, 내가 받은 사랑을 건강한 나눔으로 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셔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좀 편해졌나.
“막내딸이라 결혼 전까지 오랜 시간을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해 애틋한 감정이 더하다. 어머니가 암 치료를 받을 때 병원 밥을 잘 드시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셰프의 밥상처럼 예쁜 그릇에 담은 정성스러운 식사를 직접 챙겨드렸다. 그럼에도 좀 더 잘해 드릴 걸 하는 회한이 남더라. 한동안 우울증으로 고생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다.”
그녀는 그동안 가사, 연예 활동에 학업까지 병행해 왔다. 올해 대학원을 졸업한다. 졸업 작품으로 만든 단편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아 후반작업이 한창이라 식사도 제때하기 힘든 지경이다.
찾는 곳도 많고, 할 일도 많은 상황이다. 건강은 괜찮나.
“둘째를 낳고 나서 광고가 너무 많이 들어와 한 달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때부터 무리한 탓인지 한동안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병원 진단 결과, 면역력이 떨어진 게 화근이었다. 피로가 쌓여 남편 병원에 가서 링거 맞고 그랬다. 요즘은 토요일마다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봐주셔서 주말에는 꿀잠을 잔다. 잠이 보약이다.”
힘들고 지칠 때 마음을 다잡아 주는 좌우명이 있나.
“‘이 또한 지나가리니 다 받아들이자’ 하는 마음으로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예전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더 잘해 보려고 집착했는데 지금은 마음을 비운다. 현재 나를 뭔가에 도전하게 하는 용기의 원천은 아이들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둘째 보러 가자’ 하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 보고만 있어도 너무 행복해져서 다른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다.”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무슨 일인가.
“한한령이 풀려 중국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음반 발매와 콘서트 등 여러 건에 대한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팬들이 지금도 여전히 큰 사랑을 보내주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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