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호

전경련 해체 주장한 이헌재 경제팀 연구

  • 박현진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입력2006-12-18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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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재벌개혁의 ‘칼잡이’를 자임했던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이 재경부 장관에 올랐다. 구조조정의 대미를 장식할 3기 경제팀의 수장으로서 그는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까. 》
    이헌재(李憲宰·56) 신임 재정경제부 장관은 79년 재정경제심의관을 끝으로 재무부를 떠난지 꼭 21년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IMF가 낳은 난세의 스타’ ‘개혁 전도사’ ‘금융 황제’ 등으로 불리면서 지난 2년간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금융·재벌개혁을 진두지휘했던 그가 김대중 정부의 3기 경제팀 수장으로 귀환한 것.

    그간 이장관의 행보에 시선을 떼지 않던 국내외(특히 외국 언론) 경제전문가들은 그가 구조조정의 마무리와 새로운 도약을 눈앞에 둔 ‘한국경제호’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경제팀은 김영호(金泳鎬)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윤기(金允起) 건설교통부 장관이 새로 임명된 것을 빼고는 2기 경제팀이 그대로 유임돼 경제정책 방향이나 팀워크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으리라는 게 관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올해는 구조조정뿐 아니라 분배·복지·노사관계 등 여러 분야에서 손발을 맞춰야 할 일이 많아 경제팀의 팀워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매끄러운 정책조율이 과제

    금감위 시절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2년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이헌재 재경부 장관과 이용근(李容根) 금감위원장은 기대 이상의 콤비 플레이를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이용근 체제의 개막은 김대중 정부의 개혁과제인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기본 흐름이 그대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경제전문가들은 ‘이(李)-이(李) 체제’가 그동안 경제팀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재경부와 금감위간의 알력을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부처는 금융과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개별 정책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를 보여 시장 관계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게 사실. 재벌의 은행 소유, 금융지주회사 같은 사안에서 의견을 달리했을 뿐 아니라 서로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도 종종 빚어져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까지 치달을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부총리로 격상될 재경부 장관에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이 임명되고 그 밑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했던 이용근 전 부위원장이 금감위원장에 오름으로써 자연스럽게 부처간 수직적 배열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각종 업무 추진과정에서 업무영역이 확실하게 교통정리되지 않아 갈등이 많았는데, 두 기관을 두루 꿰고 있는 신임 재경부 장관이 이를 합리적으로 조율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3기 경제팀의 또 다른 특징은 지금까지 경제기획원 출신이 득세했던 것과는 달리 재무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이헌재 장관과 이용근 위원장이 재무부 출신이고 진념(陳) 기획예산처 장관과 전윤철(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 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이 기획원 출신으로 수적으로는 여전히 기획원 출신이 우세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균형을 이룬 편이다. 다만 경제사령탑이 기획원 출신에서 재무부 출신으로 바뀐 것이 팀워크 면에서는 아무래도 걸리는 대목이다.

    강봉균(康奉均) 전 재경부장관, 진념 장관, 전윤철 위원장, 이기호 수석은 모두 기획원 출신으로 ‘한솥밥’을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장관이 75년 기획원 종합기획과장 시절 강 전장관과 이수석을 사무관으로 데리고 있었으며, 83년부터 5년 동안 기획원 차관보를 지낼 때는 강 전장관이 기획국장, 이수석은 종합기획과장으로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눈빛만 봐도 서로의 의중이 파악될 정도였다.

    그러나 강 전장관이 물러나고 이헌재 장관이 경제부처 수장에 오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이장관은 공직을 20년 가까이 떠나 있었던 터라 이들과 정책을 조율해가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장관은 금감위원장 시절 진념 장관, 전윤철 위원장과 같은 경제팀에 있었지만 업무적으로 직접 부닥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수석 경제부처의 장으로서 모든 경제정책을 놓고 이들과 협의를 거듭해야 한다.

    ‘점조직형’ 조직 운용

    진장관과 전위원장이 이장관의 고시 선배이고, 특히 전위원장은 이장관의 서울대 법대 직속 선배라는 점도 이들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들 수 있다.

