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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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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달라졌다. 당은 활력이 넘치고 이총재는 여유로워 보인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그 비밀의 해답을 ‘국가혁신위원회’에서 찾는다. 한나라당을 토론 분위기로 몰아간 국가혁신위. 사실상 집권준비위원회로 알려진 이 조직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 6월7일 국회 대정부질문. 민주당 이윤수(李允洙) 의원이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해 연단에 올라섰다. 장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도 심각한 표정으로 연단을 주시했다.

자기 소개가 끝나자마자 이의원은 한나라당에 직격탄을 쏟아부었다.

“한나라당의 ‘국가혁신위원회’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이회창 총재의 직속자문기구입니까? 아니면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대로 수권야당의 정권인수위입니까? 심각한 문제점은 소위 ‘국가혁신위’의 인적 구성이며, 그 출신성향입니다. 본의원이 지난 5월 모 시사주간지에 게재된 국가혁신위 구성인물의 출신지와 출신학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영남 출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기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하고, 서울대도 나오지 못한 사람은 136명 중 33명으로 전체대비 24.3%에 불과하고, 나머지 75.7%인 103명이 영남, 경기고, 서울대 중 하나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의원은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일부 당직자의 습작수준이며, 모두 자문위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개탄스러운 것은 대상인물을 선정하는 이총재와 한나라당의 왜곡되고 편협하고 지역분열적인 잣대입니다”며 이총재와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이어서 이의원은 “이회창 총재에게 묻고 싶다”며 말을 이어갔으나 당사자인 이총재는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고 말았다.



“혁신위는 이총재 작품”

이날의 대정부 질문은 한나라당이 야심만만하게 준비해온 국가혁신위원회(혁신위)의 실체가 국민의 눈에 ‘클로즈업’된 결정적 사건이었다. 신문과 방송은 이의원의 대정부 질문을 집중보도하며 여야간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최근 ‘보-혁 정계개편론’이 담긴 혁신위 내부회의록 공개에 이르기까지 여야는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이 터지면 즉각 상대를 비난하고 맞받아치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사가 되기 훨씬 전부터 혁신위는 탄생과 진화의 과정을 밟으며 정치권 한복판을 뒤흔들 파괴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혁신위가 탄생한 시점이 지난 연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원외지구당 의원으로 혁신위 분과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지난 연말부터 이회창 총재 머릿속에는 혁신위에 대한 구상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 우리 정치판이 상대방 흠집내기에 혈안이 돼 있었는데 이런 ‘네거티브 정쟁’에서 벗어나 이총재만이라도 국민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당초 이총재가 생각해낸 명칭은 ‘국가개조위원회’였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가개조위원회’라는 이름은 발상단계에서 폐기됐다.

“일본에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당수가 주창한 ‘일본열도개조론’이 있지 않습니까. 대만에서도 이와 유사한 국가개조론이 나온 적이 있고요. 이미 다른 나라에서 사용한 적이 있는 ‘개조’라는 단어보다는 다른 단어를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득(李相得) 혁신위 부위원장은 “남이 사용한 말이 아니면서 국가 전략을 다시 짠다는 의미를 담은 단어를 찾다보니 ‘혁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혁신위에 대한 최초의 아이디어 제공자와 이총재가 혁신위 위원장을 맡은 조직체계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총재 스스로 생각해낸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이총재의 핵심브레인인 유승민(劉承旼) 여의도연구소장의 작품”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李明博) 혁신위 미래경쟁력분과위원장은 혁신위가 이총재의 작품이며 이총재가 혁신위의 책임을 맡기로 오래 전부터 구상해왔다고 주장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이위원장은 “지난 1월인가 이총재가 사석에서 ‘혁신위가 구성되면 내가 위원장을 맡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다”며 “지난 4월인가 한때 혁신위 위원장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총재의 생각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뉴스를 듣고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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