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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 영어 혀훈련으로 가능하다

在英 이문장 교수의 영어통달 비법

  • 이문장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신학

원어민 영어 혀훈련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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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경우 말을 하려고 할 때 혀 끝은 쉬는 위치에서 떨어져 입안에 평평하게 있게 된다(그림 참조). 이것을 혀의 준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은 “이제부터 말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혀 끝이 쉬는 위치 혹은 기본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져 발음을 하기 위한 준비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다. 말을 마친 다음에는 다시 기본 위치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영어의 경우에는 말을 하려고 할 때 혀 끝이 움직이지 않고 기본 위치에 그대로 있다. 다만 (그림에서와 같이) 턱이 조금 아래로 내려가 입술이 약간 벌어져 발음하기 편한 모양을 가지게 된다. 영어의 모든 발음은 혀 끝이 기본 위치에서 출발하고, 입 안을 돌면서 소리를 만든 다음, 다시 기본 위치로 돌아온다.

혀 끝이 움직이는 길 : 한국어

이제 한국어에서 혀 끝이 움직이는 길과 영어에서 혀 끝이 움직이는 길의 차이를 설명해 보자. 혀 끝이 움직이는 길을 연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 연습을 자동차 운전을 배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자동차 운전을 처음 배울 때, 우리는 브레이크, 가속페달, 그리고 기어 변속 등을 이론으로 먼저 배운다. 기어를 중립에서 1단으로 넣을 때는 오른 발은 어디에 있어야 하고 왼발은 어디에 있어야 한다는 등 복잡한 절차를 배운다. 차가 움직이는 상태에서 기어를 2단, 3단으로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운다.



물론 처음에는 배운대로 잘 되지 않는다. 이론과 몸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을 사용하고 손과 발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반복 연습을 하는 동안 차츰 운전 기술이 내 몸의 일부가 되고 습관이 된다. 운전이 익숙해지면 이론은 사라지고 본능적으로 또한 습관적으로 편안하게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영어에서 혀 끝이 움직이는 길을 익히는 과정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제까지 한국어에서 혀 끝을 움직이는 길에 습관이 들어 있고 길들어 있는 한국 사람이 영어에서 혀 끝을 움직이는 길을 따라 혀를 움직이려면 처음에는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다. 한 마디로 혀가 잘 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설명하는대로 따라 하다 보면 영어를 발음하는 것이 편하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미숙하다 할지라도, 이론을 알고 원리를 알고 있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혀가 움직이는 길을 모르면 영어 발음 연습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발음이 제대로 되는 것인지 자신이 없게 된다. 원리를 알고, 이치를 아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한국어를 발음할 때 혀 끝은 기본 위치에서 떨어져 준비 위치로 간다. 한국어에서 혀 끝이 움직이는 길은 준비 위치와 기본 위치 사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한국어의 거의 대부분의 소리들은 혀 끝이 입 안의 공간과 윗니-위잇몸 사이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이동하면서 조음된다. 혀 끝이 아랫니와 아래 잇몸 쪽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예는 거의 드물다. 따라서 한국어의 조음지점은 입 안의 앞쪽 상단이 된다.

혀 끝이 움직이는 길 : 영어

영어에서는 혀 끝이 움직이는 길이 한국어와 다르다. 영어에서 혀 끝이 이동하는 위치는 네 곳이다. 이 네 위치를 움직이면서 영어의 모든 소리가 만들어지게 된다. 필자는 영어의 모음과 자음을 한데 묶어서 이렇게 네 위치를 중심으로 분류하고 설명한다. 자음도 혀 끝의 위치를 중심으로 분류하고 설명한다. 이것이 기존 영어 음성학 교재들이나 발음 교재들과 다른 점이다. 필자는 혀 끝이 움직이는 길을 알고 발음을 연습한다면 한국인의 발음과 듣기 학습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혀 끝의 움직임과 함께 앞에서 언급한 영어 음성학의 전통적인 분류 방식 가운데 성대 진동 여부나 조음 방식 등은 참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f/나 /v/를 설명할 때, 혀 끝은 기본 위치에 두어야 한다는 설명과 더불어, 윗니로 아래 입술을 가볍게 무는 식으로 발음해야 하는 것도 알아야 한다. 물론 /f/는 무성음이요, /v/는 유성음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영어에서 혀 끝이 놓이는 위치는 다음 네 위치다.

