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호

‘미국자격증’에 도전하는 사람들

국제공인재무분석사, 미국공인회계사, 미국간호사, 미국한의사…

  • 곽대중 < 자유기고가 >

    입력2005-04-08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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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력서 하단에 얼마나 많은 자격증을 적어 넣느냐 하는 것이 취업의 중요한 변수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대등한 학력이라면 자격증을 많이 취득한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그만큼 많은 투자를 했다는 징표가 되기 때문이다. 학력주의의 벽도 점차 낮아져 어느 대기업 입사에서는 일류대학 출신의 지원자가 회사에서 요구하는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지방대 출신에게 밀렸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단순히 취업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해’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다. 이른바 인생 다모작(多毛作)시대. 갓 입사한 사원부터 정년을 앞둔 중역 간부에 이르기까지 “부단히 나를 가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은, 퇴근 후 샐러리맨들을 학원과 도서관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1998년을 분기점으로 이제 대한민국에서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사라져 옛말이 되어버렸고, 제 발로 회사를 걸어나가든 무언가를 꿈꾸며 창업의 길을 걸어가든 ‘자격증’이라는 보험에 들어놓아야 조금이라도 안심이 된다.

    약간은 삭막하게 느껴지는 이러한 이유를 떠나 순전히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자격증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본업과는 상관없는 요리, 자동차 정비, 에어로빅 강사 등 30여 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고 지금도 부단히 이런저런 자격증을 따는 것을 취미(?)로 여기는 사람이 화제로 오르내린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다는 합격자의 이야기도 그리 생소하지 않다.

    이러한 흐름 속에 자격증도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국내 변호사가 되기도 힘든 마당에 국제 변호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고, 한국공인회계사가 아니라 미국공인회계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 APR, CPIM, ASQ 등 생소한 국제공인, 혹은 미국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사람들의 소식도 간간이 들려온다.

    결혼정보회사 (주)선우는 지난 4월 전국 5개 도시 미혼남녀 366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 설문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 하나를 내놓았다. ‘나의 결혼조건에 이민가능 여부가 작용한다’는 문항에 55%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 최근의 이민열풍 속에, 이제는 배우자의 선택 기준으로 이민이 가능한지 여부도 고려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국제공인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좋은 신랑감, 신부감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월 라이선스닷컴(www.lysense. com)이 네티즌을 대상으로 ‘가장 따고 싶은 자격증’을 묻는 설문에서도 40% 정도의 응답자가 ‘국제자격증’을 꼽았다. 취업을 위해, 전직과 승진을 위해, 창업을 위해, 혹은 이민을 위해 국제공인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분식점에 넥타이를 맨 30대 초반의 샐러리맨들이 모여 앉아 있다. 또래 직장인들이 1차로 저녁식사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고 있을 시각, 이들은 김밥과 떡볶이로 저녁을 때우는 중이다. 간단한 식사 도중 나누는 대화의 소재는 최근 있었던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시험이었다. 10여 분 만에 식사를 마친 이들은 7시20분부터 시작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부랴부랴 학원으로 향했다.

    CFA(금융 및 투자 전문가) 응시자 급증

    S증권 대리라고 자신을 밝힌 이 일행중 한 명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CFA를 준비하다 보니 나도 처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학원에 등록했다”고 자신이 CFA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이 들어간 곳은 미국공인회계사(AICPA), 국제공인재무분석사,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 등의 자격증 시험과목을 강의하는 국제금융회계전문학원으로, 강의실마다 퇴근 후 이곳으로 ‘출근’한 샐러리맨으로 가득했다. 강의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볼 수 있는 60여 좌석의 LAB실에도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승진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독종’으로 불렸을 사람들이 이제는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6월3일 일요일 고려대학교는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함께, 졸업한 지 10년은 넘었음직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대학 본부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교내는 주차할 공간을 찾는 차량들로 혼잡했다. 이날은 세계 74개국에서 동시에 시행된 CFA시험이 있던 날.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이어진 이날 시험으로 학교 주변의 식당과 도시락 장수들도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올해 CFA시험의 서울지역 응시자는 총 3157명으로 지난해 2141명에 비해 47.5%나 급증했다. 한국의 지원자 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는 홍콩(6580명), 싱가포르(4801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으며 일본(1916명), 대만(1337명)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많다고 한다.

