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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이 내린 목소리’ 조수미가 속삭이는 음악 이야기

“클래식에 빠져보세요. 세상 빛깔이 달라집니다”

  • 송문홍 songmh@donga.com

‘신이 내린 목소리’ 조수미가 속삭이는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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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쉴 때에도 음악을 듣습니까?

“제가 가장 기분 좋을 때는 아무것도 듣지 않을 때예요. 음악은 항상 내 머리 속에 있으니까. 그래서 로마의 저희 집에 있으면 새소리밖에 들리지 않아요. 그런데 음악에 한번 심취하면 아주 빠져버려요. 이를테면 말러교향곡 5번 같은 것…. 하나에 심취하면 오로지 그것만 들어요. 한 달 내내.”

─누가 지휘한 것으로요?

“(웃음) 시노폴리 음반을 좋아해요. 그 사람이랑 저랑 별자리도 똑같고요…. 굉장히 열정적인 분이세요.”

─말러교향곡 5번이라면 웬지 조수미씨가 요즘 듣는 곡은 아닌 것 같군요(웃음).



“한 7, 8년 전쯤 되는 것 같아요.(웃음)”

─팝송은 즐겨 듣습니까?

“머라이어 캐리를 좋아해요. 음악성이나 테크닉이 굉장히 뛰어난 가수예요.”

─그냥 쉬거나 즐기기 위해서 듣는 겁니까?

“아니죠. 연구하면서, 집중하면서 들어요. 머라이어 캐리에겐 성악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도 흉내내기 어려운 음색과 테크닉이 있거든요. 그게 궁금한 거죠.”

─혹시 조수미씨가 싫어하는 음악도 있습니까?

“저는… 모차르트를 굉장히 싫어하거든요(웃음).”

─그래요? 그건 뜻밖이군요. ‘밤의 여왕’ 아리아를 부르는 분이 모차르트를 싫어하다니…. 어떤 사람들은 모차르트 음악에 대해서 클래식에 처음 입문할 때, 그리고 클래식을 두루 섭렵하고 나서 마지막에 듣게 되는 음악이라고도 하잖습니까?

“모차르트를 하려면요, 다른 게 필요없어요. 고급스러운 음악성, 그게 없으면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모차르트는 안 돼요. 저는 항상 노래를 하면서도 저에게 그런 게 있는지 의심이 가거든요.”

─그 얘긴 모차르트가 조수미씨 같은 세계적인 가수도 소화하기 어려운 음악이라는 말인데….

“물론 기술적, 기교적으로는 정확하게 하지요. 그런데 거기에 담는 정신적인 거랄까, 그런게 좀 모자라지 않나…. 그래서 모차르트는 잘 듣지도 않아요. 멀미나는 것 같아….”

─최근에 ‘밤의 여왕’을 부른 게 언제쯤이었습니까?

“3년 정도 됐어요.”

5월에 만난 조수미는 너무 빡빡한 일정 때문인지 다소 지쳐보였다. 그래서인지 답변도 대체로 단답식이 많았다. 그렇지만 30분 남짓한 대화 중에도 조수미라는 사람에 대한 ‘예비지식’에서 벗어난 답변은 없었다. 나이를 더해가면서 한결 원숙해졌지만, 당당함과 자신감은 여전해보였다. 아무튼 짧은 첫 만남은 조수미라는 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궁금증만 증폭시킨 결과가 돼버렸다.

조수미가 권하는 ‘오페라를 즐기는 법’

그렇게 몇 달이 지나 11월 초순, 예의 그 호텔 라운지에서 다시 조수미를 만났다. 그날은 조수미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다음날이었다. 이번에 주어진 시간은 딱 한 시간. 그는 이날도 약간 피곤해 보였다.

전날 밤 공연에서도 조수미는 청중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리아와 가곡, 뮤지컬 히트곡, 가수 조성모와 듀엣으로 부른 가요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된 프로그램이 끝난 뒤 조수미는 앙코르네 곡을 불렀다. 그래도 박수갈채가 그치지 않자 조수미는 다시 무대에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평소 불러보고 싶던 노래를 부르겠다”며 그가 선택한 곡은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오케스트라의 반주도 없이 부른 찬송이 끝나자 장내를 꽉 채운 3900여 관중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레같이 박수를 쳤다. 다들 얼굴이 빨갛게 상기될 때까지. ‘신이 내린 목소리’ 조수미의 매력이 100% 드러난 무대였다.

─어젯밤 공연은 만족스러웠습니까? 오늘도 좀 피곤해보이는군요.