제1 위치: 아랫니 뒤와 아래 잇몸 사이

제2 위치: 앞니 사이

제3 위치: 입 안 공간

제4 위치: 위 잇몸

ⓐ 혀 끝의 제1 위치: 아랫니-아래 잇몸

영어에서 혀 끝이 놓이는 제1 위치는 아랫니와 아래 잇몸 사이다. 혀 끝은 아랫니와 잇몸 사이를 움직이는 동안 떨어지면 안된다. (그림 참조) 혀가 쉬는 위치, 즉 혀 끝의 기본 위치도 제1 위치의 일부에 해당한다. 이 위치를 움직이면서 발음되는 모음과 자음들은 다음과 같다.

●모음: /r/ 소리가 포함되지 않는 모든 모음. 즉 / r/ 계열이 아닌 모음 전체가 여기에 해당한다. (i e æ a u i: : u: ai ei oi au ou) (모음 종류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차이가 있다. 이 모음들은 한국인 영어학습자들을 염두에 두고 필자가 임의로 정한 것이다.)

●자음: p b k g f v s z m h j w

위의 자음과 모음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모든 음절(syllable)은 그림에서와 같이 혀 끝이 아랫니와 잇몸 사이를 이동하면서 발음된다. 이 때 혀 끝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국어 발음은 영어에서와 같이 혀 끝이 아래에 붙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발음하기 쉽지 않다. 한국인들의 혀 끝은 자꾸만 들려 입 안의 공간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한국어에서 혀 끝이 움직이는 영역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혀 끝이 제1 위치를 움직이며 떨어지지 않도록 하며 다음의 음절들을 발음해 보라. pig b s k m giv fiks veis sai zig mis him jes weik.

ⓑ 혀 끝의 제2 위치 : 앞니 사이

혀 끝이 앞니 사이에 놓여 발음되는 소리는 자음 /θ /와 자음 /ð/ 두 소리이다(그림 참조). 모든 발음은 혀 끝이 기본위치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기본위치는 제1 위치에 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혀 끝의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다: (제1 위치)→제2 위치→제1 위치 또는 제1 위치→제2 위치 (제1 위치).

θik, ðis 등의 발음이 첫 번째에 해당하고, mi 의 발음이 두 번째에 해당한다.

ⓒ 혀끝의 제3 위치: 입 안 공간

혀끝이 입 안의 공간에 떠서 발음되는 소리들은 자음 /r/, 자음 /∫/, 그리고 자음 / /의 세 소리다. 혀끝 부분은 입 안의 어느 부위에도 닿지 않아야 한다(그림 참조). 혀 끝은 제3 위치→제1 위치, 제3 위치→제2 위치, 제3 위치→제4 위치 또는 제1 위치→제3 위치로 움직이며 발음한다. 다음 음절들이 이에 해당한다: risk, ∫u:, ri:θ , ∫ed, s∂:r, pu∫. 모든 발음이 끝난 다음에는 혀 끝이 기본 위치로 돌아온다.

ⓓ 혀끝의 제4 위치 : 위 잇몸

혀끝이 위 잇몸에 붙었다 떨어지며 발음되는 소리들은 다음의 자음들이다. (t d n l)

이 자음들을 발음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혀끝이 윗니에 전혀 닿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혀 끝의 움직임은 제4 위치→제1 위치, 제1 위치→제4 위치가 기본이다. 이에 해당하는 음절들은 다음과 같다. ti:, taim, pit, fi:l.

ⓔ 혀끝의 위치 변화

모음과 자음이 결합하여 음절을 이룬다. 영어 음절을 발음할 때, 모음과 자음을 발음하는 혀끝의 위치가 변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이것은 모음이 자음의 영향을 받고, 자음이 모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것을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보자. /t/ /e/ /n/을 개별적으로 설명하면, 혀끝이 놓이는 위치는 각각 제4 위치, 제1 위치, 제4 위치다. 그러나 /ten/을 한 소리로 발음하면 혀 끝이 제4 위치→제1 위치→제4 위치로 이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혀 끝은 제4 위치에서 떨어진 다음 곧바로 다시 제4 위치로 올라간다. 왜냐하면 혀 끝이 /e/를 발음하기 위해 제1 위치까지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 기존 발음교재들의 문제점

기존 발음교재들은 대부분 개별 자음과 개별 모음들에 대한 설명을 한 다음 모음과 자음을 연습할 수 있는 단어들을 나열하고 있다. 그런데 ⓔ에서 설명된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이것이 원칙없이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된다. 이것은 영미인 학자들이 만든 교재들의 경우에도 그렇다.

모음 /i/의 설명을 예로 들어보자. 발음교재들은 먼저 모음 /i/ 자체를 혀의 높이를 기준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런 다음 /i/가 들어있는 단어들을 열거한다. 모음 /i/ 소리를 연습하기 위해 /pik did ri / 등과 같은 단어들을 섞어서 제시한다.

