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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경쟁력의 문화산업 현장 탐방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

만화가 점령한 일본열도

  • 최영재 cyj@donga.com

만화가 점령한 일본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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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만화 산업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도쿄 나가노(中野)역 앞 선프라자빌딩에 본점이 있는 ‘만다라케’다. 이곳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견학하러온 외국 사람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86년에 설립된 이 기업은 일본의 만화 산업 매장 가운데 가장 많은 상품을 갖추고 있다. 만다라케에는 일단 지금까지 출판된 일본의 만화책이 모두 있다고 보면 된다. 직원 설명에 따르면 만화책의 경우 워낙 다양한 종류를 갖추기 있기 때문에 어떤 계층이 와서 무슨 만화를 찾더라도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철완 아톰을 그린 데즈카 오사무 같은 작가의 50년대 만화책은 가격이 한국돈으로 수백만원을 오르내린다.

만다라케는 이른바 헌 만화책을 많이 취급한다. 40∼50년이 지나서 빛이 바래고 너덜너덜한 책인데, 책꽃이에 꽂아 파는 다른 만화책과는 달리 유리진열장에 소중히 모시고 있다. 이 골동품 만화들은 대부분 한화로 500만원이 넘는다.

만다라케의 주수입원은 만화책이지만 애니메이션 비디오 테이프, 캐릭터 상품, 사진집, 만화영화에 나오는 컷(동화) 등 만화산업과 관련된 모든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만다라케 나가노점에는 아이템별로 독립된 9개의 점포가 있다. 이 점포를 다 둘러본 뒤 사무실을 방문해 후루가와 마쓰미 사장(古川益藏·50)을 만났다. 기껏해야 30대 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가 50세라니 믿기지 않았다. 우선 옷차림 자체가 만화였다. 그를 만난 접견실도 만화의 한 장면 같은 공간이었다. 들어가는 문도 원형이었고, 내부도 만화세계에 온 것처럼 장식되어 있었다.

─조금전까지 매장을 둘러보았습니다. 50년대에 나온 겉장이 다 떨어져 나간 만화책과 그 당시에 나온 풍속화(남녀가 성교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를 비싼 값에 파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골동품 만화책에서부터 최근 상품까지 종류가 엄청나게 많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던데, 이 상품들을 어떻게 다 관리하고 있습니까?

판매하는 상품은 오래된 것이 많지만, 이를 취급하는 시스템은 첨단입니다. 우리는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서적, 장난감, 원화류, CD, LD, 비디오 등 취급하는 모든 상품은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습니다. 만다라케의 상품 전략은 한 아이템당 개수는 적더라도 모든 종류의 아이템을 다 갖추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취급하는 상품은 모두 150만 종류나 됩니다. 2001년 말까지 이 모든 상품을 데이터베이스화할 것입니다.



─현재 이곳 본점말고 만다라케 지점이 설치된 곳이 몇군데나 됩니까? 또 앞으로 확장 계획이 있으면 말해주십시오.

현재 만다라케는 도쿄의 경우 이곳 나가노점과 시부야점이 있고, 오사카에는 우메다점이 있습니다. 또 후쿠오카와 오오가미에도 상점을 열고 있습니다. 올해 안으로 나고야 중심가에도 지점이 생깁니다. 해외를 공격하는 신호탄으로 뉴욕점이 올 연말에 문을 열 예정입니다. 또 전국 주요도시 모두에 만다라케 지점을 배치할 계획입니다.

─상품이 150만가지가 넘는다는데, 지점을 확장하면 그 많은 상품을 어떻게 분류해서 배치할 수 있습니까?

