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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 사업 카운트다운

  • 노승준 일본 미래공학연구소 수석컨설턴트 김강호 문화일보 경제산업과학부 기자

IMT-2000 사업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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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에 이어 유선통신 부문의 후발사업자로 등장한 데이콤, 하나로통신, 온세통신은 관련업체와 공조체제를 통해 사업권 수주전에 참여할 계획이다. 데이콤의 경우 지난해 말 신세기통신을 포함한 3개 휴대전화 회사와 연합전선을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LG로 경영권을 이양한 이후, 곽치영 전(前)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정규석 데이콤 사장은 “IMT-2000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신세기통신을 포함한 3개 이동전화 회사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사장은, 신세기통신 외에는 제휴사가 어딘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LG텔레콤과 한솔PCS를 뜻하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했다.

그러나 최근 신세기통신이 SK텔레콤에 투항, 데이콤의 컨소시엄 구도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현상태에서 신세기통신과의 컨소시엄은 SK텔레콤과 제휴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 데이콤이 IMT-2000 사업자의 주인 노릇을 하기는 쉽지 않으며 따라서 신세기통신을 파트너로 택하기 어렵다. 결국 데이콤은 새로운 협력대상업체를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

제2 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은 시외 및 국제전화사업자인 온세통신과 제휴, IMT-2000사업권 수주전에 뛰어 들었다. 이들은 서울이동통신 등 10개 지역 무선호출사업자, 아남텔레콤 등 3개 주파수공용통신(TRS)사업자와 함께 ‘IMT-2000사업단’을 발족시키고 사업권을 따기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하나로-온세 연합 컨소시엄은 사업권을 획득할 경우, 2조원 규모의 별도 회사를 설립해 컨소시엄에 참여한 통신사업자는 물론 다수의 중소기업 등 민간기업에 지분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납입자본금 50% 범위 내에서 국민주도 발행할 계획이다.

데이콤 인수로 통신시장 재편에 핵으로 떠오른 LG 역시 LG텔레콤 LG정보통신과 축을 형성, 차세대 통신시장 선점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LG가 하나로통신의 경영권마저 확보한다면 이동전화는 물론 시내, 시외, 국제전화 심지어 통신장비(LG정보통신)까지 포함하는 사상 초유의 거대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로 변모하게 된다.



LG텔레콤은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동기식 IMT-2000시스템 실험국 준공검사를 끝내고 실험운영에 들어갔다. LG측은 올 상반기까지 표준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지능망 접속 국제로밍, 다른 망과의 연동 기능 등을 부가한 상용시스템을 2001년 말까지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LG텔레콤은 ‘국내에서 실험국 운영을 가장 먼저 시작함으로써 IMT-2000사업 기반을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솔PCS는 지난해 IMT-2000 태스크 포스를 전담사업팀으로 확대 개편해 사업권 획득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또 연말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이충근 박사를 IMT-2000사업단장으로 영입,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한솔PCS는 또 IMT-2000도입에 기초한 서비스 확대작업을 추진하고 루슨트 테크놀러지, 삼성전자, 노던텔레콤 등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IMT-2000 사업자 선정에 대비, 데이콤 등과도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계속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벨캐나다그룹의 무선사업 전담회사인 벨 모빌리티사와 IMT-2000기술과 응용서비스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도 했다. 이 제휴로 한솔PCS의 무선망기술 및 운영경험과 벨 모빌리티사의 셀룰러 PCS 항공전화 위성통신 등 종합무선사업 운영기술이 결합돼 IMT-2000기술과 응용서비스 개발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주파수를 살펴보니

