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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

“증시 생중계로 개미투자자 사로잡는다”

류화선 한경와우TV 사장

  •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증시 생중계로 개미투자자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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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의 생명은 정보다. 은행 빚 얻어 애면글면 매달리는 개미투자자건, 하루 수천억원을 주무르는 기관투자가건, 승패를 가름하는 것은 너나없이 얼마나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느냐다. 이뿐인가.

손에 걸려든 ‘사실’들을 이리저리 끼워 맞춰 시장 흐름을 잡아내는 분석력도 필요하다. 여기 더해 무엇이 ‘될 성 부른 나무’인지 콕 짚어낼 수 있는 판단력과 투자철학까지 갖추고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으리라.

그러나 생업이 따로 있고 전문 투자 교육도 받지 못한 대다수 투자자들에게 변화무쌍한 우리 증시는 맹수가 출몰하는 아프리카 정글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힘세고 똑똑하고 친절한 가이드가 있다면 다퉈 길 안내를 부탁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경제신문 편집국장 출신 전문경영인

한경와우TV는 바로 그 길라잡이 노릇을 자임하고 나선 증권전문 케이블 채널이다. 일주일 내내 하루 24시간, 따끈따끈한 주식 정보와 재테크 정보를 시청자의 안방, 사무실, PC와 객장으로 발빠르게 실어 나른다. 덕분일까, 지난해 10월1일 첫 방송을 한 신생 채널인데도 놀라운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청률 전문조사기관인 AC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6월2·4분기 한경와우TV의 평일 증시 개장시간(오전9시부터 오후3시까지) 시청점유율은 평균 7.3%로, 전체 44개 케이블TV 채널 중 3~6위를 유지했다. 이는 영화, 드라마 등 취미·오락 채널을 제외한 정보 채널 중 사실상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모든 도약에는 ‘발판’이 있는 법. 한경와우TV의 급부상 뒤에는 경제전문 대기자 출신인 류화선 사장(53)이 있다.

류사장은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지낸 정통언론인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서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2001년에는 경기대 경영학부 겸임교수로 일했다. 현재 한경와우TV 대표이사 사장과 한국경제신문 편집·기획담당 이사를 겸하고 있다. 그러나 활동의 중심은 아무래도 한경와우TV다. 신생 미디어 CEO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언론인으로서의 삶을 차분히 마무리할 시점에서 예기치 않은 변화를 겪게 된 거죠. 신문에서 방송으로, 또 편집 임원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말입니다. 여전한 게 있다면 경제 뉴스를 다룬다는 점이랄까요. 수세적이기보다는 새 분야, 새 직책으로 인한 긴장과 재미를 만끽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얼굴 가득 피어오르는 소년 같은 미소가 방송사 CEO에 대한 거리감을 단숨에 없애준다. 민완기자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소탈한 웃음이다.

한경와우TV가 출범한 건 1999년 8월. 증권정보 전문 웹 캐스팅(인터넷 방송) 업체로서 같은해 10월엔 벤처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2000년 1월 사이트를 오픈해 하루 8시간씩 증권정보를 생방송했다. 같은해 5월 케이블TV 프로그램 제공 사업자로 선정됐고, 12월에는 한국경제신문사가 최대주주가 됐다. 자본금도 51억원에서 89억2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류사장이 취임한 것은 올 3월12일. 이제 겨우 4개월 남짓 흘렀을 뿐이지만 회사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올 4월1일, 유료채널에서 무료채널로 전환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회원 가입비 대신 광고료가 가장 큰 수입원이 된 거죠. 또 하나는 지난 6월, 증권경제분야 위성채널 사용 사업자로 단독 선정된 겁니다. 이로써 한경와우TV는 미래형 멀티미디어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됐습니다.”

“하루 25시간 일한다”

무료채널 전환은 사실 큰 모험이었다.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회사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오랜 경기침체로 광고 시장 역시 답보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후발 매체, 그것도 공중파 방송이 아닌 케이블 채널로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류사장의 방침은 단호했다. 시청률이 아무리 높다 해도 최고의 이익을 내지 못하면 ‘1등 방송’이 될 수 없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저는 신문사 기자로, 데스크로, 편집국장으로, 임원으로 일하는 동안 ‘1등 하는 맛’을 느껴본 사람입니다. ‘1등 정신’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체득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1등 정신’입니다.”

류사장이 직접 쓴 취임사의 한 구절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구성원 각자 전투에 임하는 병사의 심정으로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취임한 날부터 류사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주저없이 밀고 나갔다. 매주 월요일 오전 6시30분에 열리는 간부회의가 중심이었다. 류사장은 회의 때마다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전투 대열’로 설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날 회의 결과는 전자우편을 통해 전직원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정리는 류사장이 직접 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내용 누락이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e-메일은 전사원이 당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목표를 공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직원들에게 보내는 e-메일에는 되도록 생생하고 적확한 표현을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회사 사정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건 돈을 버는 일이라는 걸 쉼없이 강조했죠. ‘돌격’이니 ‘작전명령’이니 ‘점령일시’니 하는 용어도 간혹 사용했습니다. 제 간절한 바람과 결의를 직원들에게 전염시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류사장은 임원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얼마 전 있었던 사원 체육대회에서 우수사원상을 받은 한 팀장은 “사장님으로부터 29통의 전화를 받은 날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루 25시간을 일하는 기분이었다. 꿈속에서도 회사 일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요즘 한경와우TV 직원들의 퇴근 시간은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다.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20~30대 젊은이가 사원의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불만을 터뜨리는 이는 많지 않다. 사장 이하 임원들이 솔선수범하고 있는데다 ‘성과에 따른 명확한 보상’을 분명하게 약속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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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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