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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컴퓨팅시대의 테크닉 트렌드 10

  • 김상현 동아닷컴 지식창조팀 기자

뉴 컴퓨팅시대의 테크닉 트렌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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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맞은 2000년은 40∼50년 전에 과학자나 미래학자, 혹은 SF 작가들이 그려 보였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과학기술이 그 동안 우리의 도시와 가정, 그리고 일터와 삶을 변모시켰다는 것은 과거의 예측대로지만 그 양상과 속도는 그렇지 않다.

이맘때 우리 사회를 떠도는 갖가지 전망이나 예측 또한 그와 비슷한 오류와 허점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그러한 위험성이 미래에 대한 우리의 상상과 전망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5년, 혹은 10년 뒤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궁금증은 우리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예측은 그저 예측에 불과할 따름이지만, 사람들은 미래가 어떨지 지금 당장 그려보고 싶어 한다. 막연하지 않은, 아주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사회를 떠받칠 과학기술은 어떤 것일까. 현재의 과학기술을 근거로 매우 현실적인 예측을 시도, 곧 세상을 주도하게 될 10개의 흐름을 끌어냈다. 비록 눈은 미래를 향해 있으되 다리는 굳건하게 현재를 디디고 선, 그래서 마치 손에 닿을 듯 코앞에 다가선 미래의 상상도다.(편집자 주) 》

흐름 1 - 더 인간다워지는 컴퓨터

40대 이상의 ‘컴맹’들이 컴퓨터와 쉽사리 친해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불편하고 어려운 키보드 입력 방식이다. 만약 키보드나 마우스 대신 말(言)로 컴퓨터를 부릴 수 있다면 사정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인간다운 컴퓨터’를 만들려는 시도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놓았던 ‘밥(Bob)’이다. 밥은 마치 등 뒤에 서 있다가 컴퓨터 사용자가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마다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개인교사처럼, 윈도 운영체제를 쓰는 과정에 불거지는 여러 의문을 풀어주는 ‘사이버 자문위원’이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제대로 작동하진 않았다. 컴퓨터를 쓰기 전에 사용자의 취향과 수준을 일일이 밥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부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몇 년 뒤 밥은 오피스(Office) 프로그램에서 좀더 나은 모양새로 부활했다. 예쁜 여비서나 애니메이션 클립, 귀여운 강아지 같은 것들이 나타나 이용자의 궁금증이나 문제를 풀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인간다운 컴퓨터’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미흡한 ‘자연어 처리(Natural-language Pro- cessing)’ 기술 때문이다. 오피스의 도우미들만 하더라도 이용자가 필요할 때만 나타나면 좋은데 시도 때도 없이 툭툭 튀어나와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가 하면, 정작 필요할 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어 처리 기술은 다른 곳에서 희망적인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지식발전소가 선보인 검색엔진 ‘엠파스’(www.empas.com)가 그것이다. 핵심 주제어만 뚝뚝 잘라 입력하는 여느 검색엔진과 달리 이것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질문을 그대로 입력해도 신통하게 말귀를 알아듣는다. “김희선의 데뷔 드라마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자동차 이름은?” 하는 식이다.

‘인간다운’ 컴퓨터가 널리 이용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반복적인 응대나 정보 제공이 필요한 곳이다. 기차나 항공기의 출발·도착 시간 안내, 좌석 및 예약상황 정보, 대기업의 각 부서 전화번호나 업무내용 설명 같은 것이 그 예.

뉴로미디어의 레드(Red)는 소비자들의 문의에 답하기 위해 고안된 이른바 ‘수다쟁이 로봇(Chatterbot)’이다. 로봇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문장을 입력할 수 있는 긴 박스만 덜렁 있을 뿐인데, 레드는 여기에 입력하는 내용에 따라 적절하게 응대한다. 빅사이언스는 ‘앙드레트’라는 미모의 도우미를 내세웠다.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앞서가는 기술로 종종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미디어랩은 이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구상을 선보이고 있다. ‘브루저드’라는 이름의 이 연구 프로젝트는 사람의 표정과 심리상태에 따라 적절히 반응하는 사이버 캐릭터다.