그렇다면 과연 몇 개의 면허가 누구에게 주어질 것인가? 관련기업의 사활이 걸린 이 질문에 정답을 가진 이는 없다. 그러나 3G사업의 기술, 경제적 특성들을 고려해 지금까지 전문가들이 조심스럽게 제시한 의견을 종합해 볼 때 면허는 3개 내지 4개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숫자가 무슨 근거로 나왔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주파수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동통신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관청에서 사업면허를 받아야 한다. 우리의 경우 면허를 발급하는 곳은 정보통신부다. 그러나 면허만 가지고는 안 되고 주파수대역을 분배받아야 한다. 주파수대역이란 이동통신사업을 할 수 있는 하늘의 통로다. 그지없이 넓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도 정해진 루트가 있듯이 공중을 여행해 정보를 전달해주는 라디오파장에도 정해진 길이 있다. 사업면허를 받은 기업은 대역을 넓게 확보할수록 그 만큼 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공공산업자원이고 희귀자원인 주파수대역은 정부에 의하여 ‘분배’된다. 일견 아무에게도 소유권이 없어 보이는 이 공중의 길을 정부는 어떻게 분배하는가? 이 과정은 오래된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다시 특정국가의 사업자가 자국정부로부터 주파수대역의 사용권을 부여받는 과정은 ‘a’로 시작하는 3개의 영어단어, 즉 allocati on, allotment, 그리고 assignment로 요약된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ITU는 각 회원국이 보내는 정부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회의인 WARC에서 마치 프리즘처럼 이어지는 주파수의 띠를 마디마디 잘라 용도별로 지정해 만국 공통으로 사용하게 한다. 우리말로는 ‘역무대역의 할당’이며 영어로는 allocation이다. 그 다음 과정이 allotment인데 이는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Allotment가 필요한 것은 한 주파수대역을 사용하는 특정한 서비스, 또는 전파활동이 한 나라의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 ‘전파간섭’을 일으키는 경우다. 이때에는 ITU에 의해 할당된 주파수 대역 내에서 다시 지역별이나 국가별로 쪼개지 않을 수 없다.

정치 경제적으로 우리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국내에서 용도별로 ‘배분’되는 과정, 즉 assignment다. 1992년 ITU-R(ITU의 무선 부문)는 2GHz대에서 230MHz분을 지상계(170MHz)와 위성계(60MHz)로 나누어 제3세대 이동통신시스템 전용으로 할당했다. 지상계 이동통신대역은 다시 주파수 이용방식에 따라 주파수분할 복신방식(FDD)과 시분할 복신방식(TDD)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분리된다. 간단히 말해 FDD가 주파수대역을 사용하는데 상향(개인의 단말기에서 기지국으로 송신)과 하향(기지국에서 단말기에 송신)을 짝(pair)으로 양방향으로 써야 하는 반면, TDD는 한 방향으로 쓸 수 있다. 비동기식인 FDD에 120MHz, 동기식인 TDD에 50MHz로 할당돼 있다.

3G를 논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FDD용으로 할당된 120MHz다. 상향, 하향의 왕복을 짝으로 주파수를 묶을 경우 결국 반인 60MHz가 실제 분배대상이 된다. 한 사업자당 15MHz씩 균등하게 분배한다고 한다면 사업권이 4개, 20MHz씩이라면 3개라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3이란 숫자의 매력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이 되는 FDD용 60MHz를 몇 조각으로 내야 할까? 이 숫자는 결국 기술적 고려와 경제적 고려의 절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고려란 전파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관한 것으로, 고속의 멀티미디어 이동통신시스템인 IMT-2000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한 사업자당 최소한 20MHz를 갖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이런 논리를 배경으로 우리도 할당된 60MHz를 한 사업자당 20MHz씩 분배한다면 사업자는 3개가 된다.

흔들리지 않게 선다는 의미의 한자인 솥 정(鼎) 자는 다리가 3개다. 한자문화권에서는 경쟁상황의 세력균형을 생각할 때 3이라는 숫자가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게다가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인데도 사업자수를 3개로 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설명하기 힘든 ‘전염효과’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사업기회의 공정한 분배와 시장경쟁 촉진이라는 면에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유럽에서는 한 사업자당 15MHz, 또는 10MHz로 비교적 잘게 잘라 분배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이도 일률적인 분배가 아니어서, 경매제를 채택해 그 주파수의 운영권을 팔아 운영의 효율성을 시장논리에 맡기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주파수경매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구미사회와 달리 도시화가 비정상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아시아사회를 단순비교하는 일은 위험하다. 인구분포, 특히 도심지역에서의 인구밀도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사업자당 20MHz씩 분배하기로 하였으므로 유럽의 사업자보다 여유가 있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유럽도시의 몇 배에 달하는 일본의 대도시는 사정이 훨씬 어렵다.