    개각 직전 진장관이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털어놓은 얘기는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자리에서 진장관은 이장관이 자신과 함께 재경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못마땅한 심정을 내비쳤다. 공직 6년 후배인 이장관이 수석 부처 장관에 오른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 물론 개각 직후 진장관은 결과에 승복하고 경제각료의 맏형으로서 경제팀 조율에 앞장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분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헌재 장관의 재경부 장관 기용설이 나돌 무렵 관가에서는 “이씨는 금융분야의 스페셜리스트인지는 몰라도 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에는 미흡한 인물”이라는 평이 적지 않았다. 이것 역시 경제기획원 출신들의 심정적인 반발이 반영된 인물평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제기획원 출신 재경부 관료들은 이장관 취임 이후 몸을 바짝 움츠리고 있는 눈치다. 경제팀과 재경부 조직을 어떻게 조율해 가느냐가 이장관의 우선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장관을 가까이에서 오래 접한 사람들은 그의 카리스마와 보스 기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장관에게는 사람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금감위와 금감원 조직을 2년 동안 무난히 꾸려온 것도 그의 개인적인 역량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 그의 이런 능력은 지난 연말 금감위의 조직 확대로 야기된 금감원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10여일만에 잠재운 데서도 입증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는 시장에 바탕을 둔 빠른 판단력으로 정책 방향만 제시하고 실무는 대부분 밑에다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라서 아랫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며 “또한 선배들을 깍듯하게 예우하기 때문에 별탈없이 3기 경제팀을 꾸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이장관이 향후 인력과 조직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점도 커다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장관은 조직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는 ‘자기 사람’을 중심으로 한 ‘점조직’ 위주로 관리해왔다. 이는 거대 관료조직에 불가피하게 내재된 경직성과 비효율성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경제부처의 수장으로서 과거 ‘이헌재 사단’이라고 불릴 만큼 폐쇄적으로 조직을 운용하진 않겠지만, 핵심 포스트 위주의 인력 운용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경기고-서울대 법대 출신 관료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장관과 엄낙용(嚴洛鎔) 차관이 경기고-서울대 법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ASEM준비기획단에 파견된 정건용(鄭健溶) 본부장(1급)도 마찬가지. 정본부장은 강봉균씨가 재경부 장관으로 오기 전인 98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으로서 은행퇴출 등 금융 구조조정에 혁혁한 공을 세운 재무부 이재국 출신의 핵심 관료. 따라서 앞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경제시스템에 관심

    정책분야별로 핵심 포스트 역할을 할 인물들을 살펴보면, 우선 금융 구조조정 및 금융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해서는 재경부 이종구(李種九) 금융정책국장이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 구조개혁단에서 보험산업 구조조정 업무를 맡다가 몇 달 전에 재경부로 옮겨왔기 때문에 재경부와 금감위의 정책 조율에 적격인 인물이다. 금감위에서는 양천식(梁千植) 조정협력관 겸 구조개혁단 1심의관이 카운터파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금감원의 실무 국·과장급 중에도 지난 2년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베테랑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금감위 서근우(徐槿宇) 구조개혁단 2심의관의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서국장은 그간 워크아웃 기업 구조조정기구(CRV) 등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기업 구조조정 개념을 도입한 주인공. 대우그룹 워크아웃 등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헌재 장관의 분신과도 같은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장관이 서국장을 재경부로 끌어올지도 모른다고 예상하지만, 일단 서국장은 오는 6월까지 연장 운영키로 한 금감위 구조개혁단에서 대우 워크아웃과 구조조정 백서작업 등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벌 구조조정의 마무리 국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인물로는 재경부 조원동(趙源東) 정책조정심의관을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DJ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부터 사실상 재벌개혁의 마스터플랜을 짜왔으며, 강봉균 전장관의 발탁 인사로 재경부로 옮긴 뒤에도 계속 이 분야에 관여해왔다.

    그러나 조국장의 경우 재벌정책 수립에 있어 발군의 실력을 보여온 게 사실이지만, ‘강봉균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 이장관 밑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인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한편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오호근(吳浩根) 기업구조조정위원장과 이성규 사무국장의 측면 지원이 3기 경제팀에서도 변함없이 지속될 전망. 금융 및 자본시장 선진화 부문에서는 금감원의 강병호(姜柄晧) 부원장과 재경부의 임종용(任鍾龍) 증권제도과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이헌재 경제팀이 앞으로 어떤 정책 컬러를 드러낼 것인지를 점쳐보려면 우선 이장관 본인의 경제관을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이장관은 금감위원장 시절 틈만 나면 집무실에서 외국잡지를 즐겨 읽었다. 그가 가장 관심을 갖고 읽은 주제는 인터넷과 벤처기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경제체제. 이장관은 구조조정이 대강 마무리돼 가던 지난 연말부터 기자들만 만나면 인터넷과 벤처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경부 장관에 임명된 1월13일 금감위 기자실에서도 이같은 맥락의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구조조정을 완결하고 정보와 지식을 중시하는 디지털경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 디지털경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앞으로는 규제보다는 경제주체가 신나게 경제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하는 정책을 펼 것이다.”

    철저한 시장경제와 디지털경제, 지식정보산업으로 대변되는 미국식 자본시장을 한국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것. 그는 지난 연말, 금감위원장 집무실에서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노사갈등이라는 대립적인 개념보다는 기업조직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앞으로 노사관계는 두 가지 패턴을 띠게 될 것이다. 대기업 조직문화에서는 노사갈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중소 벤처기업과 서비스 업종에서는 노사참여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즉 미국처럼 주식공유제, 스톡옵션 같은 참여적인 형태로 점차 변해가고, 이에 따라 노사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공조하게 될 것이다. 벤처기업의 경우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기 때문에 노사가 서로 양보하게 된다. 벤처 중소기업체제로의 변화는 노사갈등을 중화시킬 것이다.”

