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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서울대 HK문명연구사업단 공동기획 - 문명의 교차로에서 ⑪

“상장례(喪葬禮)는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을 세련되게 다듬은 의식”

  • 이경하│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한국고전문학 sitayana@snu.ac.kr

“상장례(喪葬禮)는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을 세련되게 다듬은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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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교식이든 불교식이든 기독교식이든, 상장례는 그것이 기반을 둔 종교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불교식 상장례에 대한 조선 초기 유자들의 비판은 현실적인 논리에 의한 것도 있지만, 결국 종교로 대변되는 이질적인 문명의 충돌이었다. 그러나 충돌에 의한 결과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나 패배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인류가 살기 시작한 원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상장례는 종교와 지역과 시대에 따라 강렬하게 충돌하기도 하지만 융통성 있게 뒤섞이며 변형되어왔다. 오늘날 우리의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 그것은 장구한 시간 동안 크고 작은 충돌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인류 문명사의 흔적이다.
3년 전 가을 이맘때였다. 배우 안재환씨의 자살로 한동안 인터넷이 뜨거웠고, 한 달 후에는 또 배우 최진실씨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나의 지인도 아니고 내가 특별히 좋아했던 사람이 아니라 해도, 유명 연예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필자 같은 일반인에게도 충격이었다. 더구나 자살이 아닌가! 친숙한 그 얼굴들이 더 이상 산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서 행하는 일련의 의식을 통과의례라 할 때,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하게 간주되는 통과의례는 혼례와 장례다. 현대에는 아예 혼인을 하지 않는 사람, 동거는 해도 결혼이란 제도는 거부하는 사람, 의식으로서의 혼례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장례는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에서,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한 통과의례로 남을 것이다. 연고자 하나 없는 노숙인도 그들의 주검을 처리하는 담당 공무원에 의해 화장터에서 인생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다.

장례를 포함한 상례는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문화적 장치다. 원시시대의 단순해 보이는 형태부터 중세 지배종교의 세련되고 복잡한 의식절차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죽음이라는 이 일상적이고도 특별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각기 독특한 방식을 고안해왔다. 개별적인 상례에서 죽음은 망자 개인의 죽음이지만, 그것은 또한 의례의 주체인 산 자에게도 똑같이 예비되어 있는 인간 보편의 죽음이다. 죽음을 둘러싼 의례가 치러지는 동안 산 자는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 소멸의 존재임을 절감한다. 인간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깊은 자각이 철학과 종교의 시원에 닿아 있다는 점에서, 죽음을 둘러싼 의례의 역사는 바로 문명의 역사다.

상례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문화 장치

반 게넵(Arnold van Gennep)은 모든 통과의례가 ‘분리-전이-통합’의 세 국면을 거치며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공통점을 갖는다고 했다. 상례의 경우, 의례 대상인 망자와 의례 주체인 유족이 세 단계의 통과의례를 함께 겪는다는 특성을 갖는다. 즉 망자는 이승에서 분리되어 전이 단계를 거쳐 저승으로 통합되고, 유족은 일상과 분리되어 거상(居喪)의 전이 단계를 거쳐 다시 일상으로 통합되는 것이다. 여기서 통합(incorporation)이란 하나의 개체가 전체의 일부분으로 편입된다는 뜻이며 상례는 망자를 저승으로, 유족을 일상의 세계로 무사히 통합하기 위한 의식이다.

불교의 상례를 들어 말하면, 분리 단계는 임종에서부터 염습, 입관, 화장까지 망자의 몸을 이승으로부터 점진적으로 격리하는 기간이라 할 수 있다. 전이 단계는 망혼이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에 머무는 49일간을 가리키는데, 이것은 유족의 거상 기간이기도 하다. 통합단계는 망혼이 완전히 저승으로 편입하는 단계, 동시에 유족은 탈상을 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기를 가리킨다.

민속학자 구미래는 상례에서 분리의 단계를 좀 더 세분화해 ‘분리거부 단계’를 설정하는데, 그것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유교상례에는 마당이나 지붕 위에 올라가 망자의 옷을 흔들며 ‘복(復)’을 외치는 고복(皐復) 절차가 있다. 김소월 시인의 노래처럼 ‘산산이 부서진 이름,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을 부르는 초혼(招魂)의 풍습은 분리거부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의례라 할 수 있다.

집단생활을 하는 침팬지나 돌고래 같은 동물도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미 침팬지는 죽은 새끼를 며칠씩 등에 업고 다니거나 새끼를 깨끗한 곳에 누이고 얼굴을 어루만지는 등 다른 침팬지가 새끼의 죽음을 ‘확인해’ 줄 때까지 새끼의 죽음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한다. 새끼가 정말 죽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지연일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일종의 분리거부 심리가 반영된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물며 인간임에랴. 공자의 말이다.

“효자는 부모가 돌아가신 후 극도로 비통해하며 꿇어 엎드려 통곡한다. 혹시 소생할지도 모르는데 어찌 급하게 포기하고 시신을 염하겠는가? 3일이 지나서 시신을 염하는 것은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에서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유계는, 중국 춘추시대 사람인 조간자가 죽은 지 열흘이 되어 혀와 귀에 구더기가 생겼다가도 소생한 예를 들며, 3일 전에 입관하는 것은 살인과 같다고 했다. 시신의 염습과 입관은 망자가 더 이상 소생할 가망이 없음을 받아들이고 죽은 자를 산 자들로부터 격리하는 의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분리거부 단계에서 적극적 분리 단계로 넘어가며, 죽은 자와 산 자의 이별 의식이 진행된다.

주검 처리는 인류가 당면한 중요 과제

상례는 주검의 처리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망자의 영혼과 잘 이별하기 위해 고안된 의례다. 그중 특별히 주검의 처리에 관한 의례가 장례인데, 주검의 처리는 태곳적부터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을 터이다. 현재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매장(埋葬)과 화장(火葬)이지만, 이 외에도 시신을 새의 먹이가 되게 하는 조장(鳥葬), 강이나 바다에 흘려보내는 수장(水葬), 들이나 돌이나 나무 위에 두어 저절로 썩게 하는 풍장(風葬) 등 시신 처리를 위한 여러 방식이 고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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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하│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한국고전문학 sitayan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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