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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보수·진보 주류는 자유주의

정치·경제·사회학자 110명이 분석한 대표적 지식인 45인 이념성향

  • 박성원swpark@donga.com 육성철sixman@donga.com

팽팽한 보수·진보 주류는 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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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제 분야의 대중적 지식인들에 대한 동료 지식인 집단의 평가에서는 먼저 응답자들의 태도와 시각에서 몇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첫째 특징은 대부분의 평가가 응답자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평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동일한 평가대상자라 하더라도 응답자가 상대적으로 좌파라면 일반적으로 보수적 성향의 인사에게 더 보수적인 평가, 즉 정통보수 혹은 극우라는 평가를 내리고, 진보성향의 인사에게는 덜 좌파적인 평가 즉 진보적 자유주의 혹은 급진적 민주주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응답자가 상대적으로 우파라면 일반적으로 보수적 인사에게 덜 보수적인 평가, 즉 보수적 자유주의 혹은 정통보수주의라는 평가를 내리고, 진보적 인사에게는 더 좌파적인 평가, 즉 정통좌파 혹은 신좌파, 급진적 민주주의라는 레벨을 붙였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응답자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 여부에 대해 동일한 평가대상자의 평가가 이례적으로 상충한다는 점이다. 즉 햇볕정책 반대성향의 응답자들은 친(親)햇볕정책 인사에게 더 좌파에 기운 평가를 내리는 반면, 햇볕정책 지지성향의 응답자들은 친햇볕정책 인사에게 덜 좌파적인 평가를, 햇볕정책 비판인사에게는 더 우파적인 평가를 내렸다.

둘째 특징은 응답자의 정부에 대한 친소(親疎) 여부에 따라 답변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친정부적 성향의 응답자들은 정부비판적 인사들에 대해 그가 좌파 입장이면 극좌파로, 우파 입장이면 극우, 수구파로 평가했다. 또한 친정부적 인사들에 대해서는 과거 보수적이었던 친정부 인사를 덜 보수적으로 평가한 반면 과거 좌파 성향의 친정부 인사를 덜 좌파적으로 평가했다. 반대로 좌파입장에서 반정부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응답자들은 과거 보수적이었던 친정부 인사를 더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과거 좌파성향의 친정부 인사에 대해 더 보수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우파 입장에서 반정부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응답자들은 과거 보수적이었던 친정부 인사에 대해 더 좌파적으로 해석하고 과거 진보적 성향의 친정부 인사에 대해서는 더 좌파적으로 해석했다.



결국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과 현정부에 대한 친소 여부에 따라 응답자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평가대상자의 이념적 지형을 각각 더 보수적으로, 더 좌파적으로, 덜 보수적으로, 덜 좌파적으로 평가하는 ‘정치적 자의성’을 공통적으로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현재 한국의 이념적 지형이 본래적 의미의 서구 좌우 이데올로기의 스펙트럼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자신의 정치성향에 의해 다분히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것이다.

한국정치의 이념적 혼란

평가대상이 된 지식인의 자체 특성 가운데는 현실정치와의 관련성이 평가에 크게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과거 5공화국이나 6공화국에 참여한 학자들에 대해 보수적인 성격을 강조하는 평가가, 문민정부나 김대중 정부에 참여한 지식인에 대해서는 개량적 자유주의 혹은 급진적 민주주의라는 등의 비교적 개혁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루었다.

이와 함께 지식인의 북한문제에 대한 견해 역시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작용했다. 우익이나 보수성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북한에 대한 비판적 입장과 현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북에 대한 유화적 태도, 현 정부 통일정책에 대한 긍정적 시각 등이 개량적 혹은 진보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근거로 제시됐다. 설문시 예로 제시된 이념의 배열은 전통적인 개념의 좌-우를 기본 축으로 하였음에도 우리 사회에서 북한문제는 이를 뛰어넘는 이념적 균열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적으로 중간 이념적 성격에 대한 규정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중간적 입장에 대해 개량적 자유주의, 진보적 자유주의, 급진적 자유주의 등 다양한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 함의는 응답자마다 조금씩 달랐다. 어떤 경우에는 좌파적 성향과의 친화성을 지적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좌파적인 경향과의 차별성이 강조됐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자유주의’라는 개념을 사용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합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간적 입장이 본래 분명한 성격 규정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 동안 한국 사회에서 현실정치와 북한 문제에 의해 보수와 진보가 규정되다 보니 중간적 입장이 자리잡기 어려웠던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평가대상자의 이념적 지형 역시 상당수가 입장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무정견 혹은 사상적 궤적의 결여 등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것도 현대 한국 이념지형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이념적 지형에 대해서도 보수파는 ‘진보진영’ 혹은 ‘좌파적 입장’으로 비판했고, 역으로 좌파진영은 ‘변절한 진보진영’ 혹은 ‘보수적, 우파적 입장’으로 비판했다. 이는 한국정치에서 김대중 정부의 총론적 이념지형 역시 아직은 명확한 이념적 색채로 단정짓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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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swpark@donga.com 육성철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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