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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북한

2013 “판갈이 一戰 피할 수 없으니 최후 승리 준비하자” 2017 “미국은 공화국 공격 못한다. 경제에 매진하라”

닮은꼴 한반도 위기, 北 4년 전과 어떻게 다른가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2013 “판갈이 一戰 피할 수 없으니 최후 승리 준비하자” 2017 “미국은 공화국 공격 못한다. 경제에 매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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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은 6·25전쟁 이후 최고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운전대를 잡고 남북 관계를 주도하겠다”고 말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이고, 그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 폐기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반도 평화 구상에서 제재는 목적이 아니라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오는 수단이다.

문재인 정부는 입구·출구론을 공론화한 후 10·4(추석·2차 남북 정상회담 기념일)에 맞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추진하는 동시에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북한과의 입구론 협상에 올려놓으려고 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군사훈련과 한반도에 전개된 미군 전략자산을 축소할 수 있다”는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발언 또한 핵 동결이라는 입구로 들어가는 수단의 하나로 검토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에 나서면서 한국이 주도권을 쥘 공간이 축소됐다. 북한은 핵, 평화협정 문제는 평양과 워싱턴이 논의할 사안이라고 일관된 견해를 밝혀왔다.



“북한은 우리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아왔다. 안타깝게도 그간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북한이 운전석에 앉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신정승 전 주중대사)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는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2주간 압축적으로 미국· 중국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본 후 바뀌었다. G20 정상회의 직후인 7월 11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를 현실적으로 우리가 해결할 힘도,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다.”



“핵 억지력은 물리적 실체”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 6·25전쟁 이후 최고의 위기’라고 규정했으나 2013년 4월의 상황도 험악했다. 북한은 2012년 12월 은하3호 장거리로켓 발사와 2013년 2월 3차 핵실험에 성공한 후 한미연합 키리졸브 훈련에 맞춰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다. 미군 칼빈슨 항모전단이 한반도로 향한 올해 4월과 마찬가지로 ‘강 대 강’으로 치달은 것이다.

그렇다면 2013년의 북한과 2017년의 북한은 어떻게 다른가. 2013년, 2017년의 노동신문을 비교·분석한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의 논문(‘김정은 체제의 안보위기 담론 변화’)에 따르면 2013년에는 “미국 한국과의 ‘판갈이 일전(一戰)’을 피할 수 없으니 최후의 승리를 준비하자”는 비장한 메시지가 노동신문에 실렸다면 올해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핵 강국이 됐다. 인민들은 안심하고 경제에 매진하라”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북한의 도발 징후와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전략 자산 배치가 이어지는 동안 지구촌 언론에 비친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도 긴장 지수가 높으나 북한 주민들의 상황은 사뭇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는 경제 분야에서의 성취 과시와 증산 독려에 집중했을 뿐 숨 가쁘게 이어진 한미 합동 군사연습이나 미군 전략 자산 전개 등은 이전에 비해 비중이 대폭 축소돼 편집, 배치됐기 때문이다.”(‘김정은 체제의 안보위기 담론 변화’에서 인용)

황 교수는 “이전 시기에 사용한 전통적 논리 구조, 즉 전쟁 임박을 강조함으로써 권력 공고화를 노리는 메시지는 찾아보기 쉽지 않고, 대신 ‘이미 핵무력이 완성됐으므로 미국은 절대로 우리를 침공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인민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북한은 더 이상 사상과 정신의 우위 같은 ‘관념’을 앞세우지 않는다. ‘핵 억지력’과 ‘탄도탄’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갖췄다고 여긴다. 황 교수의 논문을 통해 전쟁 위기설이 맹위를 떨친 2013년과 2017년 평양이 주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지 살펴보자.


“우리 인민은 완전히 안전해졌다”

2013년 3월~4월 : 노동신문은 매우 공격적인 메시지를 연이어 내보내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된 플랫폼 구실을 했다. 2013년 3월 6일부터 본격화된 관련 소식은 한 달 이상 신문 1면을 대문짝만 하게 장식했고,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주요 부대 훈련 시찰 사진을 대대적으로 편집해 내보냈다. 북한군 최고사령부와 외무성, 정부·정당·단체 등의 특별성명에서부터 ‘노동신문’ 사설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형식을 총동원해 위기 담론을 적극 전달했다. 당시 ‘노동신문’이 활용한 메시지의 논리 구조는 대략 다음과 같다. ▲미국과 한국 등 외부 세력이 침공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판갈이 일전’을 피할 수 없고 ▲따라서 인민들은 영도자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최후의 승리를 준비해야 한다. 전쟁이 임박했다는 공포를 끌어올림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권력을 강화하고 충성심을 고취하고자 하는 고정적인 패턴의 위기 담론이었다.

2017년 4월~5월 초 : ‘노동신문’의 주요 편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긴장 고조를 강조하는 기사가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주변국이 숨죽여 관찰하던 4월 15일 김일성 생일부터 4월 25일 북한군 창건 기념일을 거치는 동안, ‘노동신문’ 1면은 대부분 생산 증대를 촉구하는 ‘만리마 운동’ 독려와 신축된 평양 ‘여명거리’를 자랑하는 기사로 채워졌다. 달라진 논리구조를 한눈에 보여주는 ‘노동신문’ 5월 16일자 6면에 실린 ‘국제문제연구원 법률연구소 소장 담화’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지난 1년 동안 최첨단 수준의 핵 공격 수단을 연이어 개발해 자위적 핵 억지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 세웠으며 ▲제재 속에서도 자력자강으로 동방의 핵 강국, 아시아의 로켓 맹주국이 되었으므로 그 어떤 제재로도 우리를 변화시킬 수 없고 ▲‘핵 대 핵’의 대결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메시지 구조는 사실상 이 시기 ‘노동신문’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관련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된다. ▲이미 미국 본토를 초토화할 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들을 공격할 수 없고 ▲섣부른 공격에 나선들 곧바로 잿더미가 될 것이므로 ▲우리 인민과 체제는 이제 완전히 안전해졌다는 논리 전개가 대부분의 지면에서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



“1980년대식 낭만적 통일론”

김정은 체제가 주민들에게 주입한 이 같은 인식은 북핵 협상 과정에서 평양의 구조적 제약이 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그간에 보여온 문재인 정부의 성향과는 반대로 강력한 제재로 북한을 다뤄야 할지도 모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화의 입구로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사실상의 핵보유국 상태에서 핵을 동결하고 평화협정을 맺겠다고 나서리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1980년대식 낭만적 통일론에 입각해 안전벨트도 매지 않고 운전석에 않겠다는 격”이라는 원희룡 제주지사의 분석도 되새겨볼 만하다.







신동아 201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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