이는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BT)과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등이 개발중인 ‘아바타르(Avatar)’와도 비슷한 개념인데, 사이버 공간에서 화상회의나 대화를 할 때 나의 실제 얼굴을 대신하는 사이버 캐릭터, 혹은 ‘대리인’을 뜻한다. 그러자면 아바타르는 ‘주인’인 이용자의 성격과 취향, 생각 등을 정확하고 일관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밀한 애니메이션 기술, 뛰어난 자연어 처리 기술, 정확한 음성인식 기술(이것은 IBM의 ‘바이어보이스’나 ‘드래곤 내처럴리스피킹’ 같은 제품에서 보듯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과 음성합성 기술 등이 완벽하게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인간다운’ 컴퓨터를 만나는 것은 그때에나 가능할 것이다.

흐름 2 - 네트워크로 가득한 세상

온 가족이 승용차를 몰고 모처럼 나들이를 떠난다. 그런데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은 바깥 풍경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얄팍한 완전 평면 디스플레이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다. 인터넷 항해와 게임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좀 지루하다 싶으면 어느 새 영화채널로 바꾼다.

부모가 앉아 있는 앞좌석에서는 터치스크린 LCD가 자동차의 상태는 물론 E­메일이 왔는지, 집으로 전화나 팩스가 왔는지를 알려준다.

“홍길동씨로부터 팩스가 왔습니다. 지금 그 내용을 읽어드릴까요?”

“아니, 됐어. 그분에게 우리가 지금 휴가중이고 사흘 뒤에 돌아온다고 전해줘.”

“예, 알았습니다. 삑….”

이들이 이용하는 통신은 모두 무선으로 이뤄진다. 레이더를 이용한 항속 제어장치는 앞뒤의 차간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해주며, 물체 감지 카메라와 도로에 설치된 컴퓨터 신호기는 가장 쾌적한 상태로 주행하도록 자동차를 조절한다.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결코 먼 훗날의 일만은 아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개별 기술이나 제품은 이미 상품화 단계에 와 있다. 시나리오의 요체는 각각의 기술이나 제품이 아니라 네트워크다. 전국 어디에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그에 필요한 네트워크 환경이 어디에나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편재(遍在·어디에나 있는) 네트워크’다.

적어도 유선 네트워크 환경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봐도 그렇다. 1∼2년 전만 해도 ‘전화선보다 100배 빠른’ 인터넷이 이렇게 빨리 실현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지금 우리는 케이블(두루넷), DSL(디지털 가입자 회선·하나로통신), ISDN(한국통신·아이네트 등) 등 다양한 고속 네트워크 환경에 놓여 있다. 하긴 이것도 미국의 대학들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구축중인 ‘인터넷2’나 미국 정부 중심의 ‘차세대 인터넷’(NGI) 전송속도 2.4∼10기가비트(Gbps)에 견주면 ‘새발에 피’다.

요즘 들어 더욱 기대치를 높여가는 것은 무선 데이터통신 시장이다. 이는 휴대폰(이동전화)에 데이터 송수신 기능을 보탠 것인데, 흔히 ‘꿈의 통신’, 혹은 ‘제3세대 통신’이라 불리는 IMT-2000이 실현되면 휴대폰 단말기 하나로 음성은 물론 영상, 데이터 같은 멀티미디어를 주고받게 될 것이다. 그것도 전세계 어디에서나.