“서울에 온 이후로 며칠간 좀 아팠어요. 그래도 어제 공연은 재미있었어요. 관객들도 좋아하셨던 것 같구요.”

─대중가수와 함께 공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요?

“그렇지요. 제가 직접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하는 콘서트는 원래 이벤트성이 강해요. 성악하는 가수로서 좀 힘든 건 사실이지만 대중이 클래식 음악을 좀더 가깝게 느끼게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봐주세요. 근데 좀 힘들긴 하네요….”

조수미는 뭔가 말할 듯하다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나중에 주변 관계자는 “무대 세트며 조명, 레퍼터리 구성까지 마음에 차지 않아서 공연 전까지 조수미씨가 하나하나 다시 지시하느라 좀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번에도 얘기했듯이 오늘은 조금 통상적이지 않은 인터뷰를 해보고 싶습니다. 저희 독자들은 대체로 조수미씨가 어떤 사람이라는 기본 지식을 갖고 있으리라고 보고, 조수미씨의 인간적인 측면이나 음악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먼저 프리마돈나로서 일반인들이 오페라를 즐기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조언을 좀 해주시지요.v “오페라 팬이 세계적으로도 제한돼 있어요. 사실 오페라는 일반인이 감상하기에는 좀 어려운 게 일단 언어가 문제이고, 스토리가 단순하다지만 17, 18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는 게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힘든 부분입니다. 물론 인간으로서 갖는 감정은 마찬가지지만….

사실 세계적으로 오페라가 참 힘들어요. 레코딩업계에 계신 분들 얘기를 들어봐도 공연이 취소되는 사례가 많고요. 저만 해도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리골레토’를 계약까지 한 상태에서 취소됐어요. ‘라크메’ 같은 희귀한 오페라 프로젝트는 음반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요. ‘라 트라비아타’처럼 대중적인 오페라도 5년에 겨우 2만장이 팔릴 정도거든요. 그러니까 제작자가 나서려고 하지도 않고….

사실 오페라를 듣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오페라극장에 가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지 않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거지요. 음식도 똑같은 것만 먹을 수는 없듯이, 오페라라는 영양분을 섭취하면 인생을 사는 기쁨이 훨씬 커진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오페라에 관심있는 분들은 먼저 유명한 작품부터 골라서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예컨대… ‘아이다’?

“그렇지요. 모차르트 작품보다는 푸치니나 베르디 작품처럼 인간의 감정에 호소하는 작품이 훨씬 빨리 가슴에 와닿을 것 같구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나 ‘코지판투테’ 같은 작품은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좀 어려워하세요. 작품의 시대 배경부터가 이해하기 쉽지 않거든요.

일단은 공연장에 가기 전에 앨범을 하나 사서 들어보는 거예요. 리블레토(오페라 대본)을 미리 한번 읽고 나서 오페라를 감상하는 게 최선이 아닌가 해요. 오페라 한 작품을 보는 데 보통 3시간 30분이 걸리는데, 내용을 모르고서 앉아 있기는 참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처음엔 시간을 좀 투자하셔야지요.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같은 극장에는 좌석 앞에 전자식 기기가 설치돼 있어서 영어 대사가 자막으로 나오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본인이 선택할 일이에요. 오페라 내용을 사전에 알고 왔거나, 음악이나 무대장치, 의상을 보려면 그걸 꺼도 돼요. 미국에서는 이런 게 잘 돼 있어서 오페라 관객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부른 ‘밤의 여왕’ 아리아

-제가 얼마 전에 고대 원형경기장에서 열리는 야외 오페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베로나를 가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 시즌의 히트작이 ‘나부코’였어요. 최첨단 무대장치로 사이버틱한 분위기를 연출해서 화제를 모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처럼 오페라를 직접 하는 사람들의 불만은 뭐냐면, 요즘에는 오페라도 음악 외적인 부분들,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장치 같은 데에만 신경을 쓴다는 거예요. 이건 사람들이 음악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마치 할리우드 쇼를 보러 오는 것 같다니까요. 가수는 노래를 잘하는 게 최대 임무잖아요. 그런데 요즘엔 마치 무대에서 부속품처럼 돼버리는 게 참 불만이에요.

저도 그런 일을 참 많이 당했어요. 특히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 역은 그런 일에 적격이지요. 시카고나 아르헨티나 무대에서는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노래를 불렀다니까요. 밤의 여왕 아리아가 참 어려운 노래잖아요. 고음 영역을 처리하기도 힘든 판에 사람을 공중에 띄워놓고, 어떤 때에는 그네도 태우고, 참 별걸 다 시켜요. 얼마나 트러블이 많았는지 몰라요.”