    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란 미국투자경영분석협회(AIMR)가 입증하는 금융 및 투자분야 전문가를 이르는 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해 1998년 수십 명에 불과하던 응시자가 1999년 800여 명, 작년에는 2000여 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CFA자격증 소지자는 국내는 물론 세계금융기관에서도 최고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CFA자격증 소지자를 고용하는 금융기관은 국제적 공신력과 신뢰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금융·증권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에게 CFA는 이른바 ‘몸값’을 올리는 신종 자격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희망하는 임직원에게 이 자격을 따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정해진 표준은 없으나 비슷한 조건일 때 비자격자에 비해 CFA는 평균 20∼30% 더 많은 연봉을 추가로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CFA 자격을 딴 사람은 모두 54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등으로 활약중이다.

    대학 졸업 후 여러 기업에 입사원서를 냈다가 번번이 좌절한 최은경(29)씨는 미국공인회계사(AICPA)로 인생의 행로를 바꾼 경우다. 1999년 LA로 건너가 시험을 치른 이씨는 AICPA 자격을 얻자마자 외국계 기업들의 ‘모셔가기’ 경쟁의 대상이 되어 현재 외국계 C유통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AICPA의 인기가 높자 너도나도 이에 몰리면서 자격을 취득한 한국인이 크게 늘어나 지금은 희소성이 많이 퇴색했지만, 여전히 AICPA는 CFA와 함께 가장 인기있는 자격증으로 꼽힌다. 한국공인회계사(KICPA)의 미국판이라 AICPA는 회계사의 주 업무인 회계감사, 세무대리업무 및 경영자문업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경영 및 회계관련 서비스 등을 수행한다. AICPA 국내 보유자는 현재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이들은 주로 국내 회계법인이나 일반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CFA는 3차(1, 2차 객관식, 3차 주관식)까지 시험이 있으며 이 시험을 다 보는 데 최소 3년 이상 소요된다. 반면 AICPA는 미국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재무회계, 특수회계, 미국상법, 회계감사 등 4개 과목으로 간단하며, 1차 시험만 치르면 된다. 특히 객관식이 60%에 이르고 주관식은 40%, 이중 괄호넣기 형태의 단답식이 20%를 차지한다. 또 국내공인회계사 시험과 달리 절대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일정수준의 성적만 내면 합격이 가능해 특히 대학생들이 재학중 많이 응시하는 추세다. 현재 각 대학별로 AICPA 준비반이 있으며 방학기간 특강도 마련되고 있다. AICPA를 준비하고 있는 고려대 경영학부 4학년 이효선(23)양은 “비전공자의 합격률이 높아서인지 회계학 전공자보다 비전공 학생들이 오히려 더 많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AICPA는 미국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세계 회계시장이 단일화되면서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국제적인 회계전문가 자격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국내기업에서 외국계 경영진이나 외국인 사외이사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영어로 감사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AICPA의 비중도 그만큼 커졌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모든 기업들에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재무제표를 만들도록 권고함에 따라 한국의 모든 금융기관의 회계감사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할 상황으로 변해가는 것도 AICPA 자격의 주가를 띄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 AICPA 자격을 취득해 자신의 능력을 내외로 무장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국내 AICPA의 절반 정도는 한국공인회계사 자격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국제자격증 취득은 당사자에게도 이익이지만 유자격 직원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로서도 공신력을 쌓는 재원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자격증 취득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 삼성전자에서는 ODD사업부 이홍필 과장 등 8명이 국내 최초로 ‘ASQ공인자격’을 취득했다. ASQ공인자격은 미국품질관리협회(ASQ, American Society of Quality)에서 주관하는 ‘품질인증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주는 것으로, 제품 및 서비스 품질에 대한 평가와 관리를 담당하는 ‘국제품질명장’임을 입증하는 자격이다. 삼성전자는 이 자격 취득을 위해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품질관리 관련 고급 전문 교육과정을 마련해 운영해왔다. 이홍필씨는 “1999년만 해도 품질관리 전문가가 거의 없어 선진업체와 거래시 외부 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자격증 취득으로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과 거래처에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국제공인자격 취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금호그룹은 14년 동안 줄곧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침 자율학습을 실시해 올 들어 3명이 AICPA 자격을 취득했다. SK계열사의 경우 재무분야 담당자의 상당수가 AICPA 자격을 소지하고 있으며 추가 응시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에도 현재 국제변호사 5명 외에 약 50명이 CFA, FRM 자격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회사는 이들을 관련 교육기관에 1∼3년 장기 파견연수를 보내는 등 취득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기업들도 지원