사실 상품 유통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저희 회사의 당면 과제입니다. 저희 회사는 만화와 관련된 상품이라면 골동품까지 취급하므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구입담당자를 키우는 것도 시급한 일입니다. 이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은 방대한 상품데이터를 컴퓨터상에 입력하는 것입니다. 보통의 POS 시스템으로는 35만에서 40만 아이템 정도만 취급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100만이 넘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상품수로만 따지면 400만 점이 넘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현재 저희 회사의 주요 수입원은 헌만화책입니다. 수백만권의 헌만화책을 관리하기 위해서 책모서리에 딱 맞는 소형 바코드를 직접 붙이고 있습니다. 또 현재보다 15∼20배의 정보를 담는 고성능 바코드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작업이 2001년 말까지 완성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400만점에서 1000만점에 이르는 상품을 개별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상품들의 정보는 컴퓨터상에서 장악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매달 재고조사를 하는데 현재는 사람이 직접 한권 한권 세기 때문에, 이틀이나 걸립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책모서리에 붙인 소형 바코드를 스캔하면 개수, 아이템, 구입날짜 같은 정보가 바로 집계되므로 한나절 업무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틀 내내 사람 손으로 재고량을 세고, 한 주일 동안 집계하고 계산하는 작업을 생각하면 업무가 15배에서 20배나 빨라지는 것입니다.

─현재 만다라케의 직원은 몇명이나 됩니까?

모든 지점의 파트타임 직원까지 합치면 300명 정도 됩니다. 직원들은 모두 내가 면접을 해서 뽑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한 사업 구상은 없습니까? 만다라케의 상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면 점포와 직원 수를 줄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일본에서 인터넷이 화제가 되기 시작했을 때 해외 판매를 위해서 판매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만다라케에서 파는 상품은 인터넷 판매가 적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지했습니다. 특히 우리 회사의 상품은 단 한가지밖에 없는 것이 많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팔릴 때마다 새로운 것을 올려야 하니까요. 하지만 인터넷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현재 한 광고회사와 함께 일본 최대의 만화·애니메이션 정보 사이트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이용해서 만다라케가 가지고 있는 기초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제공할 계획입니다. 사용자들은 구입한 작품과 상품에 대한 감상이나 희망 사항을 이 데이터에 입력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 사이트를 통해 거대한 애니메이션 정보 유통 기지가 형성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본 궤도에 오르면 100만명 정도가 접속할 것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물품을 판매하거나 통신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나오는 비즈니스 찬스는 엄청납니다. 예를 들면 접속 횟수를 가지고 올릴 수 있는 광고 효과입니다. 또 이 사이트에 몰리는, 사소하지만 광범위한 사용자 정보는 사업을 구상하는데 큰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저희와 제휴하는 광고회사는 이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저희 만다라케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를 상대로 상품 경매를 할 계획입니다. 이 경매는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닙니다. 전세계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만화 상품을 경매에 올리는 것입니다.

만다라케 같은 만화관련 상품만 취급하는 기업이 성황을 이루는 것을 보면 일본에서 만화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일본 효쇼(法政)대학의 이나마스 다쓰오 교수는 일본만화의 현주소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지금 하루에 쏟아져 나오고있는 만화잡지와 만화단행본은 평균 잡아 570만권, 연간 20억권, 국민 1인당 매달 1.5권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이 현재 일본 출판계에서 만화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다. 만화주간지 ‘소년 점프’ 발행부수는 현재 매주 600만부를 돌파하고 있다. 만화책은 대부분 돌려보기 때문에 회독률을 2배로만 잡더라도 매일 읽히는 책이 1200만 권에 이르고 있다. 국민 10명당 1명이 매일같이 만화를 읽고 있는 셈이다. 이 부수는 TV 시청률에는 못미치지만 최소한 ‘요미우리’(발행부수 1000만부), ‘아사히’(860만부) 같은 대신문에 필적하는 미디어가 돼 있음을 의미한다”

대다수 나라에서 만화는 아이들이나 보는 매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최고 여론 선도매체인 신문에 필적하는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만화와 관련된 일반 출판물 판매량도 엄청나다. 인기를 끈 만화에 나왔던 명언이나 대사만 골라 모은 수필집 형식의 만화명언집이나 각종 만화평론, 만화가입문서, 만화 연구논문, 만화의 사회학 같은 서적도 불티나게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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