필자의 이론에 따라 이것을 평가해보자. 모음 /i/ 자체를 발음할 때 혀 끝의 위치는 아랫니 뒤에 붙어 있다. /pik/는 음절 전체가 제1 위치에서 발음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음 /i/에 대한 발음 설명을 따라 비슷하게 연습할 수 있다.

그러나 /did/의 경우, 혀 끝이 제4 위치→제4 위치로 움직이는 동안에, 그리고 /ri /의 경우에는 혀 끝이 제3 위치→제4 위치로 이동하는 동안에 /i/ 소리가 만들어진다. 즉 혀 끝이 입 안에 떠 있으면서 /i/ 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음 /i/를 발음하기 위해 혀 끝이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다. 결국 /pik did ri /을 발음하면 /i/ 소리를 만드는 혀 끝의 위치가 이동함을 알게 된다.

결국 기존 발음교재들의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째, 개별 자음, 개별 모음에 대한 설명만 있지 혀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둘째, 개별 자음 및 개별 모음의 연습을 위해 주어진 단어들이 원칙없이 나열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한국인의 발음을 향상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발음 학습에 있어서 단어들의 연습도 혀 끝의 움직임을 훈련하는 원칙에 따라 새롭게 분류하고 정리해야 한다.

ⓖ 혀 끝이 움직이는 영역

영어의 모든 소리들은 혀끝이 위에서 설명한 네 위치를 이동하면서 만들어진다. 이것을 그림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이 그림을 보면 영어에서 혀끝이 움직이는 궤적은 한국어에서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쉽게 말해, 영어를 제대로 발음하려면 혀끝을 위로 앞으로 아래로 많이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혀를 많이 움직이려면 리듬과 강세를 넣어 발음하는 것이 수월하다. 따라서 영어에 강세가 있고 리듬이 들어가는 것은 혀끝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도와주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 종합

우리는 이렇게 혀 끝이 놓이는 네 위치를 기준으로 영어 발음 전체를 설명할 수 있다. 결국 영어의 모든 소리는 혀 끝이 이 네 위치를 움직이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영어에서 굴러가는 이치를 알고, 우리도 혀를 굴리면 된다. 아무렇게나 굴리는 것이 아니라, 혀 끝이 움직이는 길을 따라 굴리면 된다. 혀가 굴러가는 방법에 일정한 패턴을 잡아낼 수 있다. 이러한 혀의 길, 혀끝을 움직이는 패턴을 터득하면 2음절, 3음절 소리들, 긴 문장의 소리들을 발음하는 것에 아무런 부담을 갖지 않게 된다.

영어에서 혀 끝이 움직이는 길을 따라 발음을 하다 보면, 몇 가지 변화가 있게 된다. 연음, 자음동화, 구개음화 등이 그런 변화들이다. 앞에서 자음 사이에 모음이 올 때 혀 끝이 모음의 고유 위치로 가지 않는 것과 같은 종류의 변화들이 생긴다. 여기서 그러한 변화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위에 설명한 혀 끝의 움직임을 알고 있으면 소리의 변화들이 왜 생기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혀 끝의 위치와 움직임을 중심으로 영어 발음을 설명하면 영어의 모든 단어가 발음되는 방법이 간단히 설명된다. 단어를 외울 때 이러한 혀 끝의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소리를 익힌다면 정확한 발음을 익힐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한국어를 발음하기에 편한 조음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이 영어를 발음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혀끝이 움직이는 거리가 다르고 놓이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어의 소리와 영어의 소리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거꾸로 영미인들이 한국어의 소리를 힘들어 하는 이유도 간단하게 설명된다. 혀끝을 네 위치로 움직여 발음하던 사람에게 입 안의 앞쪽 상단 영역에 제한하여 혀끝을 움직이고 발음하라고 하면,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주문이 아닐 수 없다.

귀 훈련 : 영어 소리의 식별

우리는 입을 훈련하여 영어 발음을 제대로 익힐 뿐만 아니라, 귀 훈련도 해야 한다. 귀 훈련의 1단계는 소리의 식별이다. 영어 음성학습 단계에서 소리를 식별하도록 하는 훈련이 있다. 종래에는 소리를 들려주고 “이 소리는 영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영어 소리가 아닙니다” 하는 식으로 가르쳤다. 그러나 필자가 설명한 것처럼 영어 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서 영어 소리를 식별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은 시간 낭비가 크다.

