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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싸늘한 여론, 등 돌린 의원들…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았다?

‘제보조작 파문’ 정치인생 생사 기로 선 안철수

  • 김 현|뉴스1 정치부 기자

싸늘한 여론, 등 돌린 의원들…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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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대선에서 참패한 데 이어 제보조작 사건의 ‘머리’로 의심받으면서 재기 불능 위기에 처한 것. 안철수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5년 후 대권을 꿈꿀 수 있을까.
안철수가 엄청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속에 섰다. 지난 2012년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의 환호와 기대감 어린 눈길들과는 달리 이제는 차갑게 변해버린 시선만 가득한 가운데 연단 앞에 선 것이다. 자신이 만든 국민의당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이른바 ‘제보조작’ 파문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나섰지만, 이미 그에겐 ‘책임’이라는 굴레가 씌워진 상태였다. 그야말로 ‘정치인 안철수’가 정치권 입문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지난 5·9 대선에 국민의당 후보로 나섰던 안 전 대표는 7월 12일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제보조작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 저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면서 “국민의당 대선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면서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고, 원점에서 저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정계은퇴 여부’에 대해선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고민하겠다”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했다. 특히 ‘제보조작’ 사실에 대한 인지 여부에 대해 “기자회견 당시엔 뚜벅이 유세 중이었다. 그때는 인터넷 생중계가 24시간 제 주위에 계속 붙어서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그것을 보신 모든 국민은 다 아실 것”이라고 부인했다.

기자회견문은 안 전 대표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주변 참모와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했고, 기자회견 시기를 놓고선 참모들 사이에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한다’와 ‘검찰 수사 결과 상황을 보면서 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싸늘한 민심, 엇갈리는 당내 여론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한 당내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반전을 기대했던 당내 일각에선 “안 하느니만 못한 기자회견”이라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황주홍 의원은 “기대했던 구체적인 책임의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저 정도의 내용을 담을 것이라면 왜 그동안 침묵했는지 안타까움이 인다”고 비판했다. 한 당직자는 “제보조작 사건이 났을 때 3일 이내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당 전체가 소나기 장맛비를 다 맞도록 해놓고 이제 와서 밝힌 내용이 그 정도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한 방송에 나와 “(안 전 대표가)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자꾸 나와서 얘기를 하면 오히려 검찰 수사에 혼선 주는 게 있기 때문에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 확정된 후인 지금 해명한 것은 시의 적절했다”고 말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후보 탓이라는 이들도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평가를 떠나서 패배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선거의 패자로서 감수해야 될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렇게 큰 책임을, 안 후보의 어깨를 보니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고 안 전 대표를 옹호했다.


‘새 정치’ 이미지 큰 타격

안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제보조작 사건과 분명하게 선을 긋긴 했지만, 검찰의 수사는 점차 윗선을 향하는 흐름이다. 제보조작의 핵심 피의자로 이미 구속된 이유미 씨에 이어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있던 당일,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됐다. 두 사람은 안 전 대표가 직접 ‘새정치’의 상징으로 영입한 인물이다. 검찰은 또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 전 대표 캠프의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으로 활동하면서 5월 5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이씨가 조작한 제보를 폭로한 김인원 변호사를 7월 15일 재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공명선거추진단장이던 이용주 의원의 보좌관으로, 이씨의 제보를 검증하는 회의에 참여했던 김모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정밀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선 결국 이 의원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로 인해 국민의당 안팎에선 ‘앞으로 검찰 수사 상황을 봐야겠지만, 결국은 박지원 전 대표나 안 전 대표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일까.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재기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TV토론 등을 통해 스스로 무너진 측면이 강한 데다, 이번 제보조작 파문으로 최대 강점이던 ‘새 정치’ 이미지마저 퇴색해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에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과 이유미 씨는 안철수의 새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는데, 그들이 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갔다”면서 “특히 안 전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정치적·도덕적 책임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썼어야 했지만, 정계 은퇴에 대한 질문을 피하는 느낌을 주면서 오히려 더 안 좋은 이미지만 쌓인 것 같다. 이런 모습으로는 앞으로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후 패배한 안 전 대표에 대해 ‘종 쳤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 정두언 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안 전 대표는 이번 일이 없다 하더라도 재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일로 굉장히 큰 타격을 받았다”면서 “(기자회견으로) 오히려 더 얹힌 것 같다.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초라한 당내 입지