일본의 사업자들은 폭증하는 대도시의 가입자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다. 동경의 경우 하루 중 피크타임에는 역주변 등 직경 1km의 좁은 지역에 구미의 웬만한 도시인구에 해당하는 이동통신가입자가 몰려 심각한 전파간섭이 일어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일본의 이동통신업체들은 현재의 2G사업에서만도 편방향으로 30MHz는 필요한데 멀티미디어 이동통신에 20MHz를 할당한다는 것은 턱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급기야 정책으로 옮겨지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나라의 사업자수 문제와 결부돼 있다. 과밀대도시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서 주파수의 국내분배보다 더 원천적인 ITU에서의 3G용 역무대역의 추가할당이 바로 그것이다. 순조로운 3G사업 전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일본 우정성과 사업자들은 다음 ITU 회합에서 IMT-2000용으로 할당된 주파수대역의 확대를 요청하기로 했다. 2000년 5월 터키에서 열리는 ITU WARC에서 IMT-2000용으로 주파수가 추가 할당될지 여부는 일본과 한국의 로비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원래 2010년경에 실현될 것으로 예정된 이 추가할당은 최근 상황에 비추어 ITU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파수의 추가할당이 예상되는 상황에, 또한 사업지원자수가 더 이상 ‘구조조정’되기 힘든 상황에 면허수가 4개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만약 ITU에서 주파수가 추가 할당되지 않더라도 60MHz로 4개의 사업자에 대응하는 것은 일단 형식논리상 타당한 것으로 유럽에서 판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해 신축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사태진전 가능성에 마음의 문을 열어 놓을 필요가 있다. 다름아닌 주파수의 경매 및 재판매 가능성이다. 이러한 새로운 공공자원 운영방식은 시장에서의 활동성과에 따라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투명성과 경제 정의 사이

국내사업자선정과 주파수배분은 크게 경제 외적 방법과 경제적 방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제 외적(經濟外的)인 방법의 대표가 종합심사방식이다. 쉽게 말해 ‘미인 뽑기’로, 각 지원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종합적’이라는 말은 그 심사의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제한된 공공자원을 민간기업이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주는 데 있어 정부로서는 국민의 편익이 도모되고, 중복투자나 자원의 낭비를 막으며 관계 기업의 경쟁력이 국내외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가 등의 공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시장에서의 자유가 보장돼 선진적인 자본주의가 정착되며 결과적으로 경제정의가 실현되는가 여부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적인 방법은 입찰에 의한 주파수 경매방식을 대표로 들 수 있다. 가격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므로 경제논리에 의한 방법이다. 지금까지 공공자원이라고 여기던 하늘의 길을 경매에 내놓고 가격을 가장 많이 부른 업체에 그 사용권을 팔겠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소위 영미계 자본주의 경제와 독일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국가가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격경쟁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선정과정이 ‘투명’하다는 것이다.

제3세대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전파법 개정안에 주파수경매방식의 도입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12월 국회 정보통신위원회는 이 개정안의 통과를 보류함으로써 주파수경매제는 일단 연기된 상태다. 언제 다시 바뀔지 모르는 안이지만, 당시 국회가 이를 거부한 이유의 핵심은 사업자들에게 비용부담이 크며 이것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법률체제나 행정 스타일, 그리고 소유권 개념이 유사한 일본에서도 주파수경매는 초기검토에서 부정적인 결론에 봉착해 사실상 연기됐다. 부정적인 결론이 난 이유는 경매제도 자체에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희귀자원인 주파수자원을 경쟁에 입각해 판다는 것은 소유권 개념과 결부된다. 소유권 행사에는 사회를 상대로 하는 공리성 효율성 정의 평등 등의 도덕적 가치를 초월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주파수경매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토의와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3G사업을 하게 되는 길은 산 넘어 또 산이다. 사업자수와 주파수 배분방식이 결정이 난다고 해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제3세대 이동통신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올해 9월까지 사업계획서를 정보통신부에 제출해야 한다. 왜 다른 회사보다 3G사업을 더 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야 할 이 문서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어떠한 기술표준을 채택할 것인가이다.

이보다 앞서 6월까지 정보통신부는 한국에서 채용될 기술표준 선정작업을 마치도록 돼 있다. 사업설계에서 투자를 거쳐 서비스체제로 들어가려면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일본 NTT 도코모의 경우 2001년 3월 서비스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 3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2002년 월드컵 개최시 한·일 간 공동서비스를 한다고 큰소리를 쳤음에도 아직 기술표준이 확정되지 않아 사업후보자들로서는 불안하고 불만스럽다.

주파수 할당 사냥의 4마리 토끼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것은 특정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이동통신사업에서 한국이 위치한 특수상황에 기인한다. 그리고 이 특수상황이란 CDMA라는 한 단어로 압축이 된다. 즉 2G에서는 미국계의 CDMA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나 3G에서는 미국기술과 유럽기술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뿐만 아니라 사업자와 장비메이커 등 이해 관계자들이 통일된 비전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IMT-2000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동통신 기술표준이다. 각 나라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국경을 넘어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무선접속방식과 네트워크 간에 호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세계표준은 단일화돼 있지 않다. 현재 경합을 벌이고 있는 유럽식은 W-CDMA라 하고 미국식을 cdma2000이라 한다. 언뜻 들으면 영문표기를 대문자로 할까 아니면 소문자로 할까 정도의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복잡하다.

