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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100명의 DJ 정권 평가

‘유식한 대통령’이 연출한 ‘무능한 정치’

  • 육성철sixman@donga.com

‘유식한 대통령’이 연출한 ‘무능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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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대한 지식인들의 비판은 여야 구분이 없었다.

경상대 최태룡 교수(사회학)는 “정치세력의 무능이 국정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여야 정당을 모두 비판했다. 최교수는 “민주당은 중심을 갖고 있지 못하며, 자민련 같은 기회주의적이고 수구적인 세력의 눈치만 보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다수당으로서의 위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개혁 방안과 관련해 김경웅 통일교육원 교수는 가신정치와 DJP 연합을 비판한 뒤 “젊은 총리를 발굴해서 내정 중심의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대 유재일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는 방안으로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 영남 출신 총리 기용, 한나라당과 선의의 정책경쟁 등을 제시했다.

한신대 윤상철 교수(사회학)와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소 조현연 연구원도 여야를 초월한 정치체제 개편론을 역설했다.

윤교수는 “내각제를 통해 계파의 분화에 기반한 정치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가능한 방향은 여야를 초월한 인물영입을 통해 실질적인 정당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현연 연구원은 “정권 재창출에 매몰된 정치공학적 계산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 단초는 DJP 공동정권의 틀을 깨고 새로운 주체세력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북대 노진철 교수(사회학)는 “정부와 민주당이 집권 초기에 보여주었던 개혁의 추진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민주당 최고위원 등 실세를 정부각료나 청와대 비서관으로 등용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그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남대 이기훈 교수(경제학)와 이환성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를 포함, 강도높은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민주당의 대부로서 공천권이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욕심을 갖고 있다. 대통령도 지냈고, 노벨상도 받았으면 더 이상 권력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총재직을 사퇴하고 당적을 떠나야만 여야에 구애받지 않는 큰 개혁정치를 할 수 있다.”(이기훈 교수)

“문제는 사회 전체에 만연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있다. 그렇다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선,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포기해 정치적인 욕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은 정부, 기업, 정당, 언론 등 책임있는 여론 선도기관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이환성 책임연구원)

한신대 김현희 교수(사회학)와 연세대 이두원 교수(경제학)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국정 난맥상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대통령이 모든 내용을 결정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권력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이교수는 “모든 의사결정을 DJ 혼자 하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DJ의 관심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국정 방향이 좌우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현덕 에드퓨쳐 대표도 “김대통령이 집권당에 힘을 실어주지 않아 대국민 민심수습 시스템이 사라졌다. 또한 민주당은 가신 의존도가 높아 집권당의 ‘진공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현덕 대표는 “우선 국정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구축하고(당직 초월, 인사 탕평책, 구조적 처방 제시), 그것이 안되면 제2의 리더를 조기에 부각시켜 그를 중심으로 국정쇄신을 단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90년대 중반, 김영삼 대통령의 개혁이 벽에 부딪혔을 때 일부 학자들은 “문민정부가 보수세력과 관료세력에 포위당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김대중 정부는? 일부 응답자들은 여전히 관료가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가로막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재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관료가 DJ의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 DJ의 개혁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상대 최태룡 교수는 “김대중 정권이 그동안 권력의 수족 노릇을 해오던 관료를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국가관료와 정치세력 간의 구분을 명확히 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관료들의 실패가 여과없이 정치 실패로 여겨지고 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세력들의 잘못까지 다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다”고 주장했다.

최교수는 이어 “행정관료를 장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더 이상 장관을 교체하지 말고, 장관이 혼신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료를 장악하지도 못하면서 관료에게 의존하는 행태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은 원칙대로

김대중 정부의 지지도는 지난 가을부터 급락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내림세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들은 경제불안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부실기업 퇴출, 공기업 구조조정, 현대건설 부도 위기, 벤처기업 도산 등의 사태가 겹치면서 민심이반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KDI(한국개발원) 박정동 연구위원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외화내빈’이라고 평가했다. 박연구위원은 “경제가 그렇고, 남북관계가 그렇고, IMF를 1년반 만에 졸업하겠다던 호언장담과 그것을 위해 내놓은 모든 정책이 그렇다. 일종의 유동성 위기에 지나지 않았던, 하지만 체질개선을 할 수 있었던 너무나 좋은 기회를 내실없이 외형만 포장하는 바람에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한신대 사회학과 김현희 교수는 “IMF(국제통화금융) 주도의 개혁은 경제 전반에 대한 총체적 구조조정이 아닌 기업에 국한된 미봉(彌縫)적 구조조정으로 악순환만 가져왔다”며 국부의 유출, 외국자본에 의한 종속의 심화, 실업의 증대, 기업 구조조정 답보 등을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후유증으로 거론했다.

그렇다면 지식인들은 경제부문과 관련해 어떤 처방을 내놓고 있을까? 학자들은 무엇보다 일관된 원칙을 강조했다.

이각범 정보통신대 교수는 “장기적 비전에 입각해 구조개혁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 정부가 집권한 이래 장기적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IMF 위기를 단시일에 극복하여 세계가 감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장기 비전은 존재하지 않았다. 세계적 변화에 맞추어 우리 민족이 살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경제학)와 성신여대 강석훈 교수(경제학)는 구조조정 원칙의 일관성을 주장했다.

강명헌교수는 현대의 계열분리를 원칙으로 주장하다가 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에서는 형제들이나 계열사의 도움을 요청한 점과, 대우사태가 났을 때 노동조합에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다가 부도가 난 뒤 김대통령이 “대우자동차를 살리겠다”고 말한 부분을 예로 들면서 “정부가 일관성없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명헌교수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논리가 아닌 순수 경제논리에 입각해서 공공, 기업, 금융부문 구조조정을 원칙대로 실시하고, 구조조정의 부작용은 실업대책과 같은 별도의 정책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도 “경제 위기를 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하며, 구조조정을 적합하게 실시하되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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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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