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대해부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2/5
한편에서는 이총재가 혁신위를 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순수한 이총재의 창조물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혁신위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일이 되도록 추진한 사람은 이총재지만 아이디어 단계에서 혁신위를 프로그래밍한 사람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그 주인공이 바로 앞서 언급한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 유소장은 올해 초 사석에서 “조만간 한나라당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테니 두고 보라”고 귀띔한 적이 있었다. 당시 유소장은 “당의 체질을 바꾸는 대규모 인선을 준비중인데 초·재선 등 젊은 의원들과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원외지구당위원장을 가급적 중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유소장은 구체적으로 혁신위를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6월 내부정비를 마친 혁신위 당내 위원 인선 결과를 보면 유소장의 올해 초 당 체질개선 관련 발언이 상당부분 혁신위를 겨냥한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혁신위의 일반 위원 가운데 초선의원이 28명, 원외지구당위원장은 15명으로 둘을 합하면 43명이다. 이회창 위원장과 이상득(李相得), 박관용(朴寬用) 두 부위원장, 주진우(朱鎭旴) 행정실장, 각 분과 위원장 부위원장을 모두 포함한 혁신위 위원 수는 76명.

그 가운데 초선과 원외가 43명으로 전체의 57%를 차지하는데 이 수치만으로도 혁신위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표 참조) 초·재선과 원외를 중용한다는 것은 곧 다선 의원 중심의 당 중앙과는 뭔가 ‘차원이 다른’ 논의를 전개하려는 이총재의 의지를 분명히 읽을 수 있다.



혁신위의 인적 구성을 정확히 예측했고 실제 혁신위를 디자인한 장본인으로 전해지는 유소장의 역할 탓에 한나라당 주변에서 “유소장을 정확히 이해해야 혁신위의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혁신위의 한 위원은 “그를 알면 혁신위의 성격과 집권 이후 프로그램까지 전부 알 수 있다. 유소장은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추켜세웠다.

“유소장의 사회과학적 토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론자입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보수적 경제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학력만으로 그를 보수주의자로 몰아서는 곤란합니다. 현실정치에서는 오히려 당내에서 아무도 따라갈 수 없는 ‘쇄신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소장에 대한 평가는 당의 정책으로 구현되는 과정에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소장 본인이 정치인이 아니라 참모로서 자신의 위치를 한정하고 있는 이상, 비록 아이디어가 누구에게서 나왔든 혁신위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방향키를 잡은 이총재에게 달려 있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앞서의 혁신위 관계자는 이총재가 위원장을 자임하고 나선 것에 대해 이런 정치적 해석을 달았다.

“이총재가 위원장을 맡음으로써 결과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위원장을 맡음으로써 스스로 큰짐을 떠맡은 것 아니겠습니까. 지역, 정치성향, 세대의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갈등을 통합하는 책임을 떠맡은 것입니다. 따라서 이총재는 위원장이 되는 순간 다양한 스펙트럼을 나타내는 당내 인재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와 어떤 국정운영의 모델을 보여주느냐 하는 시험대에 선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러니까 이총재에게는 혁신위가 기회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도전인 셈입니다. 혁신위의 결과물을 어떤 것으로 내놓느냐에 따라 집권 이후 통치 프로그램의 윤곽도 드러나는 셈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전제 위에서 혁신위를 들여다볼 경우, 당장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과연 혁신위의 정치적 색깔은 무엇이냐는 점이다. ‘국가혁신’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혁신의 과제를 논의하는 곳이라면 당연히 개혁성향의 정책대안들이 주로 검토되지 않았을까.

반대로 한나라당의 당내기구로 출범한 이상, 한나라당의 정강정책 틀을 벗어날 수 없을 테고 따라서 아무리 국정쇄신방안을 논의하더라도 보수적 당론의 한계를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 이 문제는 혁신위 내부에서도 민감한 안건으로 토론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논쟁이 벌어졌던 곳은 혁신위 국가비전분과. 국가비전분과는 7개 분과 가운데 선임분과에 해당하는 곳이다. “집으로 말하자면 천장에 해당하는 곳”이라는 이상득 부위원장의 설명처럼, 기둥과 벽이 될 나머지 6개 분과를 아우르는 국가 전체의 비전과 전략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어떤 식의 국가운영 전략이 짜이느냐는 곧 한나라당의 향후 전략, 집권 이후 국가운영 방향을 가늠할 방향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는 분과다.

국가비전분과의 이런 위상탓에 분과모임 초기, 보수성향의 위원과 개혁성향의 위원 사이에 국가전략의 총론 방향설정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총재도 참석한 이 토론에서 개혁성향의 한 참석자가 “21세기에는 좌우편향을 극복하고 합리적으로 가자”고 제안하자 보수성향의 위원이 즉각 반발했다고 한다. 그는 “좌우편향을 극복하자는 주장은 모호하다. 우리 당의 다수가 신봉하는 보수이념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거론하며 반박했다.

치열한 보혁(保革)논쟁

두 사람이 대립되는 의견을 내놓은 뒤 한동안 논쟁이 벌어졌다. 위원들의 논쟁을 말없이 지켜보던 이총재는 회의 말미에 총평을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총재는 “잘못된 나라를 바로잡자는 게 혁신위의 과제”라고 전제한 뒤 “중요한 것은 미래지향성”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 혁신위의 한 인사는 “이총재는 우리 당이 수구 기득권 정당으로 몰리는 데 저항감을 갖고 있다. 보수세력이 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알지만 그 목소리만으로는 나아갈 수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굳이 이총재 본인의 의견을 밝히지 않아도 될 자리에서 ‘미래지향성’을 강조해 보수의 목소리만으로는 안 된다는 구상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총재가 개혁지향세력의 손을 들어줬다는 이런 해석은 아직은 당내에서 소수설에 속한다. 혁신위 참가자들은 물론, 대부분 한나라당 관계자들도 “당내 보수정객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혁신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우리 사회의 다수가 보수파 아닌가. 한나라당은 다수파의 목소리를 대변할 뿐”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혁신위는 이회창 총재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하고 지난 5월 초 공식 출범했다. 그리고 분과별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10회에서 15회 정도 내부 토론 및 외부강사 초청 토론 행사를 가졌다. 지난 6월까지 분과별 의제를 설정하고 외부인사 초청회의를 마쳤으며 7월부터는 의제별로 토론과 내용 채우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7월3일에는 국가비전, 정치발전, 통일외교안보분과의 1차 보고회를, 7월6일에는 미래경쟁력, 민생복지, 교육발전, 문화예술 등 나머지 4개 분과의 1차 보고회를 각각 여의도 당사에서 이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가졌다.

이날 보고회를 마치고 혁신위는 8월 말까지 집권에 대비한 국정지표 수립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8월 말에 있을 2차 보고회까지 구체적인 분과별 혁신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며, 10월 말에는 분과별 보고서를 완성할 예정이다. 그리고 12월 말까지는 분과별 보고서를 총괄하는 혁신위 전체 보고서를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혁신위는 내부 논의를 공론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대중과 함께 하는 공개행사를 열어 혁신위의 논의 결과를 확산해나간다는 것이다.

2/5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목록 닫기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댓글 창 닫기

2022/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