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별인터뷰|韓·美 대사가 말하는 새천년 한미관계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駐韓) 미국대사

  • 송문홍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駐韓) 미국대사

2/2
― 이제 화제를 좀 바꾸어보지요. 지난 2년간 한국의 구조개혁 노력에 대해서 대사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리고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완수해야 할 과제로는 무엇을 꼽으시겠습니까?

“지금까지의 성과를 매우 높이 평가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한국이 국민적 차원에서 지금까지 이루어낸 성과에 전세계가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제가 국민적 차원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한국민들이 실질적으로 보여준 희생과 노력 덕분에 지금의 놀라운 성과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제 2년 전과 비교해서 매우 달라진 경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조적으로도 시장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훨씬 투명해졌으며, 더욱 개방적인 체제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세 가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경고의 말씀도 함께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금융부문 강화, 기업부문 구조조정 및 기업지배구조 및 투명성 등에서 세계적 기준을 적용하는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어렵고 고통스럽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률이 10%에 달하는 시점에 사람들은 ‘우리가 왜 어려움과 희생을 견뎌내야 하는가, 왜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는가’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이건 이해할 만한 것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금 계속해서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으면 앞으로 2년, 3년, 4년, 5년 후에 한국경제가 다시금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경제는 외환보유고도 높고, 국제 신인도도 탄탄하며, 외환 보유고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크게 줄었기 때문에 1997년 때와 같은 위기를 다시 맞게 되리라고는 보지 않지만, 그러나 구조조정을 계속 시행한다면 달성할 수 있을 수준의 안정적이고 강한 경제 성장은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 김대중 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두 가지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난 2년간의 과정을 겪으면서 일부에서는 한국이 20 대 80의 사회로 가고 있는 게 아니냐, 혹은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합니다. 또, 이구동성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메리칸 스탠더드’ 아니냐는 불만도 없지 않습니다. 이런 시각에 대해서….

“경제 지표를 보면 한국에서 소득분배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이는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미국도 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원인은 아직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소득분배 격차는 매우 급격하게 벌어졌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것이 세계화된 경제로 인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보면 아마도 소득과 교육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장기적인 경기호황 시기에 남들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은 대체로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한국에서도 교육을 통해 지식을 갖추지 못하면 글로벌 경제하에서는 자기보다 임금수준이 훨씬 낮은 국가의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해집니다.

테크놀로지 또한 소득분배 격차의 심화에 있어 또 하나의 원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5∼10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이 하던 많은 일을 이제는 기계가 훨씬 낮은 비용으로 더 잘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기적인 해결방안이라면 아마도 전반적인 교육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될 겁니다. 한국의 경우엔 이미 상당한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보도를 보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여기서도 과연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경쟁하는 데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내 반미감정, 걱정 안한다

― 최근 6·25전쟁 당시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와 관련해서 미 육군장관 일행이 방한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해와 향후 처리방향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지요. 대사께서도 요즘 이 문제 때문에 상당히 분주하실 걸로 짐작합니다만.

“우선, 미국은 노근리 사건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칼데라 육군장관도 한국 정부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방한했지만, 이번 노근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외부 자문단도 함께 방한했습니다. 조사는 한국정부의 진상규명 활동과 병행해서 이뤄지고 있으며 모든 자료와 정보에 대해서 상호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한미 양국정부는 상호 유사한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을 파악한 뒤에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 조사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또, 노근리 사건을 계기로 다른 장소에서 일어났던 유사한 사건들도 제기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노근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근리 조사가 완료된 후에 다른 사건들도 조사하기에 적합한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노근리 사건이 다른 사건과 구별되는 이유는, 노근리의 경우 무고한 비전투원이 의도적으로 살해됐다고 주장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의도적으로, 그리고 양민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을 살해했다는 점에서 다른 사건들과 구별되며, 바로 이 점 때문에 우리가 사실 규명을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 이런 노근리 사태와 관련해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 한국내에 반미감정이 고조되는 문제입니다만.

“저는 이로 인해 한국에서 반미 감정이 고조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한국민들이 미국의 철저하고 성실한 진상규명 노력을 토대로 공정한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정부와 미국정부가 이 사건을 없었던 일로 억압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고 정확한 사실을 규명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미 두 나라의 관계는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굳건하다고 믿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사건을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면 오히려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 한국의 사정 300km 미사일 개발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한·미간에 어디까지 논의가 진척돼 있나요?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진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한국이 조속한 시일 내에 미사일기술통제기구(MTCR)에 가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형성한다는 한·미 양국의 공동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봅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들의 이해에도 부합하며, 미국이 이 지역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해에도 부합됩니다. 특히 북한과의 협상과도 관련해서 한·미 양국의 이해에 부합되는 일이라고 봅니다.