손에 쥐는 소형 컴퓨터(흔히 HPC, 혹은 ‘손바닥 컴퓨터’라고 한다)도 점점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무선 인터넷 통신 서비스에 힘을 싣고 있다. ‘편재 네트워크’ 시대가 바람처럼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흐름 3 - 똑똑한 웹(Web)

요즘 웹의 가장 주된 경향은 ‘개인화’, 혹은 ‘맞춤 서비스’다. ‘마이 야후!’ ‘마이 익사이트’ ‘마이 넷스케이프’처럼 ‘마이(My)’를 앞세운 서비스들이 그런 예인데, 이들은 겉모양이 조금씩 다를 뿐 서비스 방식이나 내용, 경향 등은 똑같다. 신상명세를 넣고, 흥미로운 주제와 분야를 선택하고, 관심 있는 주식종목이나 날씨가 알고 싶은 지역을 고르고….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지 모른다. ‘파이어플라이(Firefly) 네트워크’ ‘넷 퍼셉션즈(Net Perceptions)’ ‘안드로미디어(Andromedia)’ 같은 회사들은 평면적이고 기계적인 ‘맞춤 서비스’에서 탈피, ‘똑똑한’ 웹 서비스를 개발하려 한다. 이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내가 좋아하는 내용을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과 비교한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추천했던 서비스나 상품을 내게 추천한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추천 도서 서비스나 ‘론치 미디어’의 음악 비평 서비스가 그런 예.

IBM의 앨머든연구센터가 ‘WBI(Web Browsing Intelligence)’라는 이름으로 개발중인 ‘중개인(Intermediary)’ 소프트웨어도 웹의 IQ를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소프트웨어는 웹의 ‘배후’에서 작업하는데, 예를 들면 이용자가 보는 웹 페이지의 성격이나 형식을 재빨리 파악, 그에게 필요한 플러그인 프로그램들을 알아서 끌어와 설치해준다.

웹사이트에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도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다. 쌍곡선형의 나뭇가지 형식으로 정보를 구분하는 이 방식은 관련된 주제를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내면서 유연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웹 사용과 검색이 훨씬 용이하다. 어찌 보면 인터넷 초기에 가지치기 형식으로 데이터를 배열했던 고퍼(Gopher)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ZD넷과 인사이트(Inxight)가 함께 선보인 이 배열표는 그보다 한결 역동적이고 유연하다.

흐름 4 - 생각하는 칩

휴대폰으로 식기세척기를 작동시키거나, 냉장고를 이용해(좀더 정확히 말하면 ‘냉장고에 내장된 칩이’) 우유 배달을 시키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미 몇몇 나라에서는 냉장고와 연결된 네트워크가 시연되고 있다. 예컨대 ‘스트롱 암(Strong ARM)’이나 ‘드래곤볼(DragonBall)’ 같은 프로세서가 ‘pSOS’나 ‘VxWorks’ 등과 같은 운영체제를 이용, 가전제품을 부리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복잡한 칩이나 운영체제의 이름까지 알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120종 이상의 칩들이 우리의 삶을 한층 더 편리하게 해주리라는 것이다. 이들 프로세서는 지금도 우리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전자레인지 세탁기 셋톱박스 같은 물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애용하는 가전제품 아닌가. 다만 우리가 그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이다.

비디오게임이나 디지털 휴대폰, 자동차 등에 들어 있는 프로세서는 값비싼 인텔 펜티엄 프로세서와 기술적으로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 내장형 프로세서가 좀더 값싸고, 전기를 덜 소비한다는 정도랄까. 앞으로는 기술 향상에 힘입어 이러한 차이도 더 줄어들 것이다. 값비싼 프로세서들이 담당하던 몫을 저렴한 내장형 프로세서들이 대신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일반 PC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의 판매 증가율이 전년 대비 15% 정도에 머문 반면, 내장형 프로세서는 50%로 2년 전에 비해서 100%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데스크톱 컴퓨터의 중개 없이도 모든 종류의 가전제품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소통시킨다는 개념의 ‘지니(Jini)’ 기술도 실은 내장형 프로세서의 혜택을 입고 있다. 이 프로세서에 자바 기반 기술인 지니의 코드를 입력, 같은 코드를 쓰는 가전제품들끼리 서로를 인식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것. 따라서 지니는 특정한 운영체제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펜티엄Ⅱ 같은 값비싼 프로세서도 요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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