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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5000억짜리 황금벤처’ 새롬기술의 비밀

  •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2조5000억짜리 황금벤처’ 새롬기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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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패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단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전화 사용자로부터는 돈을 받지 않고 새롬이 통화료를 내는 대신 인터넷의 다이얼패드 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얻겠다는 발상은 고객에게 매력적인 흡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으로 상대방의 전화기나 PC로 전화를 거는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 것은 다이얼패드가 최초다.

또한 최소 사이즈의 자바 애플릿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라도 인터넷만 연결되면 별도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 없이 바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미국 다이얼패드(www.dialpad.com·이하 ‘다이얼패드닷컴’)는 서비스 개시 3개월만에 19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국내 다이얼패드(www.dialpad.co.kr)도 서비스를 시작한지 닷새만에 50만명이 가입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문제는 새롬이 이들의 통화료를 대신 부담해주고도 남을 만큼의 광고를 유치할 수 있느냐는 것.

새롬이 56%의 지분을 갖고 있는 다이얼패드닷컴은 제휴 통신회사인 GTE에게 분당 3센트의 통화료를 지불하기로 계약했다. 다이얼패드닷컴에는 30초당 1개의 광고가 들어가므로 3분간 통화할 경우 6개의 광고가 들어간다. 이때 광고 1개당 1.5센트 이상의 광고료를 받으면 통화료를 부담하고도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 정도 단가로 광고를 유치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는 게 새롬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다이얼패드닷컴이 아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앞으로 가입자가 더 늘 것을 예상해서 더 유리한 조건으로 광고계약을 맺기 위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서비스 6개월째를 맞는 오는 3월경에 가입자 현황과 사용내용을 근거로 정식 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GTE와의 계약에는 다이얼패드닷컴의 통화량이 많아질수록 통화료 단가를 싸게 해주는 조항이 들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통화량이 많아지면 다이얼패드닷컴이 지불해야 할 통화료 단가는 내려가는 반면 광고단가는 올라가기 때문에 매출은 체증하고 비용은 체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이얼패드닷컴이 충분한 광고수익을 올리기가 여의치 않으리라는 우려도 있다. 다이얼패드닷컴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제한돼 있어 광고주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것.

S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다이얼패드닷컴 가입자의 상당수는 소비성향이 낮은 대학생들이다. 소비성향이 높은 30∼40대 고객을 많이 끌어들이지 못하면 다이얼패드닷컴의 광고 프로모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H증권 코스닥 리서치팀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다이얼패드는 비즈니스용으로는 메리트가 적다. 직장에서 회사 전화를 공짜로 쓸 수 있는데 누가 굳이 인터넷으로 들어가서 음질도 떨어지는 전화를 쓰려고 하겠나. 고객과 인터넷폰으로 중요한 대화를 나누다가 음질 때문에 의사 전달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연결이 끊어지면 낭패다.

그러니 기껏해야 가정에서, 그것도 평소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젊은 층이 주로 다이얼패드를 이용할텐데 이 경우도 문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PC의 90% 이상이 전화 모뎀으로 인터넷과 접속하는데, 모뎀으로 다이얼패드를 쓰면 이용자가 통화료를(그것도 통화시간에 비례해서 비싸지는 통화료를) 부담해야 하므로 이것 또한 메리트가 없다.”

이에 대해 새롬측은 “인터넷 시장의 흐름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어떤 서비스도 처음에는 기술분야의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다가 대학생들을 거쳐 점차 일반인층으로 확산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다이얼패드닷컴의 초기 가입자가 대학생층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대학생만 가입하게 되리라는 예상은 단견이라는 것.