    IT분야는 국경(國境) 개념이 약해 전통적으로 국제공인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열풍이 거세다. IT교육기관인 삼성멀티캠퍼스 국제공인자격센터의 경우 지난 3월 1221명이 응시한 데 이어 4월에도 1286명이 몰려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들의 90% 이상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시스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IT분야 거대기업들이 주관하는 MCSE, CCNA, SCJP에 지원했다.

    국제IT자격증은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자사의 시스템 활용능력을 인정하는 자격증이다. 이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단연 IT업계를 평정하다시피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증시험. 통틀어 MCP (Microsoft Certified Professional)라고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인증시험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공인 제품전문가(MCPS), 솔루션개발자(MCSD), 시스템 엔지니어(MCSE), 공인강사(MCT)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MCPS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의 설치, 구성 및 기술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며, MCSD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각종 개발 도구 및 기술을 사용하여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업무용 솔루션을 디자인하고 개발할 수 있는 자격이다. MCSE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사용하여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계획·구현·유지 및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자격이다. MCT는 마이크로소프트 전문 교육기관에서 공식 커리큘럼을 강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이러한 자격들은 엄밀히 말하면 자격증이 아니라 인증이다. 즉 해당 인증을 취득한 사용자는 관리 또는 사용 능력과 적절한 기술 수준을 가지고 있음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보증하는 것이다. MCP 자격을 취득해야만 Windows NT 기반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관리한다든가 또는 MS 비주얼 개발 도구를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인증 획득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러한 인증 이외에 객관적으로 활용능력을 평가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또 IT 관련 인증은 취득자에게 신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세미나를 통해서 적절한 기술 및 정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기 개발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따면 그만인 보통의 자격과 구별된다.

    MCSE 자격을 갖고 있는 전남대 4학년 박현용(26)씨는 “이러한 자격은 새 제품이 개발되거나 기존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면 새로운 자격증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IT업계에 취업하려는 사람들은 늘 새로운 자격증 정보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일단 마이크로소프트의 자격을 취득하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향방에 따라 움직이는 ‘MS인생’이 되는 것이다. Windows NT 4.0으로 MCSE 자격을 취득한 박씨는 Windows 2000이 개발되자 다시 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MCP 이외에 인기를 모으는 IT 관련 자격증으로는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에서 운영하는 기술인증 CCC, 로터스사에서 인증하는 CLS와 CLP, 오라클이 인증하는 DB설계 개발자 자격 OCP 등이 있다. 또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인터넷에서 주로 쓰이는 자바(JAVA)언어를 다루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SCJP를 취득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 시험은 대부분 영어로 출제되며 응시료는 대개 7만원 안팎이다.

    금융, IT 이외의 분야에서도 국제공인자격을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월에는 M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이현정(29)씨가 미국홍보공인자격증(APR, Accreditation in Public Relations) 시험에 한국 최초의 여성이자 최연소로 합격해 주목을 받았다. APR는 미국PR협회(PRSA)에서 주관하는 시험으로 5년 이상의 실무경험을 가진 사람에게만 응시자격을 준다. 미국PR협회에 소속된 2만여 명의 회원 중 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세계적으로 60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한국에서 APR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모두 5명.

