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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경영의 핵심… 숨은 블루오션의 세계”

‘골프장의 예술가’ 그린키퍼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골프장 경영의 핵심… 숨은 블루오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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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디, 수목 등 골프장 코스를 관리하는 그린키퍼는 10년 전만 해도 단순 기능직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골프장의 핵심 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관리를 알아야 골프장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 전문경영인의 요람이 된 그린키퍼의 모든 것을 살펴보았다.

골프 구력이 미천한 ‘백돌이’ 기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공 칠 맛이 나는’ 골프장을 만나면 스코어와 상관없이 기분이 좋다. 페어웨이와 그린이 잘 정비돼 있을 뿐 아니라, 공을 칠 때 잔디에서 좋은 느낌을 받게 되는 골프장이 그렇다. 골프에 입문하고 한동안은 사라진 공을 찾으러 다니느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근래 들어서야 골프장 풍광이 눈에 들어오고, 코스의 전반적인 모양새, 페어웨이와 그린의 상태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느끼게 된 사실이다.

하루는 경사가 심한 곳에 홀컵이 조성돼 있어 퍼팅에 어려움을 겪은 동반자가 “그린키퍼가 어젯밤에 부부싸움을 했나, 왜 이런 곳에 홀컵을 만들었어” 하고 투덜거렸다. 그린키퍼(Green Keeper)는 골프장 코스 내 잔디, 수목, 시설물, 조경 등을 유지, 관리하는 코스관리자를 말한다. 티업 지점을 설정하고, 홀컵 위치를 정하는 것도 그린키퍼의 일이다. 골퍼의 경기력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존재인 셈이다.



슈퍼인텐던트(Superintendent)

과거 그린키퍼는 단순히 ‘잔디를 관리하는 기능직’ 정도로 인식됐다. 지금도 그린키퍼로 입사하면 처음엔 잔디 깎는 일 등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일각에선 ‘3D업종’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린키퍼를 슈퍼인텐던트(Superintendent)라고 한다. 슈퍼인텐던트는 골프장의 코스관리뿐 아니라 조직의 인력관리, 운영을 위한 예산 편성, 경기운영 관리 등 경영적인 부분까지 관장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사장, 본부장, 지배인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린키퍼 출신으로 지배인, 본부장은 물론 CEO에 오른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그만큼 그린키퍼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명레저산업 비발디파크 골프사업부를 총괄하는 김진철 총지배인(상무이사)도 그린키퍼 출신이다. 입사 17년 만인 2012년 총지배인에 올랐다. 1995년 그린키퍼 일을 시작한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경영관리에 관심을 갖고 영업자료 분석 등을 공부했다. 그 결과 코스관리와 영업관리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고, 골프장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심규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한국잔디연구소장은 “골프장에서 그린키퍼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골프 인구에 비해 골프장 수가 적었다. 골프장으로서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늘 만원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골프장 수가 급증했다.

당연히 골프장 사이에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졌다. 캐디와 프런트 직원들의 서비스, 식당의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골퍼들이 골프장을 다시 찾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잔디 상태 등 코스 품질일 수밖에 없다. 그걸 책임지는 사람이 그린키퍼다. 심 소장은 “그린키퍼의 코스 관리 역량에 따라 코스 품질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그린피 경쟁력, 원가관리 등이 좌우된다”고 강조한다.

“골프장 비용 항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코스관리 비용이다. 전체 지출 예산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코스관리 비용을 절감할수록 골프장으로서는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그 비용을 줄이려면 코스관리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린키퍼가 경영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진철 이사는 “그린키퍼는 코스관리를 할 때 ‘관리를 위한 관리’를 하지 말고 경영자로서의 자세를 갖고 코스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코스관리 원가를 낮추는 게 아니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관리에 비용을 아끼지 않지만 낭비는 안 된다는 뜻이다.”


코스관리가 골프장 경쟁력

그린키퍼의 일은 다양하고 전문성도 높다. 첫 번째 팀이 티오프를 시작하기 전에 코스 전체를 돌며 잔디 상태를 관찰하고, 병충해 등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한다. 잔디는 티잉그라운드 잔디와 페어웨이 잔디, 그린 잔디가 각기 다 다르다. 페어웨이 잔디도 양잔디, 한국잔디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들 각 잔디의 특성을 제대로 다 알아야 제대로 키우고 관리할 수 있다. 또한 토양의 특성을 제대로 알아야 그에 맞는 잔디를 선택하고 잘 키울 수 있다. 비료·영양제, 약품도 잔디별 특성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러프 관리도 중요하다.