    그는 디지털 경제체제로의 성공적인 변화는 노사갈등까지 잠재울 수 있으며, 우수한 잠재 인력을 벤처기업으로 끌어들여 실업문제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촉진제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재경부 장관에 임명된 1월13일 “오너들의 이익집단인 전경련은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조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대기업들이 디지털 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는 시각을 반영한다.

    따라서 올해 이헌재 경제팀은 지속적으로 코스닥 육성책을 펴나갈 것으로 보인다. 1월14일 재경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평소에도 “코스닥은 어차피 위험한 모험시장이기 때문에 너무 건전하게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코스닥은 거품이 아니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런 웅장한 정책비전을 펴기에 앞서 당장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연초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는 금리와 총선 이후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당장 손대야 할 사안이다.

    이장관은 취임사에서 금리를 한자리수로 낮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현재 금리인상 요인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은행이 과거처럼 기업에 무작정 대출을 해주지 않고 철저한 여신심사를 거쳐 상환능력을 검증한 후에 대출을 해주는데다, 대기업들도 부채비율을 감안해 수익성이 없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금 수요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 최근의 금리 인상은 채권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며 시장이 안정되면 곧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4·13 총선 이후 돈이 많이 풀려 금리가 오르리라는 ‘인플레 숙명론’도 고민거리. 현 경제팀이 경제논리에 입각해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 요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느냐가 거시경제지표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맞물려 은행 대출청탁 등 경제논리를 무시한 민원들이 재연될 경우 시중에 자금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금리와 물가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대란설을 진화하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경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성장추세로 볼 때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 부실이 확대돼 또다시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면서 금리 물가 환율 등 거시경제지표의 안정성 유지를 특히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 김주형 상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면서 안정 성장을 추진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이 현 경제팀의 과제”라며 “IMF 위기를 넘기고 지속적인 성장으로 향해 가는 열쇠를 이 경제팀이 쥐고 있다”고 했다.

    금리 및 금융시장과 관련해 이헌재 경제팀이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난제가 7월로 예정된 채권 시가평가제의 전면 실시다.

    현재의 투신상품은 장부가 방식으로, 투신권이 손실을 떠안고 고객은 약속된 원리금을 찾아가는 형태다. 하지만 시가 평가제를 실시하면 투자자들이 손실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핵폭탄’에 비유될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간주된다. 이장관도 “금융 구조조정의 대미는 채권 시가평가제를 국내 금융시장에 안전하게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9∼10월 금융시장을 뒤흔든 금융대란설이 오는 7월에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시장을 떠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장부가 펀드를 시가 평가 펀드로 전환, 7월의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책을 펴왔다.

    또한 채권값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잡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채권딜러간 채권 중개를 떠맡을 인터딜러 브로커의 성공적인 도입과 사적연금 등 채권을 살 수 있는 수요기반을 확충해 채권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케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올해는 금융산업의 구조개편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재경부가 여러 업종의 금융산업을 거느릴 수 있는 금융지주회사 도입 방침을 밝힌 상태여서 하반기부터 은행간 합병 등 제2차 금융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현 경제팀은 관치금융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철저히 시장자율에 맡기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는데, 이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시장주의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미 사외이사 도입을 통해 은행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증권거래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며, 각종 협회들이 시장의 자율규제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을 추진하는 등 관치경제에 종지부를 찍고 자율시장을 뿌리 내리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혁에 착수한 상태다. 새 경제팀이 이를 약속대로 잘 추진해 가느냐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대우 워크아웃의 마무리작업 등 기업 구조조정의 완료도 주요 테마가 될 것이다. 아직 회생하지 못하고 있는 설비투자 등이 회복세를 나타내기 위해선 조속한 시일 내에 대우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이와 함께 1년반 넘게 진행돼온 6대 이하 그룹의 워크아웃 작업도 실효성을 한 단계 더 높여 경제구조의 중간층을 튼튼히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생산적 복지’와 ‘균형 재정’

    한편 김대중 대통령이 치사에서 밝혔듯 IMF체제를 겪으며 악화된 빈부격차를 ‘생산적 복지’를 통해 해결해 가는 것도 역시 올해의 큰 과제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 부분은 재정과 관련된 분야로, 이장관에게는 그다지 익숙치 않기 때문에 기획원 출신 관료들과의 효율적인 정책조율이 절실하다.

    이장관은 취임사에서 “재정지출을 늘려서라도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이것은 5년내에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중기 재정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데, 양자를 어떻게 조화시켜갈지 주목된다”고 말한다.

    아울러 98년부터 구조조정에 투입된 64조원의 공적자금이 올해부터 회수에 들어가는데, 이중 정부가 갖고 있는 은행지분을 얼마나 제 값에 팔 수 있느냐도 이헌재경제팀의 활동을 감상하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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