    1996년 미국 유학중이던 이화여대 신호창 교수와 홍보대행사 코콤 김장열 사장이 현지에서 응시해 ‘한국인 1호’를 기록했다. 이들이 이 희귀한 시험에 도전한 이유는 “한국에도 이러한 인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김장열 사장은 “한국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자격증이지만 외국계 기업 주문자들을 APR 자격 보유자임을 밝힌 명함을 내밀면 한국에도 이런 능력있는 전문가가 있느냐며 인정한다”고 의미를 설명한다. 여성 APR 1호인 이현정씨는 자격증 취득 이후 S증권의 홍보담당자로 직장을 옮겼다. 연봉 등 대우가 달라졌다는 귀띔이다. 현재 APR 시험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미국 간호사 시험도 열풍

    산부인과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채미진(32)씨는 미국간호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간호사면허전문학원 상담실을 찾았다. 남편과 함께 미국이나 캐나다 이민을 준비하고 있는 채씨는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외국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이 학원에는 8월 초 개강을 앞두고 미국간호사 면허취득의 방법, 이민가능성 등을 묻는 전화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NCLEX로 더 많이 알려진 미국 간호사 국가시험은 각 주별로 실시한다. 전문대학 또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이면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간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고 모두 이민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 간호사 비자는 취업비자로 H-1A가 있었으나 1997년에 발급이 중단되었다. 따라서 다른 취업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 학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요구한다. 3년제 전문대학 출신은 학사학위 취득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탑간호전문통역학원 백환금 원장은 “1998년부터 비자가 제한되어 미국간호사면허에 대한 인기가 약간 주춤하다가 최근에 이민, 유학 열풍이 불면서 갑자기 희망자가 몰리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한다. 또 각 대학에서 특성화를 내세우면서 간호학과 내에 미국간호사 강좌를 개설한 것도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백원장은 “현재 한국에서 미국간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1000여 명 정도 될 것”이라고 나름대로 예측한다.

    미국에서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한의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한의사시험은 NCC AOM(National Certification Commission for Acupuncture and Oriental Medicine)과 각 주에서 시행하는 면허시험이 있다. 자체적으로 면허시험을 실시하는 주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두 곳뿐이어서 대개 NCCAOM을 미국 한의사 자격시험이라고 부른다. 시험과목은 침구학, 한약, 침구실기, 정침법 등 4개며 미국 40개 도시에서 영어, 한국어, 중국어로 연 3회 실시한다.

    미국에서는 아직 한의사라는 말이 보편화되지 않아 단순히 ‘침구사’라고 불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동양의학 과정을 체계화해 OMD(Oriental Medical Doctor)로 불릴 날이 멀지 않았다고 예측한다. 실제로 현재 미국에서는 많은 학자들이 동양의학을 보급하고 있으며 현재 영어로 강의하는 대학만 40여 개에 이른다. 또 NCCAOM 자격은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멕시코 등에서도 인정받는다. 미국 한의사 자격 취득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동의학연구원 이기호 원장은 “NCCAOM을 취득하여 미국 등 외국으로 진출하는 것은 동양의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한다. 한국동의학연구원에서는 지난 7년 동안 100여 명의 NCCAOM 합격자가 배출되어 미국, 캐나다 등지로 진출했다. 이들 중엔 양의사도 10여 명 포함되어 있다.

    국제공인자격을 취득하는 데는 비용과 노력이 만만치 않게 든다. 금융관련 자격증이나 IT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드는 돈은 학원비만 최소한 200만∼500만원선. 외국에서 시험을 보는 자격증의 경우는 1000만원 이상이 들기도 한다. 또 자격증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소한 6개월에서 3∼4년을 준비해야 한다. CFA 전문학원의 한 관계자는 “직장인의 경우 3∼4년 동안 술자리를 피하고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여야만 취득이 가능하다. 그냥 한번 해볼까 하는 자세로 덤벼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충고한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만큼 성과가 있을까? 이 역시 각 자격마다 천차만별이지만 합격률은 차치하고라도 “국제공인자격증은 시험에 붙는 것만으로는 빛을 발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터넷 교육 포털사이트인 배움닷컴(www.baeoom.com) 임춘수 사장은 “대부분의 국제공인자격증은 실무능력을 겸비해야 그 자격을 인정해 준다”며 “막연한 기대감으로 도전하기보다는 자기 능력을 입증하는 증거로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까지 국제공인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몇몇 학원의 경우 자격증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일부는 외국인회사에 무조건 입사할 수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현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무능력 겸비해야 인정