조경수의 종류도 다양해 저마다 특성을 알아야 나무를 죽이지 않고 잘 키울 수 있다. 연못 수질관리도 그린키퍼의 일이다. 최근엔 골프장 리뉴얼, 리모델링을 하거나 그린과 페어웨이 잔디를 교체하는 것도 그린키퍼의 영역이 되고 있다. 여기에 작업자들을 관리하고, 골퍼들이 플레이할 때 불편 사항을 체크하는 것도 그린키퍼의 몫이다.

그래도 가장 기본은 잔디 관리다. 그린키퍼에 농업고등학교나 농대 출신이 많은 이유가 잔디를 키우고 관리하는 게 농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잔디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은 잔디를 키우는 것보다 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심 소장은 말한다.

“잔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코스의 퀄리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잔디를 1주일에 한 번 깎느냐 이틀에 한 번 이상 깎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자주 깎아줄수록 수직 생장을 안 하고 옆으로 자라 밀도가 높아진다. 뿌리와 줄기가 땅에 착 달라붙을수록 잔디는 품질이 좋아진다.”

김진철 이사는 “골프장 관리의 기본은 단연 최고 품질의 잔디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린키퍼는 그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리 회사 그린관리팀에서는 특히 그린 볼 스피드를 정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우리만의 노하우를 개발했다. 덕분에 1년 내내 프로선수들도 인정할 정도로 일정한 볼 스피드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골프 채널이 생기고 매주 국내 프로골프대회를 생중계하다 보니 잔디 관리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었다. 화면에 그 골프장의 잔디 상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잔디가 좋으면 시청자 누구나 저기서 한번 공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김 이사는 “프로대회를 치르는 골프장 그린키퍼들은 경쟁심이 생긴다. 프로선수들과 다른 골프장 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 괜히 으쓱해진다”고 털어놓았다.

자연을 관리하는 일이다 보니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올봄처럼 가뭄이 극심해 잔디가 말라 타들어갈 때면 그린키퍼의 마음도 타들어간다. 하지만 자연을 벗 삼아 일을 하니 늘 여행 온 기분이 든다.

롯데스카이힐 김해CC에서 그린키퍼로 일한 김진규 씨는 “내가 관리한 코스가 완벽하면 예술작품을 빚어낸 예술가가 된 기분이 든다. 골퍼들이 내가 가꾼 코스를 만끽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이 농약을 많이 사용해 인체에 해롭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부분의 골프장 페어웨이엔 실뱀이 살고 벌레들이 있다. 연못엔 피라미는 물론 작은 민물새우도 산다. 이들 생명체가 산다는 것은 환경에 별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다양한 진로

그린키퍼는 골프장마다 18홀 기준으로 평균 14~15명이 근무한다. 전국에 골프장이 550여 개 있으니 대략 7000~8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아무래도 여성이 일하기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는 않다. 여성 그린키퍼도 여럿 있다. 코스관리는 대부분 기계로 하기 때문에 운전과 조작 기술만 익히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서 운영하는 그린키퍼학교에 따르면 지금까지 여성 졸업생이 5명 있는데 모두 남자들보다 먼저 취업했다고 한다. 여성의 섬세함이 코스관리에 장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린키퍼로서 전문성을 쌓으면 골프장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것 외에도 진로가 다양하다. 대학교수가 된 경우도 있고, 골프장 관리 아웃소싱 사업 등 골프장 관련 분야의 창업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잔디와 관련된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다. 잔디 재배와 잔디 판매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잔디 유지 관리는 골프장만 하는 게 아니다. 공원, 아파트, 체육시설, 학교 운동장 등 잔디가 있는 곳은 다 그린키퍼의 사업 영역이다.

그린키퍼 교육을 하는 곳으로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서 운영하는 그린키퍼학교와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KU골프장아카데미가 있다. 물론 꼭 이곳을 나와야 그린키퍼로 취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골프장으로선 기본을 갖춘 직원을 채용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연봉은 골프장마다 다르지만 보통 일반 회사 대졸사원 이상은 받는다. 경력과 전문 노하우가 쌓일수록 연봉도 늘어난다.



