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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화제|세계 최초 3차원 케이블 자정식 현수교

영종대교 바다 위에 ‘神話’를 매달다

  • 최희정

영종대교 바다 위에 ‘神話’를 매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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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곧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로부터 토목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등 현수교 건설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장담은 했지만 막상 일을 벌이려니 막막하기만 했다. 미국 일본 유럽의 현수교 전문 기술자들을 불러 설계도면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지만, 그들은 자문은커녕 도면을 보고 아연실색할 따름이었다.

세계 최고 권위의 한 일본인 케이블 엔지니어는 도면을 보고 나서 “3차원 자정식 현수교는 10개의 실타래가 마구 얽혀 있는 형태여서 건설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 도면대로 잘만 만들면 썩 괜찮은 다리가 나올 수 있겠지만, 까딱하다가는 삼성물산을 통째로 팔아야 할 상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며 삼성 관계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도 했다.

당시 현장소장으로 근무한 삼성물산 윤만근 상무는 “내부에서 이견이 많았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조차 다들 어렵다고만 하니 3차원 케이블로 갈 것인지, 아니면 손쉬운 2차원 케이블(사장식)로 갈 것인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다시 설계하고 어쩌고 할 시간도 없으니 한번 해보자’며 원안대로 가기로 했다. 일종의 오기 같은 것도 작용했다”고 털어놨다.

시공 초기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일본에 가서 현수교 시공기술을 배워 오는 것. 일본은 이미 여러 개의 현수교를 건설한 경험이 있어 탄탄한 실력을 갖춘 기술자가 많기 때문이다. 신현양 부장은 10여 명의 연수팀을 꾸려 서둘러 일본의 고베제강으로 향했다.

이런 굵직굵직한 교량을 만들어봤던 신부장도 일본에서 1년 반 동안 연수를 받으며 힘들고 서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일본 기술자들은 질문하는 것만 답해줄 뿐 그 밖의 것은 좀체 가르쳐 주지 않으려 했고, 관련 사진을 보여주는 데도 인색했다. 한마디로 ‘너희가 알아서 공부해라’는 자세로 일관했다.



“구걸견학이나 다름없었어요. 사정사정하며 케이블 기술을 가르쳐달라고 하면 딱 계약한 만큼만 가르쳐주곤 돌아서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 팀이 워낙 악착같이 매달리니까 나중엔 딱해 보였던지 조금씩 적극적으로 도와주더군요.”

어렵사리 일본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25m짜리 현수교 모형탑을 만들어 시공 실습에 들어갔다. 진짜 다리에 비하면 장난감과 다를 게 없는 모형탑이지만 만드는 데 3000만 원이 들었다. 이것을 놓고 설계도면대로 연습하면서 실제 공사현장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갖가지 문제에 대비해 나갔다.

로봇이 수중 암반 굴착

그래도 여기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실제 다리공사 현장은 갖은 악조건에 놓여 있었다. 바람이 거세고 조수간만의 차가 9m 이상인 바닷길을 가로질러 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더욱이 이 지역은 수심이 깊어 물 밑 암반 위에 교각을 세우기도 힘들었다. 주탑 기초를 해저 암반에 고착시키는 과정이 최대의 난공사였다. 이 때문에 영종대교 현수교에서는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르다는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무인굴착식 뉴매틱 케이슨(pneumatic caisson) 공법으로 교각 기초공사를 했다.

뉴매틱 케이슨 공법은 가물막이(공사현장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임시로 치는 울타리)가 필요없고 안정적이어서 영종대교 현장 같은 곳에서 주탑 설치 때 이용하는 기초공법. 1923년 일본의 관동 대지진 때 무너지지 않은 구조물의 대부분은 이 공법으로 기초공사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공법은 심해에서 오랫동안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잠수병을 일으킬 수 있어 실제로는 잘 이용되지 않았다.

영종대교 현장에서는 뉴매틱 케이슨 공법의 이런 한계를 로봇으로 극복했다. 사람이 물 속에 들어가지 않고 로봇을 동원해 원격조정 방식으로 굴착한 것. 주탑의 기초가 되는 강케이슨은 9층짜리 아파트 1개동 크기(가로 18m, 세로 47m, 높이 26m)에 무게는 2700t에 달한다. 이를 수중에 설치하고 그 안에 압축공기를 넣어 물을 제거한 후 로봇이 지반을 굴착하면서 구조물을 단단한 지반 위에 앉힌 것이다.

이 공법을 적용한 덕에 어려운 공사임에도 현장에서는 부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하루에 8t 트럭 12대 분량의 흙을 굴착할 수 있었고 공기(工期)도 3개월이나 단축할 수 있었다.

무인굴착식 뉴매틱 케이슨 공법과 함께 영종대교에서 새롭게 시도된 기술로는 일괄가설 공법과 3차원 에어 스피닝 공법을 들 수 있다.

짧은 기간에 2만7000t이나 되는 현수교 주탑과 트러스 강재 등 거대한 강교를 제작해야 하는데 제작장소가 부족하고 좁아 공사가 자꾸 지연됐다. 하는 수 없이 육지에서 강교를 제작한 다음 이를 해상크레인을 이용해 가설해야 했다. 힘들게 만든 어마어마한 크기의 강교를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3000t급 해상크레인에 매달아 바다로 옮겨 이를 단 한 번의 시도로 교각 위에 꿰어 맞추는 일은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김선곤 소장은 “해상크레인이 무게 1200t, 길이 75m에 달하는 첫번째 트러스 블록을 들어올렸을 때 정말 가슴이 졸아붙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블록을 받치기 위해 임시교량을 설치해 놓았는데 그것이 저렇게 무거운 블록을 제대로 받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노심초사했던 것.

“크레인이 임시교량 위에 트러스 블록을 겨우 올리긴 했는데, 자꾸 미끄러지려고 하는 거예요. 고생고생 해서 만든 트러스 블록이 그냥 바닷속에 빠져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들 피 말리는 심정으로 지켜봤는데, 그 첫 트러스 블록이 제대로 올라앉았을 때의 감격은 제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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