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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고려 통일 역사를 복원하라

광복 70년! 100년 국가전략을 세우자

  • 홍면기 |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hongmkey@hanmail.net

통일은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고려 통일 역사를 복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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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hful thinking

미-중, 일-중이 대립하는 현실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갈등과 충돌의 위험이 높아졌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7월 14일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한 것에 따르면 아시아 11개국 중 9개국이 ‘중국발’ 전쟁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일본의 집요한 역사왜곡과 독도 도발, 집단자위권의 법제화, 징집제 검토 등에 대한 보도가 이어져 한반도는 무력충돌 개연성이 매우 높은 위험지대로 꼽히게 됐다. 그런데 역사는, 충돌의 양상과 도화선을 예고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조성되는 이러한 위험은 분단이 표상하는, 혹은 분단의 현실이 안겨주는 지정학적 조건과 긴밀히 맞물렸다. 핵심은 ‘위험한 도발자’ 북한을 어떻게 제어하고 이들을 어떻게 협력과 공생의 파트너로 통합해낼 것인지의 문제로 이어진다.

광복 70년에 이르는 동안 남북한 관계는 강대국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 1971년 핑퐁외교로 시작된 미-중 데탕트와 이듬해의 7·4 남북공동성명, 1991년 동유럽 공산국가와 소련 붕괴 후의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그리고 세계적인 탈냉전 무드 속에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 등이 좋은 예다.

이러한 사건을 겪으면서 국민은 통일의 길이 금세 열릴 것처럼 환호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달구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반도를 궁극적인 평화와 통일의 길로 인도하지 못했다.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면서, 비관적으로 본다면 상대에 대한 불신과 경계 의식을 조장해 통일문제에 대한 피로감만 가중된 면이 없지 않다. 냉전의 종식으로 통일과정을 진전시킬 수 있는 역사적 계기를 잡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갈 동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은 통일이다. 그러나 통일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이뤄나가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통일은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 올 개연성이 높다.

통일은 장대한 역사의 과정이기에 담대한 전략을 요구한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전개될 역사를 통찰하는 능력을 반드시 요구한다.

‘멜로스의 대화’가 보여주듯 국제정치는 도덕적인 가르침과 설득, 약소국의 정의가 존중되지 않는 권력투쟁의 장이다. 음모론을 신뢰하는 일부 논자들은 강대국(제국주의 국가)들은 자국의 ‘신성한’ 국가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전쟁을 조작한다고까지 믿는다. 1937년 일본의 중국 침략 도화선이 된 노구교사건, 1964년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부른 통킹만 사건 등이 그들이 거명하는 예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약소국의 국경과 이익이 강대국 간의 ‘밀당 게임’으로 쉽게 침해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우리 모두는 겉으로 좋은 것만 말하고 속으로는 거짓말하는 ‘숨은 마키아벨리’일지 모른다. 현실주의가 약해질 때 도덕적인 것도 타락한다. 정치 담론이 이상적이라고 해서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실제로는 권력론적이고 수사적일 뿐이다. 도덕 담론을 이원론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하고, 이상적인 규범과 현실세계 가운데 어느 하나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당면한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외면하고 싶은 것은 보지 않으려는 ‘허위의식’을 버리지 않으면 우리는 밀려오는 역사의 파도를 감당할 수 없다.

지난 시기 우리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이 차질을 빚은 것은 ‘북한은 붕괴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귀중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

동북공정을 다시 본다

중국은 6·25전쟁이 일어나자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고, 현관을 내주면 집이 위험하다(脣亡齒寒 戶破堂危)”는 논리로 연인원 300여만 명을 북한에 보냈다. 그때 마오쩌둥은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아들 마오안잉을 평양에 묻었다.

‘순망치한 호파당위’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때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해온 논리였음을 역사는 보여준다. 우리는 ‘희망적 사고’에 젖어 이런 역사를 애써 외면해온 게 아닐까.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사지(邊疆史地)연구중심’등 중국의 연구기관들이 2002년 초부터 2007년 초까지 추진한 ‘중국 동북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대한 일련의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는 110여 항목의 연구주제가 설정됐다. 중국 동북지역과 한반도의 ‘역사’ ‘현실’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가 포함됐다.

이 사실이 알려졌을 때 한국 사회에서는 중국이 고구려사를 비롯한 한국의 역사주권을 침탈한다며 벌집을 쑤신 듯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중국의 잘못된 역사관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인식과 현실정책에 투사된다는 것을 간과했다. 이것이 동북공정이 제기하는 본질적인 도전이다. 다음은 역사학자인 여호규 한국외대 교수의 지적이다.

“중국 남북조 말기의 북제(北齊)와 그 뒤 중국대륙을 통일한 수·당은 삼국을 분할통치하기 위해 백제와 신라가 각각 대방군과 낙랑군을 점령하거나 계승한 것으로 이해했다. 당은 이런 논리를 앞세워 고구려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정벌하려는 야욕을 드러냈다. 이런 잘못된 인식 탓에 지금도 중국인들은 중국의 군·현(郡縣)이 한반도 중남부까지 있었던 것으로 이해한다.”

필자는 우리의 인식과 대응에 적지 않은 허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역사주권 침해에 대한 우리의 경각심과 학문적 대응은 상당히 축적됐다. 하지만 고대사 특히 고구려사 침탈에 너무 매몰돼, 중국의 ‘보이지 않는’ 미래 전략에 대한 대비는 매우 미흡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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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면기 |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hongmke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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