한국어와 영어 소리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한국어 음절을 영어의 조음구조를 가지고 읽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영미인이 한국어를 발음하는 것과 유사한 소리가 나오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말의 ‘개미(gæmi)’ ‘샘이(sæmi)’ ‘맵시(mæpsi)’ ‘미소(mis )’ ‘기쁘게(gibbuge)’ 등의 소리들을 발음하는 데에, 혀끝을 제1 위치에서 움직이면서, 그러나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발음해 보라. 소리에 대한 느낌이 굉장히 달라질 것이다. 또한 ‘달동네’ (dald ŋne), ‘잘 됩니다’ ( al d imnida)를 발음해보라. 혀 끝을 제4 위치, 즉 위 잇몸에 붙였다 떨어뜨리며 발음하게 되면 우리말 발음이 아주 이상해질 것이다. 이러한 소리의 차이를 아는 것은 소리를 식별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혀 끝이 움직이는 것을 중심으로 영어의 음절을 설명하고 연습을 하면 영어의 소리 그 자체가 들리게 된다. 영어 소리의 식별은 1음절부터 시작하여 2음절, 3음절, 그리고 문장의 순서로 이어진다. 이것을 체계적으로만 연습하면 2∼3개월 안에 영어의 소리세계가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영어 소리를 식별하는 훈련으로 흔히들 받아쓰기를 권장한다. 어떤 이는 영어 학습자의 수준에 적절한 테이프를 선택하여 받아쓰기를 하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영어 소리의 세계에는 수준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만 빠르기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영어 소리의 세계로 들어가면, 중학교 1학년 교과서 테이프는 듣기 쉽고, 영어 방송 테이프는 듣기가 어렵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자기 수준에 맞는 테이프를 골라 받아쓰기를 하도록 충고하는 것은 영어 소리의 식별을 연습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어를 듣고 문장의 뜻을 듣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영어 소리의 세계로 들어가기가 어렵다.

영어 듣고 이해하기 : 단어 학습방법

필자는 ‘신동아’ 3월호에서 영어 청해와 단어 학습에 대한 원리를 간략하게 피력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는 다소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려고 한다.

영어 소리를 식별하는 것이 영어 듣기의 목표는 아니다. 영어 듣기의 목표는 상대방이 말하는 영어를 듣고 그 뜻을 이해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분명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우리 귀에 들리는 소리들이 즉각적으로 뜻으로 전환돼야 한다. 둘째, 들리는 소리들의 뜻을 안다고 해도 그것이 이해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영어를 학습하는 목표가 단순히 영미인들과 만나 회화를 유창하게 하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각 개인의 전문 분야에서 영어가 필요할 때 불편없이 영어를 활용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영어 학습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다. 영어를 위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다. 상식적인 말로 들릴지 몰라도, 필자는 한국의 영어 학습은 영어 그 자체가 목적인 것양 주객이 전도돼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렇게 영어의 듣기 학습은 전문 영역의 실력을 키우는 것과 병행해야 한다. 전문 분야의 실력이 늘어야 듣기 실력도 늘게 된다는 것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도 무식한 이가 많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 철학에 대한 전문적인 대화를 하기 어렵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똑똑한 사람인 것도 아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전제로 할 때, 우리의 듣기 학습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영어 단어를 소리로 외워야 한다. 우리가 식별한 소리가 무슨 뜻인지 알아야 하지 않는가? 지금까지 우리의 단어 학습은 방법 자체가 틀렸다. 소리를 외우지 못한 것이다. 철자와 눈으로 단어를 외웠을 뿐 소리와 귀로 단어를 외우지 못했다. 그렇게 단어를 외우고서 청취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모든 단어에는 고유한 소리가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외워야 한다. 그래서 소리가 들릴 때 그리고 그것이 곧바로 우리 머리에서 뜻으로, 영상으로 전환돼야 한다. /∂p lis m∂n di reks ð træfik/이라는 소리가 들렸다고 하자. 우리는 이 소리를 듣는 순간 /∂p∂lis m∂n/ /di reks/ /ð træfik/ 이라는 개별적인 소리들이 즉각적으로 영상으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체적인 상황을 그려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소리 흐름의 법칙에 대한 학습이 병행되어야 한다. “(교통) 경찰이/ 정리한다/ 교통을”의 순서로 소리가 흘러가는데, 우리의 언어 감각이 이것을 따라갈 수 있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영어식 사고를 익힐 수 있고, 영어를 영어식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소리와 귀를 통해 단어를 학습하고, 소리의 흐름을 영상과 뜻으로 연결시키는 훈련만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면 한국인의 숙원인 영어 듣기 문제도 정복할 수 있다.

신동아 200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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