─그래서 최근에는 ‘밤의 여왕’ 역을 맡지 않는 겁니까? (웃음)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모차르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요. 저도 나름대로는 음악성이 높다고 자신하지만(웃음) 모차르트는 너무 힘들어요. 로시니나 베르디, 도니체티 작품들은 뭐, 별문제 없어요. 그런데 모차르트의 음악을 잘하려면 격조 있는 음악성이랄까, 뭔가 특별한 게 필요해요.”

─이를테면 정신적으로 어떤 경지에 올라야 가능하다는 겁니까?

“바로 그거예요. 정신적인 경지…. 품격있는 소리나 아티스트의 인간미라든가 이런 게 완성되지 않고서는 어려워요. 사실 모차르트도 음악적으론 어렵지 않아요. 제가 그걸 왜 못하겠어요? 하지만 아주 고급스러운 인격이랄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 자신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해요. 아직 제가 모자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모차르트는 무서워요(웃음).”

─조수미씨가 무섭다면 다른 가수들은 어떻겠어요?

“밤의 여왕 역을 하는 사람이 몇 사람 있지만, 사실 저를 만족시킬 만한 연주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조수미씨는 오페라 음반 중에서 어떤 것을 명반으로 꼽습니까?

“제가 좋아하는 음반은 이탈리아의 미렐라 프렐리가 부른 ‘라보엠’이에요. 자주 듣는 것은 물론 카라얀 음반이 많고요. 오페라는 역시 카라얀의 해석이 가장 정통적이지 않은가 싶어요. 주빈 메타도 최근 안드레아 보첼리와 ‘라보엠’을 녹음했는데, 연습할 때 보니까 카라얀 것을 듣더라고요.

제가 보기에 요즘 한창 뜨는 지휘자들의 작품해석에서 가장 위험한 게, 카라얀이나 게오르그 솔티 같은 과거의 거장들이 가졌던 유연함이 없다는 거예요. 오페라는 심포니처럼 악보 그대로 따라 가지 않고 가수의 개성을 살려주는 여유공간을 많이 줘야 하거든요. 그런 개개인의 역량을 무시하면 듣기에 굉장히 거슬려요. 리카르도 무티가 그런 예인데, 테크닉은 완전무결하지만….”

─그건 지휘자의 권위주의 같은 건가요? 왜 서양에 이런 말도 있잖아요. 남자로 태어나서 해볼 만한 직업이 세 가지인데 지휘자, 잠수함 함장, 잡지 편집장이다, 셋 다 정당하게 독재자가 될 수 있는 직업이라는 데에 매력이 있다는….

“그렇지요. 자기 해석이 옳다는 자만심 같은 것이겠지요. 물론 과거의 거장들도 그런 과정을 거쳤겠지만, 자신이 선택한 아티스트의 음악성을 충분히 존중해주는 게 명반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오페라에 참여하는 여러 연주자를 잘 조화시키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거지요.

요즘 나오는 오페라 음반을 보면 대부분 컴퓨터처럼 티끌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녹음한 것들인데, 정작 들어보면 감흥은 예전 것만 못해요. 예컨대 마리아 칼라스 음반을 들어보면 오케스트라나 지휘자가 가수를 떠받쳐주니까 듣는 사람을 확 잡아 끌잖아요?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사회적인 변화인 것 같아요. 할리우드에는 스타 시스템이 있지만, 오페라에는 이제 디비즘(divism·오페라의 프리마돈나를 ‘diva’라고 한다)이 사라졌어요. 마리아 칼라스와 레나타 테발디의 시대는 이제 지나갔고, 고만고만하게 반짝이는 스타들이 여기저기 계약된 오페라 하우스에서 전문적으로 완벽하게 노래하면 그걸로 되는 거지, 옛날처럼 스타가 신 같은 존재로 추앙받던 그런 시대는 끝났다는 거지요.”

─마리오 델 모나코가 노래하면 10리 밖에서도 그 노래를 듣고 울었다더라는 식의 전설은 이제 사라진 거군요.

“그래요. 그런 시대는 간 거고, 오페라를 하는 사람들도 이젠 상업적인 면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됐구요. 옛날에는 아티스트라면 대중에게서 좀 가려지고 신비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지금 만약 옛날처럼 행동한다면 대번에 ‘저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있구나’라고 해석하니까, 이젠 그런 균형감각을 지키기가 힘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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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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