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도 성장’은 표심(票心) 노린 포퓰리즘
지방 부동산시장 활성화 전제 조건은 ‘산업’
부동산을 정치화해선 안 돼… “시장 이기려든다”
‘실거주 의무’ ‘1가구 1주택 정의론’ 폐기해야
지방 실수요자 위한 조언? 지금이 매수 타이밍
여윳돈 있다면? “시장 흐름으론 당연히 ‘강남 3구’”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지방 주도 성장’과 ‘지방 시대’라는 기치에 가려진 정치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지호영 기자
궁금증을 풀기 위해 1월 30일 서진형 광운대 대학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를 서울 노원구 광운대 교수연구실에서 만났다. 서 교수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책 분석과 지역균형발전에 정통한 전문가이자, 현장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 (사)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으로도 활동한다. 한국 부동산학계를 대표하는 이 학회는 부동산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 교수는 인터뷰 내내 정부가 국정과제로 강력히 추진 중인 지방 주도 성장과 ‘지방 시대’라는 기치에 가려진 정치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지방 부동산시장의 몰락과 관련해 사실상 ‘파산선고’를 내렸다. 동시에 국가 공간구조를 밑바닥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방 소멸 시대, 균형발전이라는 허상
중앙정부 주도의 신도시 개발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많다. 지방 주도 성장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전국 부동산 지형도를 바꿀 실질적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나.“현 정부 정책이 성공하기엔 한계가 너무도 명확하다. 부동산 가격이라는 건 결국 ‘수요’에 의해 결정되지 않나. 그런데 지방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나라 인구구조를 보자. 가구수 증가의 정점이 당장 2030년, 아무리 늦어도 2035년이면 끝난다. 이렇게 인구가 줄고 가처분소득이 정체되는데 지방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활성화되겠나. 정치권에선 표심(票心)을 잡으려 포퓰리즘적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쏟아내지만, 시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현실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무엇보다 초광역 행정통합, 뭐 이런 건 어차피 행정적 문제이고 경제적 측면은 아니다. 우리 같은 학자들이 분석하는 대한민국 국가 공간구조와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정치적 공간구조는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나 전국 각지의 혁신도시들이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지방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세종시?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그보다 더한 비효율의 상징이 어디 있나. 행정이라는 기능만으로는 도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행정조직이 정체되거나 공무원 수가 줄어들면 세종시는 순식간에 활력을 잃을 것이다. 혁신도시도 마찬가지다. LH나 한전처럼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갖춘 몇 곳을 제외하면, 대다수 혁신도시는 이미 실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원주, 김천, 대구…. 그곳의 혁신도시들이 주말만 되면 거의 유령도시처럼 변하지 않나. 심지어 제주도로 간 국토교통인재개발원 같은 기관들은 교육생이 오가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의 비효율이 막대하다. 공공기관 몇 개 옮긴다고 지방이 살아날 거라는 생각은 너무도 순진한 발상이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전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산업 고도화 없인 지방 부동산 활성화 안 돼
그렇다면 지방 부동산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전제 조건은 무엇인가.“결국 ‘산업’이다. 과거 울산·창원 지역의 주거비용이 왜 전국 최고 수준이었겠나. 조선업이나 제조업 같은 강력한 산업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있으니 인구가 유입되고, 가처분소득이 많아지니 주택 수요가 발생하는 선순환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의 지방은 어떤가. 산업 고도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기관만 가져다 놓으니 시장이 돌아갈 리 없다. 지역 산업의 고도화를 통한 수익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주민의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기에 공공기관 이전만으로 지방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건 요원한 이야기다.”
정부는 전국 곳곳에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세제 혜택을 통해 기업 이전도 유도하려 한다. 이렇게 덩치를 키우면 서울 강남으로만 쏠리는 부동산투자 수요를 지방으로 돌릴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지방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려면 인구가 늘고 소비가 일어나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는 결정적 이유가 뭔지 아나? 바로 고급 인재 확보가 힘들기 때문이다. 서울과 지방 동시에 채용 공고를 내면 우수한 인재들이 어디로 향하겠나. 인재가 없으니 기업이 안 가고, 기업이 안 가니 일자리가 없고, 일자리가 없으니 사람이 떠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메가시티 하나로 끊어낼 순 없다.”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다? 해괴한 소리!