6개월은 앞서간다

또한 ADSL(비대칭 디지털가입자 회선) 등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모뎀을 대체하고 있어 다이얼패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증권 나홍규 코스닥팀장은 “가입자가 죄다 대학생이라 해도 그 수가 300만명쯤 되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타깃광고 시장이 충분히 성숙될 수 있다. 200만명만 넘어서도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팀장은 “미국의 유료 인터넷폰 회사 넷투폰은 가입자가 40만명 정도인데 시가총액이 25억달러에 이른다”며 “이를 고려하면 2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한 다이얼패드닷컴의 시장가치는 최소 30억달러는 된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다이얼패드닷컴 지분 56%를 보유한 새롬의 지분가치는 적어도 17억달러(2조원)에 이른다는 것. 새롬측은 오는 9∼11월 다이얼패드닷컴을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인터넷폰 시장의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터넷폰 서비스는 미국에만도 넷투폰, 핫콜러, 폰프리 등 10여개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새롬이 다이얼패드에 적용한 VoIP은 새롬의 독자적인 기술이 아니라 이미 공개된 국제표준 기술이다. 다만 새롬은 여기에다 적은 수의 서버로 통화 트래픽을 분산시킬 수 있는 ‘스플릿 H.323’이라는 자체 기술을 결합하고 과감하게 무료 서비스를 단행함으로써 VoIP 시장 선점을 노렸고, 그런 전략이 어느 정도는 먹혀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롬이 먼저 치고나오긴 했지만 다른 업체들이 이 기술을 몰라서 상품화하지 않은 게 아니었던 만큼 다이얼패드는 향후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유료로 인터넷폰 서비스를 해온 넷투폰이 무료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이얼패드는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으나 넷투폰은 세계 전역에서 통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새롬은 자신감에 차 있다. 오상수 사장의 말.

“우리의 기술이 독자적인 것은 아니다. 사실 실리콘밸리의 톱 클래스 엔지니어들이 마음 먹고 덤비면 못 따라잡을 기술이 없다. 하지만 기술만 흉내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시장상황과 시스템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몇 달, 서비스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몇 달, 이걸 테스트하는 데 또 몇 달이 걸린다. 때문에 후발업체가 시장을 선점한 우리를 완전히 따라잡는 데는 6개월 가량 걸릴 것이다.

우리가 그 6개월 동안 멍하니 손 놓고 있겠는가. 그 사이에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통화품질을 높이고, 부가서비스를 확대해갈 것이다.

라이코스 검색엔진이 야후보다 기술이 모자라 밀리는 게 아니다. 시장을 선점한 야후가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가입자를 늘려 시장을 계속 주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폰 업계에선 조만간 100개도 넘는 회사들이 경쟁을 벌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찌감치 글로벌하게 가겠다는 것이다. 로컬 시장 몇 개쯤은 뺏길 수도 있다.”

승부는 미국 시장에서

‘뺏길 수도 있는 로컬 시장’에는 한국 시장이 포함될 우려도 있다. 다이얼패드의 국내 서비스에 대해서는 어둡게 전망하는 전문가가 많다.

다수의 통신 사업자들이 경쟁을 벌이는 미국에서는 ‘헤게모니’를 장악한 회사가 없어 통신 사업자와 인터넷폰 사업자의 제휴가 비교적 순조롭다. 가령 GTE는 제휴사인 다이얼패드닷컴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통신 사업자의 시장을 잠식하고 자사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므로 다이얼패드닷컴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유무선 전화망을 독점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통신 사업자의 ‘말발(bargaining power)’이 일방적으로 먹혀들게 마련이다. 인터넷폰 사업자를 제휴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건드릴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새롬은 국내 다이얼패스 서비스를 위해 하나로통신과 제휴하기 전에 한국통신과도 접촉을 시도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제휴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얼패드에 고속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하나로통신엔 전화망이 없다. 따라서 다이얼패드로 전화를 걸 경우 반드시 한국통신의 전화회선을 거쳐야 한다. 하나로는 새롬으로부터 받은 통화료 일부를 한통에 회선 이용료로 지불한다.

다이얼패드 가입자 10만명이 1년간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한통에 지불해야 될 회선 이용료가 8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로가 남의 전화선을 빌려쓰면서 GTE처럼 ‘통화량 대비 통화료 단가 체감’ 혜택을 줄 재량이 있을지도 의문.

한국통신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져 다이얼패드의 광고가 급감해도 한통의 회선 이용료는 고정비용으로 지출돼야 하는데, 무료전화 서비스로 이런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새롬이 하나로와 인터넷폰 서비스를 제휴한 것은 ‘잘못된 사업모델’이라는 것.

그러나 한 정보통신 전문가는 “통신 사업자가 독과점 형태로 시장을 장악한 한국과 일본,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다이얼패드가 고전하겠지만, 이런 곳에서 실패하더라도 미국 시장 한 군데서만 성공하면 커다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다이얼패드닷컴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베일 속의 ‘엑시오’

그렇다면 다이얼패드 이외 분야의 전망은 어떨까.