골프장 전체를 경영한다

심 소장은 ‘그린키퍼’라는 직업의 미래 전망을 “비교적 밝은 편”이라고 자신한다. 앞으로 골프장 간의 영업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그럴수록 골프장의 잔디 품질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골프장 현장을 보면 20~30대 그린키퍼 숫자가 적은 편이다. 게다가 거대한 중국 시장이 우리 옆에 있다. 중국은 이제야 골프 붐이 일기 시작했다. 골프장 숫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조차 안 된다. 골프장이 생겨나면 그린키퍼가 있어야 하고, 그린키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쉽게 배워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김진철 비발디파크 골프사업부 총지배인은 “그린키퍼는 골프장 전체를 경영한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고 일해야 한다”며 “이런 자부심을 갖고 도전한다면 충분히 CEO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심규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한국잔디연구소 소장 “100% 취업… 골프장CEO를 꿈꿔라”

그린키퍼학교는 골프장 코스관리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을 느낀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1989년 개설했다. 협회 산하 한국잔디연구소 심규열 소장은 그린키퍼학교의 산증인이다.

그린키퍼학교 현황은.
“지난 2월 졸업한 23기 졸업생까지 총 446명의 그린키퍼를 배출했다. 졸업생은 100% 취업했고, 지금도 그린키퍼로 전국 골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원 자격은 어떻게 되나.
“전문대 졸업자는 잔디 관련 1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한다. 4년제 대학 졸업자는 경력이 없어도 지원 가능하다. 11월에 모집 공고를 하고, 1월에 시험과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교육과정은.
“수업은 3월에 시작한다. 3월 한 달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론을 배운다. 그러면 골프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4월부터 12월까지는 실습과 이론을 병행한다. 3주는 골프장 현장에서 실습하고, 1주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강의실에서 이론 강의를 한다. 강의는 실습하면서 든 궁금증이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육과정이 빡빡해 1년을 온전히 투자한다고 각오해야 한다.”

그만두는 사람이 많나.
“수업이 힘들어 그만두는 경우는 없다. 집안 사정이나 개인 사정으로 기수당 1~2명 포기하는 정도다.”

비용은.
“한 학기 240만 원씩 연 480만 원 정도다. 하지만 실습을 나가면 골프장에서 실습비(1일 5만~6만 원)를 주는데, 월 100만 원 정도 된다. 4월부터 12월까지 하면 1000만 원 정도 받는 셈이어서 교육비 이상 나온다. 실습 기간에 골프장에서 숙식도 제공한다. 돈이 없어 못 배운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그린키퍼가 되려는 청년들에게 조언한다면.
“수료생 중에는 골프장 대표이사와 골프장 오너 2세도 여럿 있다. 그만큼 그린키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 그린키퍼 가운데 20~30대가 많지 않다. 처음엔 일이 고될 수 있지만 기술을 익히고 경영까지 익힌다면 골프장 CEO까지 오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인터뷰 | 롯데스카이힐 그린키퍼 김진규 씨 “재미와 보람, 전망 모두 밝은 유망 직종”

그린키퍼 3년차인 김진규(28) 씨는 롯데스카이힐 김해컨트리클럽 현장에서 일하다 지금은 본사 총무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롯데스카이힐 3개 골프장의 코스관리에 관여하고 있다.
그린키퍼가 된 계기는.
“대학 다닐 때 골프장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린키퍼로 일하는 분들을 보며 비전이 있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야외에서 하는 일이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웃음). 처음 입사하면 코스관리를 위해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고생한다. 하지만 6개월에서 1년이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보람을 느낄 때는.
“골프장 구석구석 내 손이 안 거친 곳이 없다 보니 애정이 많이 간다. 티마크부터 홀컵까지 다 내가 책임진다는 보람이 있다. 특히 잔디는 거짓말을 안 한다. 정성 들여 관리하면 그만큼 코스 퀄리티가 높아진다. 손님들로부터 ‘잔디 관리가 잘되어 있다’ ‘그린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피곤이 싹 가신다.”

현재 하는 일은.
“김해CC에서 일하다 지금은 본사 총무부에서 회사 소속 3개 골프장 코스관리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경영관리를 경험할 좋은 기회라 여기고 열심히 배우고 있다. 경영관리하는 데 코스관리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수입은.
“연봉 3500만 원 정도 된다. 골프장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앞으로 목표는.
“당연히 골프장 CEO가 되는 것이다.”

그린키퍼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일이 힘들지 않고, 재미와 보람이 크다. 전문성을 갖고 도전하면 충분히 전망이 밝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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