비동기식, 즉 유럽식 무선접속방식을 옹호하는 회사들이 결집한 세력을 3GPP (Thi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라고 부른다. 이 그룹의 주도적인 기업은 유럽을 대표하는 기기메이커인 에릭슨, 노키아 등이다. 이 유럽세력에 가세한 큰 원군이 일본의 거대이동전화회사인 NTT 도코모다. 미국식 방식은 GPS 동기신호를 사용하며 퀄컴이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동기식을 지지하는 세력은 퀄컴 외에 모토로라 루슨트 등 미국회사들인데, 이들은 3GPP2라는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3GPP와 3GPP2 진영 간의 싸움은 지난해 3월5일 양사가 합의를 통해 화해의 실마리가 풀리게 됐다. 이 화해를 계기로 각국의 통신사업자들은 기술적인 해결을 통한 표준화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OHG(Opera tors’ Harmonization Group)라는 잠정 기구를 만들어 동기·비동기 양방식간의 합의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우리 업체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더 다양해진 것이다.

더욱이 유럽방식과 미국방식 간에 호환성이 확보되는만큼 다양한 방식을 채용하는 것은 국내소비자에게도 선택의 여지를 주며 국내의 기기메이커들이 수출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일본은 복수표준의 도입을 확정하였으며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도 미국, 유럽, 그리고 중국의 독자표준 등 복수 표준을 채택할 전망이다.

IMT-2000 사업자선정과 주파수할당이라는 사냥에서는 다음의 네 마리의 토끼를 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은 공공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함과 동시에 가능한 한 최대의 이윤을 내고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키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수많은 사람들이 단말기를 소유하고 많은 나라에서 기반시설이 구축될 것이므로 장비제조업체들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공공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선진적인 시장질서가 정착되는 또 하나의 계기로 써야 할 것이다.

상당히 많은 주문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는 이웃나라 일본의 우정성과 통신업계가 ‘수면하에서’ 시장판도를 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온 것으로 보인다. 희망을 걸어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IMT-2000 사업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들

IMT-2000 사업 진출을 앞둔 재계의 뜨거운 열기 한쪽에서는 사업자 선정 시기나 사업자수 제한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기존 5개 휴대전화사업자들이 출혈경쟁을 통해 간신히 시장진입에 성공했는데 또다시 사업자를 허가, 새로운 신규사업자가 등장한다면 시장 자체가 문란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PCS시장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시장의 문란은 신규가입자 고객 유치를 지상과제로 선택하는 사업자들의 마케팅전략으로 기존가입자들의 피해가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문제도 있다. 올 5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산하 WARC에서 160MHz 대역의 주파수를 추가할 경우 주파수 부족을 이유로 사업자수를 제한하려는 정부의 논리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ITU가 IMT-2000용 주파수를 추가 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마당에 굳이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느냐는 시각이 그것이다.

이는 새로운 주파수가 등장할 경우, 주파수 부족으로 사업자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에 따른 주장이다. 즉 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사업자들에게 주파수사용료를 받는 조건으로 사업권을 부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술표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개발에 따른 기회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투입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배순훈 전 정통부장관은 재직시 “한국이 CDMA로 어느 정도 덕을 보긴 했지만, 시장에서 전혀 확인되지 않은 기술을 단일 국가표준으로 선정한 것은 재고의 가치가 많은 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기술방식은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것이지, 정부가 나서서 국가표준으로 채택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2002년 5월을 서비스 상용화시기로 설정하고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IMT-2000 상용화 시기는 월드컵 행사와 맞물려 있다. 일본은 이미 사업자 선정을 매듭짓고 2001년 3월에 세계에서 가장 빨리 상용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관련 장비시장에서 주도권을 갖는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적극적인 대응이 한국 정부를 자극, 월드컵 개최와 맞물려 IMT-2000의 상용서비스를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파악되고 있다. PCS 분야에서 CDMA방식으로 이동통신 강국으로 급부상한 한국이 일본에 밀릴 수 없다는 자존심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 밀려서는 21세기 이동통신의 대세를 가름할 IMT-2000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는 물론 세계시장 진출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보통신시장의 특성상, 선점의 중요성이 어떤 분야보다 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자존심으로 월드컵 개최시기에 맞춰 상용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산적한 문제를 제쳐두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국가적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신동아 200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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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준 일본 미래공학연구소 수석컨설턴트 김강호 문화일보 경제산업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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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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