대부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새롬의 PC통신용 소프트웨어들은 이제 경쟁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새롬데이터맨의 경우 베타버전 이후의 유료화 과정에 많은 고객이 떨어져 나갔고, 하이텔 천리안 등이 내놓은 전용 프로그램들이 정착되면서 전체적인 시장규모도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새롬이 올해 연말부터 시장 진출을 본격 추진할 ADSL 장비 부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S증권의 한 연구원은 “이 분야에 이미 30여개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핵심 부품을 사다 조립해야 하는 새롬으로선 높은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롬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의 기술력을 믿어달라’는 게 반론의 요지다. 새롬 관계자는 “PC통신 인구가 하루 아침에 모두 인터넷으로 옮겨 가진 않으며, PC통신과 인터넷을 접목시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시장성은 여전히 밝다”고 주장한다. 1·4분기 중에 새롬의 자회사에서 선보일 새롬데이터맨 업그레이판이 바로 이런 개념의 구현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 ADSL 장비에 대한 자신감은 더했다.

“삼보컴퓨터가 인텔의 CPU 핵심부품을 수입해서 PC를 만든다고 PC 장사를 못하는 게 아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과연 100% 자체 원천기술 갖고 장비 만드는 회사가 몇이나 되겠나. 같은 ADSL 장비 업체인 인터링크나 자네트에 대해서는 그렇게 얘기 하지 않으면서 왜 새롬이 뭘 한다고 하면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는지 모르겠다. 한통과 하나로가 올해만도 수백만 라인의 ADSL을 증설할 계획이다. 시장성은 충분하다. 이 회사들이 지금까지 외국에서 수입해 쓰던 장비를 우리가 만들어냈다. 더욱이 우리와 제휴관계에 있는 하나로가 기왕이면 우리 장비를 써주려고 하지 않겠나.”

새롬의 신기술과 관련해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엑시오(EXIO)’다. 정확한 사업계획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으나, 이는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일정한 지역 안에서는 CDMA 휴대폰을 유선전화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알려졌다. 엑시오 환경이 갖춰진 공간에서는 휴대폰을 내선으로도 쓸 수 있는 것. 다이얼패드의 부가서비스를 유선전화뿐 아니라 무선전화로까지 넓힌 것이다.

새롬은 그 원천기술을 실리콘밸리의 한 통신업체에 제공하고 지분 참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를 꺼렸다.

한 창업투자회사 관계자는 “이 개념이 상용화된다면 원천기술을 가진 새롬이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어 검증의 여지가 있다”며 유보적인 견해를 보였다. 엑시오는 새롬과 현대전자 미국법인이 함께 개발하다 현대가 손을 떼면서 새롬 단독으로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1, 2억 벌었나”

스톡옵션과 우리사주로 거액을 손에 쥔 새롬 임직원들의 인생관은 어떻게 변했을까. 창업 초기, 어렵사리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팔리지 않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밤새 신제품 개발에 매달리던 ‘헝그리 정신’을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을까.

그러나 새롬 직원들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차분하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귀띔이다. 주가가 뜬 후에도 이직률이 0%에 가깝다는 것. 그는 “IMF쇼크가 큰 약이 됐다. 그걸 겪지 않았다면 아마 매일같이 샴페인을 터뜨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97년 가을부터 새롬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소프트웨어를 납품한 업체가 부도나면서 물건값을 받지 못했고,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회수해가면서 통장이 바닥났다. 월급을 제대로 못 받은 것은 물론, ‘글로벌화’의 전진기지인 미국 법인의 폐쇄까지 고려했을 만큼 ‘참혹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세상이 바뀐’ 지금, 비록 ‘헝그리 정신’은 자취를 감췄지만 그렇다고 ‘들뜬 정신’이 느껴지진 않는다는 것. 오상수 사장은 이렇게 요즘 회사 분위기를 전한다.

“봉급도 못받고 전셋값 걱정하던 시절, ‘빨리 돈걱정에서 해방돼 우리 하고 싶은 일에 한 번 미쳐보자’며 소줏잔을 기울이고 했다. 이젠 해방됐다. 다들 집 한 채씩 살 돈은 벌었다. 사장에서 말단까지 다들 엄청난 부자가 됐는데, 이젠 뭘 해야 되겠는가. 돈걱정 안해도 되니 인간답게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인간답게 산다는 건 딴 데 신경 안쓰고 일에 미치는 것이다.

아마 1억~2억원쯤 벌었다면 다들 딴 생각을 했을 텐데, 이만큼 벌고 보니 달리 할 일도, 갈 데도 없더라고 한다. 그러니 그냥 일이나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다. 헝그리 정신으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한 경지인 것 같다. 진정 일 그 자체로써 성취감을 얻는 황홀한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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