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言論大戰

“언론은 자성하고 정부는 양보하라”

‘홍위병’ 파문 李文烈의 4시간 격정토로

  • 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언론은 자성하고 정부는 양보하라”

2/8
이씨의 주장 중 압권은 역시 홍위병론이다. 시민단체 등 이른바 개혁세력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이 이론에 대해 그는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홍위병 이론이 타당성을 갖기 위해선 현재의 혼란상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이 뒷받침돼야겠죠?

“지난 며칠 동안 이번 사태를 정리하며 스스로에게 반문해봤어요. 아직 조짐도 안 보이고 뚜렷한 증거도 없는데, 내가 왜 이렇게 과민한가 하고. 그랬더니 몇 가지 짚이는 게 있었습니다. 그 하나는 1980년대를 휩쓸었던 이른바 운동권, 또는 운동 성향을 가진 젊은층의 의식이에요. 아마도 나는 그들에게서 중국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의 행태를 느꼈던 게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게 몸에 배인 것 같습니다. 한 불안의 형태로.

특히 내가 경계한 것이 뭐냐 하면 첫째, 비전문성에 의한 전문성 억압입니다. 그 다음, 운동의 관성이에요. 즉 한 방향으로 와 하고 밀려가면 멈추지 못하고 계속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 그 다음은 소수에 의한 다수 위장, 그리고 폭력성이에요. 이런 것들이 1980년대를 지나면서, 그리고 당시의 그 세력이 점차 사회 전면에 진출하면서 한층 구체적인 불안으로 자란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내가 왜 지금 와서 자꾸 홍위병 얘기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이 정권의 성격과 관련돼 있어요. 정치권 상황을 보면 이 정권은 홍위병에 대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본질적인 문제는 이 정권이 소수정권이라는 데 있습니다. 소수정권이 갈 길은 크게 두 가지밖에 없어요. 정권을 잡은 후 어떤 형태로든 국민을 설득해 다수를 확보하든지, 아니면 다수를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공권력을 잘 활용해 정국을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정권은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충분할 만큼의 다수를 확보하지 못했어요. 거기에 조직이나 공권력을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제일 활용 가치가 높은 조직이 군대와 경찰인데, 경찰에 대해선 이승만 대통령이 악용한 탓에 사람들의 경계심이 매우 강해요. 군대는 더 해요. 30년 이상 군대가 동원돼 사회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 했잖아요. 검찰이 있다고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검찰은 한계가 있는 조직이에요. 직접 뛰는 것은 하부조직인 경찰인데다 최종 판결은 또 법원에 맡겨져 있거든요.

다수를 확보하지도 못하고, 공권력도 함부로 휘두를 처지가 못 되니 국정을 운영할 힘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유혹을 느낄 수 있죠. 비정규의 조직과 운동성에 대한 유혹. 이런 점 때문에 홍위병 얘기를 하는 겁니다. 한쪽에는 다분히 홍위병을 닮은 의식과 행태가 분출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는 모택동, 혹은 임표나 강청처럼 홍위병을 활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 권력이 있으니까 불안해하고 앞질러 경고를 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전문성에 의한 전문성 억압이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예를 들면 예술에 정치논리가 개입하는 경우죠. 이데올로기로 예술을 평가하는 겁니다. 예술의 전문성이 정치적 목적에 예속되기를 강요하는 것입니다.”

―특히 문학 분야에서 그렇다는 건가요.

“1980년대에도 현실정치와는 역으로, 문학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이 그런 억압을 받았을 걸요. 그 결과 특정 이데올로기만 이해한 상태에서 문학을 그 이데올로기로만 재단하는 세력이 적어도 문학판에서는 주류를 이뤘습니다.”

―홍위병이라면 정권과 완전히 한 패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상호 교감은 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습니까.

“중국에서도 홍위병은 자발적인 조직으로 출발했지요. 모택동 친위세력과 연계한 것은 북경대회 이후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 교감만 없어요. 딴 건 다 갖춰져 있고.”

다 갖춰져 있고 교감만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좀더 분명한 설명을 요구하자 망설임 없이 얘기를 이어간다.

“교감만 없다는 것은 후하게 말한 겁니다. 사실은 어느 정도 교감이 있으리라고 보죠. 개혁세력으로 자처하는 단체들이 정말 (정부와) 전혀 무관하게 활동해왔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믿기에는 너무 자주 그들의 주장과 정부의 정책이 일치하는 겁니다. 우연치고는 심하지 않습니까? 옛날에 우리가 관변단체들이 벌이는 운동을 싫어했던 것은―옳고 틀린 것과는 상관없어요―그들의 목소리가 늘 정부의 견해와 일치했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이 정권에서만 예외를 인정해줄 수는 없지 않겠어요? 또 시민운동은 정부 또는 정치의 빈틈을 보완하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정부가 하는 일에 손뼉 치며 따라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쪽에서는 이렇게 반박할 수 있겠죠. 우리는 순수하게 개혁에 대한 열망에서 하는 일인데 그것이 정부 정책과 맞아떨어진 것뿐이라고.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있기는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정부를 지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특히 중요한 사안에서는. 시민단체가 반드시 정부에 반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반은 된다거나 (비판하는 경우가) 조금 많아야 하는 것이 원칙 아닌가요? 그런데 정부가 이미 추구하고 있는 일을 시민단체가 또 나서서 떠들썩하게 외치고 다닌다면 이거야말로 옥상옥(屋上屋)이지 않겠어요? 그 사람들을 가장 발끈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 말(홍위병)인데, 어딘가 찔리는 데가 있으니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겠어요?”

그가 운영하는 ‘부악문원’의 학생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서재에 들어오는 바람에 얘기가 잠시 중단됐다. “책이 왔다”고 하자 이씨는 “수취인불명으로 해 돌려보내라”고 말했다. 그의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벌어진 이른바 ‘책값 환불 논쟁’이 현실로 옮겨진 것이다.

논쟁이 시작된 후 이날까지 일주일 남짓 동안 이씨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오른 글은 7000여 건. 이씨에 대한 지지발언과 욕설과 비방이 뒤엉켜 아수라장이다. 여기에 ‘책값 환불 논쟁’이 덧붙여졌다. 이씨가 “당신한테 실망했으니 책을 반납하겠다”는 한 네티즌에게 “책을 보내면 최고 이율을 붙여 책값을 돌려주겠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 화근이었다. 즉각 네티즌들의 환불 요구가 쏟아졌다. 이씨는 “내 말뜻을 고의적으로 오해해 사람을 아주 우습게 만들고 있다”며 혀를 찼다.

2/8
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목록 닫기

“언론은 자성하고 정부는 양보하라”

댓글 창 닫기

2022/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