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호

20대 리포트

“문·이과 복수전공도 구직에 도움 안 돼”

문과 취업난 ‘백약이 무효’

  • 입력2017-07-24 14: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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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하면 N포세대, 헬조선, 금수저, SNS, 문팬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들의 삶을 충분히 설명할 순 없다. 신동아 ‘20대 리포트’는 대학생 필자들이 바라본 20대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는다.(편집자)
    인문사회계열 대학생들은 요즘 취업난에 허덕인다. 학제 간 융합이 뜨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면 이런 취업난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아직까진 결과가 신통치 않다. 이공계 전공을 복수전공이나 연계전공으로 선택한 문과대 학생 중 상당수는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기준 이공계 졸업자의 취업률은 약 65.6%. 인문계 졸업자의 취업률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다. 그래서 최근 이공계 연계 학업을 선택하는 인문사회계열 학생의 수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한 인문사회계 학생은 2014년 5명에서 2016년 27명으로 늘었다.

    성균관대는 이공계 전공을 원하는 문과계열 학생들의 욕구를 반영해 복수전공제도 외에도 성균융합소프트웨어 연계전공(SCSC)이라는 이공계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최근 도입했다. 소프트웨어 전공자가 아닌 인문사회계열 학생도 소프트웨어 과목 수강을 통해 융합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학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이 교육프로그램을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양대와 중앙대 등 다른 서울 시내 대학들에서도 이공계 연계 과정을 밟는 인문사회계열 학생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4차 산업, 알파고 영향

    이렇게 인문사회계열 대학생 사이에 이공계 연계 과목 수강바람이 부는 것은, 이전 세대의 대학가에선 볼 수 없던, 거의 새로운 현상이다. 사회학과 학생이 경영학 과정을 이중전공으로 이수하는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이 이공계를 이중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원 전공 심화수업을 듣거나 유사 계열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하지 않고 전혀 다른 영역인 이공계열로 새롭게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 문제다. 요즘엔 문과계열에선 경영학과를 나와도 취업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면 이공계 졸업 예정자는 그나마 취업 기회가 많은 편이다. 여기에 나날이 이슈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바둑에서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 열풍도 영향을 줬다고 한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은 ‘소프트웨어 영역’이다. 강서영(여·22·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 4학년) 씨는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불면서 이공계열 복수전공을 고민하게 됐다”며 “인문계열 전공자로서 취업이 걱정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장소라(여·22·성균관대 경영학과 3학년) 씨는 실제로 SCSC를 수강한다. 장씨는 “취업 시장에서 그나마 주목받는 상경계 전공자라고 하더라도 문과생으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SCSC 선택 이유를 밝혔다. 극심한 인문사회계열 취업난 속에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이공계 쪽 지식을 조금이라도 쌓아야만 취업에 성공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복수전공 필수, 사교육까지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은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이공계 연계 과정을 수강하고 있지만 기대와는 다른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전모(여·22·성균관대 경영학과 3학년) 씨는 “막상 공부를 해보니 컴퓨터공학과를 원래 전공한 학생들의 학습 속도를 따라가기가 벅차다”고 말했다. 이어 전씨는 “따로 예습과 복습을 기본으로 해야 수업을 겨우 따라갈 수 있어 다른 활동을 거의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원래 전공인 경영학 공부에 쏟을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했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을 배려한 특별 이공계 프로그램의 경우도 사정이 비슷하다. SCSC를 수강하는 고모(22·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씨는 “함께 수강하는 친구들 중 상위 10%를 제외하고는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어한다. 심지어 수강생 중 30%는 사교육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한 친구는 중도에 휴학하고 프로그래밍 학원에 다닌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애초에 꿈꾸던 이공계 과정의 이점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복수·연계전공 학생도 적지 않다. 연계전공을 하고 있는 장모 씨는 “대부분이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스펙을 쌓으려고 이공계 연계전공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졸업 후의 취업 등과 관련해 시간·노력 대비 효율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이공계열 전공생들과 경쟁해야 한다. 취업 시장에서 복수·연계전공만으로 그들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애매한 위치에 놓인 것 같아 더 불안하다.”

    이공계 복수트랙을 선택한 학생들은 이를 중도에 포기하기도 어렵다. 한 이공계 복수트랙 전공자는 “다른 친구들이 스펙에 도움 되는 여러 활동을 할 때 나는 이공계 복수트랙에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공자인 김모(여·23·성균관대 경제학과 3학년) 씨는 “3학년 1학기에 복수전공을 시작한 만큼 한 학기가 지난 뒤 이를 바꾸면 졸업 이수 학점을 채우는 데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막연한 기대로 선택했다 후회”

    이공계 복수트랙 학생들은 정부에서 말하는 대학가 이공계 열풍과 현실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고모 씨는 “‘이공계 전공을 탑재하면 취업이 잘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복수트랙을 선택했다 후회하는 문과계열 학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 내용도 어려운 데다 학사제도까지 빡빡해 더 버겁다”고 했다.

    대학들은 문·이과 융합이 중요해진 최근 트렌드에 부응하고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취업 기회를 넓혀준다는 취지로 이공계 복수·연계전공제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지만, 이를 선택한 인문사회계 학생들은 오히려 애매한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한 복수·연계전공 프로그램 관계자는 “고교 때부터 문과와 이과가 갈린다. 문과계열 대학생들이 이공계 전공수업을 바로 따라가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문과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는 더 나은 학제 간 융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언론실무교육’ 과목 수강생이 신성호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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