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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프랑스 파리8대학 교수 필립 골럽

“초국적 투기자본 통제해야”

  • 김학준 (동아일보 편집·논설상임고문)

“초국적 투기자본 통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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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김대중 정부는 어떤 정책 대안을 검토해야 할 것인가. 골럽 교수의 처방은 이렇게 이어진다.

“말레이시아가 그랬듯이 자본통제책을 도입해야 한다. 특히 초국적 단기 자본의 유출입은 통제해야 한다. 1998년에, 금융세계화의 폐해를 고발하고 특히 단기적 투기자본의 국제규제를 위해 투기자본에 대해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세계시민사회운동체로 투기자본과세연합(ATTAC)이 발족했는데, 내가 이 단체의 특별고문으로 일하는 까닭은 이 단체의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단체는 내가 관여하고 있는 ‘르몽드’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만든 것이다.”

그가 말하는 세금을 학계에서는 그 아이디어를 내놓은 제임스 토빈(James Tobin) 교수의 이름을 따서 ‘토빈세’라고 부른다.

투기자본과세연합의 영향은 꽤 크다. 우선 캐나다가 토빈세 취지에 동의해 입법조치했다. 유럽연합의 유럽의회도 토빈세 채택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비록 3표차로 부결됐으나 머지 않은 장래에 채택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엔 경제이사회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심의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이 제도를 채택하는 나라의 수는 적지 않게 늘어날 것이다.

골럽 교수는 이어 “한국은 지나치게 높은 대외 경제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제의한다.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너무 높다 보니 외부의 충격에 자주 노출되고 만다”고 분석한 그는 “이제 한국은 내수 중심으로 돌아설 수 있을 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내수를 부양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한국은 미국 경제의 침체와 같은 대외 환경의 변화로 말미암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생산적 복지제도를 폭넓게 채택해야 한다고 제의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창설을 제의했다.



골럽 교수는 원래 운동권 출신이다. 부모의 영향으로 고등학생 때부터 진보적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하버드대 면접시험 때 입학한 뒤에도 학생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답변한 탓에 입학이 거부됐다고 회고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그가 비판적인 이유를 이해할 만했다. 그는 오늘날의 국제정치를 이렇게 보았다.

“미국은 정치 군사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의 단독적 패권국가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이 지위는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국이 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겉으로 보기에 그럴 듯한 새로운 지배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 전세계에 전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포장된 이 이데올로기는 모든 국가로 하여금 시장경제 모델에 매달리게 하는 대신에 국가 주도의 산업화 모델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며, 그리하여 많은 나라가 그 유효성이 역사적으로 이미 입증된 국가주도의 산업화 모델을 너무도 쉽게 버리고 있어 안타깝다.”

중국은 지역강국

미국 정부의 일부 전략가들은 중국 위협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골럽 교수는 이렇게 비판한다.

“나는 중국이 21세기에 세계강국으로 자리잡고 미국과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그리하여 21세기는 미-중 대결의 시대가 되리라는 조셉 나이(Joseph Nye)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중국이 과연 현재의 속도로 고속 성장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중국의 해안지역과 내륙지역 사이의 소득 격차가 너무 크고 실업률이 20%선을 넘어서면서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분열되지는 않겠지만 공산당 1당 독재체제는 강력한 저항을 받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중국의 내부적 문제점들에 유의하면서 중국이 결국 지역 강대국으로 남게 되지, 세계 강대국으로 도약하지는 못하리라고 본다. 그러므로 앞으로 약 20년 동안만 놓고 볼 때 중국위협론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골럽 교수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나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남과 북 모두에 절실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결국 변화한다. 그렇지 않고는 북한은 국가로서의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생존을 위해 서방세계와, 남한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남과 북은 우여곡절을 겪기는 하겠으나 평화공존과 ‘연합’의 단계를 밟아 아마도 앞으로 15년 안팎의 시점에 재결합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은 당분간 주한 미군의 주둔을 바랄 것이다. 중국이 뒤에 버티고 있으며 한국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므로 북한은 미사일 외교와 핵 외교를 지렛대로 미국을 최우선 협상 대상자로 삼으려 할 것인데, 미군의 남한 주둔은 이러한 북한의 전략을 유효하게 하는 조건이 된다고 생각한다.” 김학준 (동아일보 편집·논설상임고문)

신동아 200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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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준 (동아일보 편집·논설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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