일각에선 이번 기자회견 때 송기석 채이배 최경환 의원 등 소수 의원들만 얼굴을 비친 데다 측근 참모진의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도 대선주자로서 안 전 대표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한 당직자는 “12일 기자회견장에는 자신이 만든 당임에도 불구하고 현역 의원은 일부 밖에 보이지 않았다”면서 “현재 안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어떤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 전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김경록 전 대변인과 김태형 전 공보실장 등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어떤 이유에서건 대선 때 옆에서 고생했던 사람들이 기자회견장에 오지 않은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이수봉 인천시당위원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 전 대변인 등이) 기자회견이 있는지 잘 몰랐던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지만, 한 핵심 당직자는 “김 전 대변인은 (안 전 대표가) 오지 말라고 해서 안 온 것 같다. 김 전 대변인이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한 의전 등을 직접 챙기고 당직자들에게 부탁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법적 책임 가능성 낮아

안 전 대표의 재기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제보조작과 관련해 실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공산이 낮을 뿐 아니라, 현재의 여야 간 대치 정국이 지속될수록 차기 대선 구도에서 ‘협치’와 ‘다당제’를 강조하는 안 전 대표의 존재감이 재부상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에서다.

우선 검찰이 안 전 대표를 수사하기 위해선 당시 당직자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정황이나 증거가 나와야 하지만, 현재까진 검찰 수사에서 관련 정황이나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최근 검찰 관계자가 사석에서 “(지금)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밝히려고 수사하는 게 아니라 형사법적 책임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것이다. 영장이 발부된 것만으로 윗선에 대한 형사법적 책임이 인정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검찰 역시 “좌고우면하지 않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해서 빠르게 마무리할 것”이라며 정치적 논쟁에 휩싸이는 걸 경계했다.

무엇보다 이번 제보조작 파문이 정계은퇴까지 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게 안 전 대표 주변의 생각이다. 이 위원장은 “이번 일은 정말 황당한 사안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조직적으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면서 “특히 안 전 대표가 이번 일로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난센스”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전략기획통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최근 안 전 대표와 만날 예정이었다가 제보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안 전 대표가 “기자들이 저를 찾아다닐 텐데, 잘못하다가 괜히 저와 만나서 곤란한 상황을 겪을 것 같다”고 만남을 취소한 상황을 전하며 “안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에 처음 출마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가식이 없고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 과거 안철수 현상을 불러일으킨 그 근본은 여전히 살아 있고, 정치적으로도 아직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단점들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재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5년 뒤 대선에서 안 전 대표를 대체할 대안이 있다면 대선후보로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겠지만, 현재 상황으로선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보이지 않는 손’에서 벗어나야

다만,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재기를 하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약점으로 지적되는 스킨십을 개선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비전을 명확하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쓴소리가 들린다. 국민의당의 한 초선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다”면서 “의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부단한 스킨십을 가지면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도록 해야 하고,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스스로 다져나가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과정 안 전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한 인사도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비전과 공약 등을 이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원론적인 내용보다는 국민이 눈으로 보고 피부에 와 닿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과거 대선 과정에서 안 전 대표를 괴롭힌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모들의 분열도 사실상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 인사는 “보이지 않는 손은 결국 김미경 교수를 지목하는 게 아니겠느냐”며 “안 전 대표가 김 교수의 의견을 많이 존중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결단을 내리고 해야 한다. 참모진도 실력과 능력을 기준으로 폭넓게 써야 하는데, 누구의 의견 때문에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대선주자로서 적절한 처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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