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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MB는 안 변해도 세상은 변한다

MB는 안 변해도 세상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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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먹칠하지 않아도 새까맣다.” 집권여당의 사퇴 촉구란 사상 유례없는 ‘변고’로 청문회도 열리기 전 물러나야 했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사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장자(莊子)’의 한 구절이라는데 두루미와 까마귀가 누구라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성마른 이들은 대뜸 ‘아니, 전관예우로 한 달에 1억원씩 받아 챙긴 인사가 ‘새하얀 두루미’란 말인가?’라며 핏대를 세울지 모르겠다. 박봉에 매어 사는 서민들은 다시 한 번 억장이 무너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정씨의 항변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무작정 까마귀로 몰아세울 수도 없다고 본다. 그를 까마귀라고 한다면 대한민국은 ‘까마귀 천지’가 아니겠는가. 출세를 위해서라면, 부자가 될 수 있다면, 언제든 까마귀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을 마음이라면 이미 두루미는 아닐 테니까 말이다.

정치란 따지고 보면 인간의 욕망(탐욕)을 공평하게 통제하고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일 터다. 그러자면 정치력을 행사하는 권력부터 공익에 봉사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 첫째가 인사다.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하는 이유다. 그런데 ‘MB 인사’는 만사는커녕 망사(亡事)가 된 꼴이다. 2008년 2월, 첫 조각 때는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세간의 비아냥 속에 3명의 장관 후보자가 땅투기 의혹 등으로 낙마했고, 같은 해 4월에는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가 땅 투기 및 논문표절 의혹으로 물러났다. 2009년 7월에는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의혹으로 사퇴해야 했고, 2010년 8월에는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지식경제부,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여 낙마했다. 인사 실패가 연례행사가 된 셈이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정권창출에 공헌했거나 임명권자와의 개인적 연고관계를 기준으로 공직을 충원하는 엽관제와 정실(情實)주의가 그 기능을 하지 않은 적은 없다. 이른바 보은(報恩) 인사와 낙하산 인사, 측근 인사는 늘 있어왔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에서 인사의 사유화(私有化), 정실주의 성격이 유독 강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최근 MBC ‘PD수첩’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 실태를 비교 분석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에서는 5년간 125개 기관에 185명이 임명된 데 비해, 이명박 정부에서는 3년간 185개 기관에 306명이 임명됐다. 특히 이 정부에서는 민간기업에조차 낙하산 인사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대표적인 예는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이 KT 전무로 간 것. 방송 앵커 출신으로 올해 나이 마흔인 김씨가 거대 통신업체의 전무가 된 것은 개인적 능력 여부를 떠나 상식에 맞지 않는 낙하산 인사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씨는 “사람을 뽑는 것은 회사의 결정”이라고 했다지만 이야말로 지나가던 소가 듣고 웃을 소리가 아닌가.

자리 나눠 먹기식 인사 논란은 급기야 내부 분란으로까지 표출되는 양상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선진국민연대’의 공동대표를 지낸 양재헌 국민성공정책진흥회 회장은 신년 하례식에서 “겉으로는 공정사회를 외치고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속으로는 안국포럼· 에스라인· 고소영으로 패거리 지어서 동지들끼리조차 소통하지 못했다. 이런 패거리주의로 동지들을 능멸한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이 즉시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양 회장은 MBC ‘PD수첩’ 인터뷰에서는 “나중에 알아보니까 인재 리스트라고 해서 어디에 갈 사람들 리스트를 작성해 올렸다. 박영준 차관이 거의 다 주도했을 것인데, 박 차관 등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 중심으로 들어가다 보니까 (이명박 정부에서) 소통과 대화가 단절되는 것이다. 박 차관하고 김대식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우리가 이 정권을 만들고 끝까지 이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동지들이 손잡고 무덤까지 같이 가자’고 말해 우리는 정말 그걸 믿었다”고 말했다. 믿었는데 속았다는 배신감의 토로다.

다른 사조직인 ‘엠비연대’의 김원호 전 고문은 “선진국민연대는 하다못해 전라남도 총무, 사무장 한 사람도 어디 가스안전공사에 상임감사로 가고 연봉 1억 넘는 데 다 갔다. 그런데 우리 엠비연대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노골적인 소외감의 표출이다.

그들의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헤아리기 어렵다. 그들이 속한 단체나 조직 이름도 금시초문이다. 다만 여러 공직이 공익이 아닌 끼리끼리식 사익 추구의 대상으로 변질됐다고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게 본다면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하고,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 벽을 넘지 못한 것은 표면적인 사안일 뿐이다. 문제의 본질은 공직이 사익추구집단에 휘둘리지 않느냐는 데 있다. 이는 세금 내는 국민으로선 정말 참을 수 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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