부동산정책이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에 좌우된다는 비판으로 들린다.“맞다. 부동산이 정치화돼선 안 된다. 시장 논리로 풀어야 하는데 자꾸 정치가 개입해 시장을 이기려든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들은 해괴한 소리가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그랬지만, 양도세 올리고 보유세 올리면 집을 팔지도 말고 사지도 말라는 건데 이건 시장 기능을 마비시키는 행위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가장 큰 폐해를 낳고 있다고 보나.
“‘실거주 의무’와 ‘1가구 1주택 정의론(正義論)’이다. 실거주 의무는 국민을 선동하기에 상당히 알맞은 제도다. 실거주할 사람만 집을 사라. 근데 이게 부동산시장엔 가장 심각한 폐해를 일으킨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임대주택의 92%를 개인이 공급하고, 공공의 경우 고작 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에게 집 사서 전세 놓지 말라고 실거주 의무를 강제하면 전세 물량이 실종된다. 당연히 전셋값이 폭등하고 서민들은 월세로 밀려난다. 결국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되레 그들의 등골을 휘게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거지. 그런데도 서민들이 실거주 의무에 박수를 치는 건 아이러니다.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건 1980~90년대 사고방식이다.”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상당히 기형적이라고 지적해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부동산 세제를 보면 보유세가 8, 거래세가 2 정도다. 보유세를 높여서 그 집을 꼭 이용할 사람만 소유하게 유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80%가 거래세와 양도세이고, 20%가 보유세다. 이게 무슨 얘긴가? 양도 차익을 불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이를 빼앗아야 하겠다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거다. 이는 국토 공간의 백년대계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선거와 표 계산에 맞춘 결과물이다. 조세제도는 집권 초기에 강력하게 개편해야 하는데, 대개는 눈치만 보다 적정 시기를 놓치고 만다.”

2024년 10월 8일 대구광역시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 푸르지오 아파트에 ‘1억 이상 파격 할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반고개역 초역세권인 이 아파트는 청약률이 저조해 미분양 사태를 빚었다. 뉴스1
모든 지방 다 살릴 수 있다는 건 거짓말
결과적으로 ‘서울공화국’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건데, 그럼 소외되는 지방 중소도시는 어떻게 변해갈까.“버릴 건 버리고 될 놈에게만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가 소외된 지역 주민을 위해 할 일은 의료·교육 등 기본적인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유지해 주는 것이다. 가령 병원이 없으면 왕진 제도를 도입하고, 교육 환경을 인프라 쪽으로 지원해서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 줘야 한다. 이제는 모든 지방을 다 살릴 수 있다는 거짓말을 그만둬야 한다. 그리고 국가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광역시·도-시·군·구-읍·면·동의 3단계 행정 체계를 이미 한껏 발달된 교통과 통신 상황에 맞춰 빨리 2단계로 축소해 행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시·군·구를 없애고 광역시·도에서 직접 관리하든지 해야 한다.”
지방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이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지방 인구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빠르게 외국인 이민을 자유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골든타임도 벌써 지나가고 있다. 정치권에선 외국인에게 노동력을 빼앗긴다는 국민의 감정적 반발, 즉 표를 의식해서 알면서도 안 한다. 개인의 선택권과 시장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기, 1가구 1주택 정책의 폐기, 과감한 이민정책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고민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현재 지방에 거주하면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사람은 어떤 지표를 눈여겨봐야 할까.
“언론보도용 코멘트로는 이렇게 말하겠다. 본인 기호에 맞는 주거 유형을 선정하고 자금 조달 계획에 맞춰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집을 사라고.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보다는 본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 행복 추구에 중점을 두라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봐도 지금이 집값이 제일 싸다. 평당 건축비와 땅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에 가치 측면에서 내일보다 오늘이 저렴한 게 부동산이다.”
만일 지금 당장 넉넉한 여윳돈을 갖고 있다면 딱 한 군데 어디에 투자하겠나.
“부동산 학자는 이론을 공부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지 투자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만 놓고 본다면 답은 명확하다. 강남 3구다. 지방 광역시가 아니라 서울 강남이다. 땅을 본다면 경기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주변이 최고일 테고.”
인터뷰를 마치고 발길을 되돌리는데, 서 교수가 던진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돈다. “지방 부동산은 이미 그때그때의 땜질식 처방이라는 ‘링거’로 연명하고 있다. 억지로 살려두기보다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 주거나, 아니면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택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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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종합일간지(대구 매일신문), 시사주간지(주간동아), 시사월간지(신동아)를 거치는 33년 기자 생활 동안 제가 늘 염두에 둬 온 글귀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으론 진실을 알 수 없으니까요. 항상 선입견을 경계하고, 속단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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