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호

20대 리포트

“고급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SNS 올리기”

요즘 20대의 가장 흔한 취미는?

  • 김예지|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apwlsla@gmail.com| 왕멩유|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rinawang8282@outlook.com| 이상아|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leesa0111@naver.com| 유종영|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codygenie@gmail.com

    입력2017-07-24 15:02:29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행복한 일상’ 연출 위해
    • 게시물 150만 개…‘카페스타그램 문화’ 확산
    • “SNS 발달로 남 시선 더 의식”
    서울 시내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주연(여·21·서울 중랑구) 씨는 얼마 전 토요일 서울 망원동의 한 카페를 찾았다. 모던한 분위기의 이 카페는 일주일 전 이씨가 이미지 기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발견한 곳이다.

    이씨 일행이 도착했을 때, 카페 앞에는 7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30여 분이 지나서야 이씨는 자리에 앉았다. 이 카페에서 개발한 음료와 접시에 예쁘게 세팅된 디저트를 주문했다. 음료와 음식이 나오자 이씨 일행은 스마트폰으로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다. 촬영이 끝난 후 이들은 음료와 디저트를 즐겼다. 이씨는 1만3500원을 계산했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씨는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망원동 #카페’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주문→촬영→먹기→올리기

    취업 준비 중인 성모(24·여·서울 공덕동) 씨는 5월 30일 오전 혼자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마카롱으로 유명한 이 카페는 오후엔 손님들로 붐비지만 오전에는 한가하다. 성씨는 테이블에 라테와 마카롱을 가지런히 배열해놓고 사진을 찍었다. 이어 성씨는 음식을 들며 책을 읽었다. 성씨는 “보통 학교에 가서 공부하지만, 가끔 분위기 전환으로 카페에 온다. 사진을 찍어 내 페이스북 계정에 자주 올린다”고 답했다. 같은 카페를 찾은 유치원 교사 조모(27·여·서울 노원구) 씨도 “SNS에서 마카롱 카페라고 검색해 이곳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20대 손님들도 각기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요즘 20대의 가장 흔한 취미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즐기며 즉석에서 이 장면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올리는 행위’다. 이것은 20대 사이에 하나의 문화이자 트렌드로 정착한 느낌이다.

    SNS에서 인기 있는 카페들은 보통 ‘밥보다 비싼’ 가격의 음료와 디저트, 감각적 분위기를 제공한다. 20대 손님들이 이런 카페를 찾아 의무처럼 사진을 남기는 모습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처럼 비치기도 한다.


    “SNS 속 사진이 내 이미지”

    그러나 SNS 속 20대의 손에는 6000원짜리 핸드드립 커피가 들려 있을지라도, 일상에서는 1500원짜리 저렴한 커피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지 모른다. 알바몬에 따르면 대학생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44만8000원. 식비와 교통비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이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이 2000원을 넘지 않는 빽다방, 쥬씨, 메가커피 같은 저가 카페가 젊은 층 사이에선 인기를 끈다. 2016년 하반기 빽다방의 가맹점 증가율은 1616.7%에 달한다.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보통의 20대는 평소엔 값싼 커피를 마시다가도 가끔 고급 카페를 찾아 행복한 모습을 연출해 SNS에 올리는 셈이다. SNS에 카페 사진을 월 4회 게시하는 숭실대 4학년 이모(여·22) 씨는 “친구들을 만날 땐 가격보다 분위기를 보고 카페를 고르는 편이다. 평소엔 저렴한 커피를 마시고 주말에 가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20대는 자신이 값싼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SNS에 잘 올리지 않는다. 빽다방의 400여 가맹점이 14만 개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수를 갖고 있는 반면, 앞서 소개한 10대 카페스타그램 중 한 카페는 1만 개가 넘는 해시태그 수를 갖고 있다. 20대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대학생 유모(여·23) 씨는 인스타그램에 감각적인 카페 사진을 주로 올리면서 7000명에 가까운 팔로어(해당 계정의 게시물을 구독하는 사람)를 보유하고 있다. 유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는 카페의 분위기가 그 사람의 스타일과 감각과 안목을 보여준다. 자신의 SNS 속 사진이 곧 자신의 이미지다. 그래서 나는 평범한 프랜차이즈 커피 사진을 굳이 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려대 재학생 정모(25) 씨는 “내 SNS의 사진은 내 일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군색한 현실을 일일이 보여 줄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어 “현실은 힘들어도 SNS상에서는 최대한 좋은 이미지로 보이고 싶다. 자기 위안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요즘 20대에게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 이상의 휴식과 유희(친구들과 담소 나누기)와 작업(노트북으로 과제 수행)의 공간이 됐다.



    ‘여가’ ‘유희’ ‘작업’ 한곳에서

    그렇다면 카페가 20대에게 왜 이렇게 중요한 장소가 되었을까? 가장 큰 원인은 20대의 빈곤한 여가문화에 있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여가활동 1위가 인터넷·SNS(30.5%) 활동이고 2위가 TV 시청(22.3%)이었다. 여행, 공연 관람은 지금의 20대에겐 일상적이지 않다.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카페는 가까운 곳에서 1만5000원 정도로 세련된 여가를 제공한다.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가장 적다고 할 수 있다. 취업 준비생 이상윤(26) 씨는 “일요일마다 혼자 북 카페에서 책을 읽는다. 영화나 공연 관람에 비해 돈도 덜 들고 쉬기에 좋다”고 말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이재흔 연구원은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20대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홧김 소비’다. 비싸고 예쁜 카페를 가는 것도 이러한 기분 전환, 홧김 소비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글쓰기’ 과목 수강생들이 작성했습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