    학원마다 경쟁적으로 ‘○개월 속성과정’을 내거는 것도 자격증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공인자격증을 소개하는 한국사이트인 MCP Korea(www.mcpclub.net)에서는 이른바 ‘덤프’ 문제로 네티즌 사이에 욕설이 오가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페이퍼’라고도 불리는 덤프는 MCP 자격 기출문제집을 이르는 말. 정규학원에서 12개월 이상 준비해야 하는 MCSE 과정을 단 5주 만에 끝마쳤다는 한 네티즌의 자랑에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자격증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중소 인터넷 벤처회사에 근무하는 김홍명(34)씨는 MCSE 등 IT관련 자격증을 8개나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은 그냥 ‘자격증’일 뿐이지 필드에서는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이 자격만 있으면 고소득이 보장되었지만 요즘엔 자격증 취득자가 많아 실력이 없으면 취직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자격증도 중요하지만 실력을 쌓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김씨는 조언한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주관하는 SCJP는 자바(JAVA)의 핵심 지식과 기술의 이해도를 인증하는 자격증이지만 실무능력 없는 합격자가 양산되자 지난해 10월부터 시험내용을 한 단계 높였다.

    배움닷컴 임춘수 사장은 “그래도 자격증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고 덧붙인다. 그것을 준비하면서 남들보다는 공부를 더했다는 증거는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조흥은행은 지난 한 해 ‘전임직원 1인 2자격증 갖기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한 해 동안 500여 명의 임직원이 공인회계사, 고객자산관리상담사 시험에 합격했다. 금융가에서는 ‘슈퍼 은행원’이 되어야 살아남는다는 농담이 오갔다. 자격증 취득 열풍이 국제공인자격증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바야흐로 ‘슈퍼 한국인’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아닐까.

    국제공인자격증 취득을 위한 10가지 충고

    1. 영어는 필수다.

    국제공인자격증은 영어를 잘한다는 또 하나의 증거로 여겨 자격증의 가치를 높여준다. 한국어로도 볼 수 있는 시험이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영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2. 자신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직장인의 경우 퇴근 후 또는 주말을 이용해 공부하게 된다. 퇴근 후 술자리가 그리워질 수 있지만 일단 목표를 세우면 과감히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독학하는 것보다 학원에 등록하는 것도 자신을 규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3. 조급함을 버려라.

    국내자격증과 달리 국제공인자격증은 여러 단계의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원서접수도 까다로운 편이다.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야 최후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4. 주관을 세워라.

    유행하는 자격증이라고, 혹은 동료들이 도전하고 해서 있다고 휩쓸려 도전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자격증인지, 전망이 있는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비용과 노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5. 실력을 함께 쌓아라.

    대부분의 국제공인자격증은 실무경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취득한다고 바로 자격을 얻는 것이 아니다. 또 자격증을 취득해 입사한다고 해도 능력이 없으면 금방 드러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기 위한’ 자격증이 아니라 ‘실력을 쌓는’ 자격증임을 잊지 말라.

    6. 새로운 자격증을 개척하라.

    처음 실시되는 시험일수록 합격률이 높고 가치도 높아진다. 또 국내에 소지자가 희귀한 자격증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7. 인터넷을 활용하라.

    자격증 정보는 학습전문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이중에는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스터디 그룹을 구성하고 있는 곳이 많다.

    8. 100% 취업에 현혹되지 말라.

    ‘억대 연봉보장’, ‘외국계 기업 완전 취업 보장’ 등의 문구를 내건 광고나 기사가 많다. 희귀한 자격증을 소개하는 광고도 있지만 과장 광고가 대부분이다. 또 이른바 ‘뜬다’고 해서 당신이 도전하는 사이 이미 수백 명이 같은 기대를 갖고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9. 본업을 유지하라.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성공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본업을 유지하면서 부가적으로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10. 부단히 혁신해야 한다.

    자격증 하나로 평생을 먹고 살던 시절은 지났다. ‘평생 공부한다’는 자세로 늘 새롭게 자신을 무장해야 한다. 특히 국제공인자격증은 세계화가 가속화하면서 해가 갈수록 그 의미가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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