몇 달 전부터 협상중에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어느 누구도 동북아 지역에서 미사일 경쟁이 불붙는 것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한미행정협정 개정, 현재 논의 중

― 한국 언론이 미국 대사를 인터뷰할 때 거의 빠지지 않는 질문이 바로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 문제입니다. 새천년에는 한·미간에 더욱 건설적인 양자관계를 굳혀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미국측에서도 이제 이 문제를 좀 더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한미행정협정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고, 실제로 협상이 진행중입니다. 이 역시 앞으로 몇 달 이내에 진전을 이룰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가 언급하는 것이 있는데, 우선 전반적으로 볼 때 한미행정협정은 매우 잘 운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제가 보기에 한미행정협정에 대해 한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미군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한미행정협정 덕분에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간다는 오해가 한국민들 사이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미행정협정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살인, 강간, 강도, 폭행 등 중범죄를 저지른 미군은 한국법에 의거해 재판을 받고, 재판 결과에 따라 한국의 법제도 하에서 처벌을 받습니다. 따라서 한미행정협정은 지금까지 대체로 잘 운영돼온 시스템인 것입니다.

물론 상황 변화에 따라서 한·미 양측이 정기적으로 마주 앉아서 수정할 부분을 논의한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미국이 보기에도 한미행정협정에서 바꾸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계속해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상호 이해의 정신으로 접근한다면, 그리고 이것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말고 양측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우리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이번 질문 역시 미국의 고위 인사를 인터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입니다. 한반도 통일 이후의 주한미군 주둔문제인데요.

“이것은 상당히 가설적인 얘기입니다. 제가 주한 미국대사로 있는 동안에는 이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물론 다룰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말입니다.(웃음)

제가 보기에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그 때의 상황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는 한국민의 열망과 또 미국민의 바람, 그리고 두 나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따라서 결정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영구적인 경제적·안보적 이해관계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동북아의 역사와 역학구도를 살펴볼 때, 미국의 이해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혹은 안보문제 등에 있어서 영구적이고 다면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동북아에서 미국은 안보 측면에서 계속 관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리라고 판단합니다.

이런 배경이 크게는 동북아에서, 작게는 한반도에서의 미군주둔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동북아 지역에서 어느 한 나라가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점에 대해 한·미 두 나라는 이 지역 내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훨씬 강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듯이 한·미 두 나라의 협의 및 협력에 따라서 주한미군이 어떤 형태로든 계속 주둔을 결정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한반도 통일 이후가 되면 주한미군이 억지력으로서 주둔하고 있는 지금과는 상황이나 조건이 크게 달라지겠지요. 아무튼 한반도 통일이 언제, 어떤 상황 하에서 전개될지 짐작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추측을 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기가 언제가 되든지 간에 한·미 두 나라는 동북아의 안정과 균형을 추구한다는 목표를 공유할 것입니다.”

21세기의 한·미 관계

― 작년말 한미 범죄인 인도협약이 양국간에 발효됐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현재 미국에 가 있는 이석희 국세청 차장의 송환문제가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정부가 이 분의 송환을 요청한다면 미국은 이에 응할까요?

“그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기가 어렵군요. 우선, 아직까지 한국정부가 정식으로 그분의 인도 요청을 했는지 여부를 제가 알지 못합니다. 둘째,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한미 양국이 법치국가이고, 범죄인 인도조약의 체결로 이것이 양국 법체제의 일부가 됐으므로 우리는 법대로 집행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로부터 그런 요청이 있을지도 두고 봐야겠지요.”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2000년 이후의 한·미 관계는 한국 쪽에서 볼 때 양자관계로서 다른 어느 나라와의 관계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더욱 건설적인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한국측에서 노력해야 할 측면도 있고, 미국측에서 노력해야 할 측면도 있겠지요. 대사께서는 한·미 관계의 향후 바람직한 진전을 위해서 양측이 앞으로 노력해야 할 일로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좋은 질문인데, 대답하기는 어렵군요. 제가 보기에 한·미 두 나라의 관계는 단순히 정부 차원을 넘어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가 발달하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두 나라 관계는 단순히 정부 차원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와 미국이라는 전체 국민의 만남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150만명이 넘는 한국계 미국인의 존재도 더욱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개방됨에 따라 더 많은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사업활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미국 기업들의 시각과 입장 및 역할도 두 나라 관계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겠지요. 한국은 이미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도 다수 미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따라서 두 나라 관계는 앞으로 훨씬 복잡한 형태로 발전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부간 관계는 계속해서 두 나라 관계에 축으로 남을 것이고, 특히 안보문제는 계속 핵심이 되겠지요. 그러나 정부 이외 부문의 역할이 커지고 있고,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고 봅니다.

앞으로 우리가 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형성할 때에는 이런 (정부 이외의) 기업 및 비정부기구들을 고려해야 할 겁니다. 아울러 두 나라 국민들이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더 많은 미국 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미국에는 이미 4만명이 넘는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 한·미 관계는 여러 가지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차원의 관계로 발전해가리라고 생각합니다.

― 감사합니다.

신동아 2000년 2월호

2/2
송문홍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목록 닫기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駐韓) 미국대사

댓글 창 닫기

2022/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