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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끼로 툭툭 쳐낸 것 같은 역설적 아름다움

  • 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koyou33@empas.com

큰 도끼로 툭툭 쳐낸 것 같은 역설적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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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끼로 툭툭 쳐낸 것 같은 역설적 아름다움

초조한 도시
이영준 지음, 안그라픽스, 272쪽, 1만8000원

어느 환경운동가와 저녁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 그것이 환경을 얼마나 많이 파괴하는지 아세요?”라며 눈을 치켜떴다. 밥상에는 돼지고기볶음, 쇠고기장조림, 달걀프라이, 미역무침, 콩자반 등 여러 반찬이 놓였다. 그는 보기 드문 대식가였다. 덩치도 큼직했다. 밥 두 그릇을 비우며 돼지고기와 쇠고기 반찬을 거의 ‘싹쓸이’했다.

그는 “현대인의 도시생활 자체가 환경에 대한 재앙 아닙니까?”라고 다그쳤다. 그의 기세에 눌려 다른 사람들은 묵묵히 숟가락, 젓가락을 놀렸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례를 그가 보여주었다. 그는 아파트 생활을 맹렬히 비판하고 콘크리트 덩어리 도시 구조물을 성토했다. 그러는 그는 문명의 손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황토와 돌로 지은 집에 살고 있을까?

도시, 공장, 아스팔트 도로, 공항…. 이런 구조물은 현대문명의 상징이다. 이 인공 조형물이 흉물이라느니 하면서 문제점을 꼬집으면 자연주의자, 친(親)환경주의자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계룡산 심산유곡에서 나 홀로 수도하거나 파푸아뉴기니 밀림에서 원시생활을 하지 않는 한 도시문명과 동떨어진 삶을 누리기가 곤란한 것이 현실이다. 도시 속에서 미학을 추구할 수 없을까.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예로 들어보자. 짓다 만 공장처럼 생긴 건축이다. 철제 배관이 외부에 노출된 형태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흉물이다. 그러나 자꾸 보며 익숙해지면 현대 건축미술의 새로운 경지를 연 걸작이다. 에펠탑도 그렇다.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1889년에 지어진 320m 높이의 그 거대한 철탑은 축조 당시엔 반대론자에게서 기괴한 쇳덩어리라는 맹비판을 받았다. 에펠탑이 파리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줄이야 누가 상상했으랴.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은 ‘자연은 좋은 것, 인공은 나쁜 것’이라는 개념을 주입받는다. 시골에 사는 농어민은 순박하고 서울 사람은 깍쟁이, 도시는 인심이 사나운 곳이라고 배운다. 철골구조물, 시멘트 덩어리 아파트에 거주하면 아토피 피부병에 쉬 걸리고 인성이 메마른다고 지적받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인구 대다수가 도시에 사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도시생활에 대해 삿대질만 해서는 곤란하다. 아파트가 살기에 부적합한 곳이라지만 농어촌에서조차 논 옆에, 산 가운데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것이 한국의 오늘날이다.

도시를 조금이나마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볼 수 없을까. 어차피 삶의 대부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야 하는 도시인을 위해서라면 도시친화주의가 성립돼야 할 것 아닌가. 이런 상념에 빠져 있던 터에 ‘초조한 도시’라는 책을 발견했다.

표지부터 눈길을 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의 뒷모습, 하얗게 빛나는 대형 전광판, 불 꺼진 거대한 빌딩 등이 어우러진 심야 도심의 광경이다.

사진으로 읽는 도시의 인문학

책날개에 나타난 저자 프로필이 심상찮다. 저자의 직업은 사진비평가, 이미지비평가, 기계비평가, 계원디자인예술대학 아트 앤 플레이군 교수 등으로 소개됐다. 하는 일에 대해서는 ‘기계를 관찰하고 비평적으로 해석하고 사진으로 찍고 다양한 지식들과 결합하고, 전시로 꾸미고 책으로 만들며 사람들과 이야깃거리로 삼아 윤택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도시에 대해서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썼다. ‘사진이론의 상상력’(2006, 눈빛) 등 여러 저서를 냈고 국내외에서 사진전도 여러 차례 기획했다.

‘사진으로 읽는 도시의 인문학’이란 부제(副題)도 눈길을 끈다. 책을 훑어보니 간판, 자동차 행렬, 공장, 다리, 송전탑 등 다양한 인공구조물 사진이 수록됐다. 이런 도시의 모습에서 찾은 역설적 아름다움을 저자의 카메라가 포착했다. 여러 사진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비평적 성찰이 돋보인다. 글 반(半), 사진 반(半)인 책이다. 앞부분부터 꼼꼼히 살펴보자.

저자는 서문에서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국도극장, 스카라극장이 사적지로 지정되기 전에 건물주에 의해 헐린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사라져가는 건축물을 사진으로라도 남기려 카메라를 들이댄다고 밝혔다. 유서 깊은 건물이 허물어진 이후의 물적, 정신적 공허를 메워주는 의식(儀式)의 하나로 ‘사진 찍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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