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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연재 ④

주목받는 약물치료, 에탄올·한방추출액 주사요법

난치병에 도전한다 ·전립선질환

  •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주목받는 약물치료, 에탄올·한방추출액 주사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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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료를 받아도 일시적인 증상 개선에 그치거나 재발이 잦고 수술 후 부작용을 일으켜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전립선 질환. 최근 의료용 에탄올을 전립선에 주입해 비대조직을 괴사시키거나, 한방 추출액을 방광과 요도에 투입해 삼투압 원리로 증상을 없애는 양·한방 신치료법들이 개발됐다. 발기부전이나 요실금 등 성기능장애 부작용이 없을 뿐 아니라 단 한 번의 치료만으로 놀라운 치료효과를 거둔 임상 결과도 나왔다.
50대 후반의 중소기업체 사장 L씨는 간밤에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한잔 걸치고 집에 돌아온 후 감기 기운이 돌아 약 한 봉지를 입에 털어넣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바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신세가 됐다. 오줌보가 가득 차 마려운데도 갑자기 요도가 막혀 소변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 L씨는 우선 요도 카테터로 소변을 받아내는 응급처치를 받은 뒤 정밀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L씨는 전립선 비대증 환자. L씨는 나이에 비해 건강해 보였지만 이미 3년 전부터 전립선 비대 증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평소에 소변이 자주 마려운 편이었고, 소변을 볼 때도 가끔씩 오줌 줄기가 끊어져 아랫배에 힘을 주어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줌 줄기가 가늘어지더니 급기야 소변 본 뒤에도 오줌이 방울방울 떨어지거나 잔뇨감이 들었다. 그러나 별 다른 통증이나 불편이 없어서 나이 탓으로 돌리고 지내왔다고 한다.

전립선 비대증은 남성 고유의 병으로 분류된다. 인체에서 남성만이 가지고 있는 성(性) 부속기관이 바로 전립선이기 때문. 전립선은 오줌보(방광) 바로 아래에 자리잡고 있으며 모양이 밤톨처럼 생겼다. 정액의 3분의 1을 구성하는 전립선액(정액에서 밤나무 냄새가 나는 독특한 성분)을 분비해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고 정자의 운동성을 향상시켜 임신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전립선은 성관계를 가지고 사정할 때 소변과 정액이 섞여 나오지 않도록 조절하며 방광의 세균 감염을 막아주는 기능도 한다. 여성에게 흔한 방광염이 남성에게는 거의 없는 것도 전립선 덕분이다.

전립선은 지름 3cm 정도의 크기로 30세 전후의 정상 무게는 15∼20mg.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남성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전립선이 커져(전립선 비대) 요도를 압박하게 되면 배뇨장애와 성기능장애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전립선 비대증의 발병률은 나이에 비례한다. 30∼40대에서는 그리 많지 않은 전립선 비대증이 50대에서는 급격히 늘어나 전체의 50%가 이 증상을 앓는다. 그래서 흔히 50대를 ‘전립선 연령’이라고 부른다. 이후 60대에서는 60%, 70대는 70% 정도가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는데, 인구의 고령화와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그 수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연합회와 보험관리공단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 전립선 비대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가 4∼6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립선 비대증의 적신호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전립선이 커지더라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치료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균관대 의대 비뇨기과 최한용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소변을 오래 참으면 방광의 수축력이 약해져 소변 보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방광이 늘어나 전립선을 압박해 통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임상 조사 결과도 있다. 부산의 전립선 질환 전문병원(박용상 비뇨기과)의 박용상 원장은 2년(1995∼1996)에 걸쳐 전립선질환 증상을 보이는 운전기사와 이발사, 두 직업군을 비교해본 결과 운전기사군이 병원 치료가 필요한 전립선질환에 쉽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장은 이발사군(63.6%)보다 운전기사군(85.7%)에서 전립선 증상이 심한 것은 ▲장시간 앉아 있는 자세가 전립선에 압박을 가해 혈행(血行)장애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고 ▲직업 환경이 소변을 참아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스트레스와 긴장 상태로 회음부, 골반근육 등이 경직되어 배뇨기능 말초신경전달체계에 이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립선이 비대해져 불편한 증상이 있는데도 계속 참고 살면 통증 혈뇨로 이어지고 콩팥염, 콩팥기능저하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L씨처럼 감기약을 복용하거나 술을 마신 후에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요폐현상이 나타나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박용상 원장은 요폐현상으로 새벽에 병원 문을 두드리는 노인 응급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다.

전립선질환 전문의들은 50대 이후 소변 때문에 한두 번 이상 잠에서 깰 때는 전립선 비대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한참 뜸을 들여야 소변이 나오거나, 오줌 줄기가 힘차지 못하고 아랫배에 힘을 주어야 나오거나,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치 않거나, 회음부나 하복부에 불쾌감이 있거나, 성기능장애(발기부전, 조루증)를 느끼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검사 결과 전립선 비대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환자가 그로 인해 얼마나 불편을 느끼며 고통을 받느냐가 우선적인 치료 기준이 된다.

전립선 비대증의 치료요법은 크게 약물복용법과 수술요법이 있는데, 최근에는 환자에게 큰 고통을 주지 않는 여러 가지 비수술적 치료술이 개발돼 의료계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중 어떤 방법으로 어느 시기에 치료하느냐는 것은 전립선 상태나 합병증 유무, 환자의 전신 상태 및 성생활 부분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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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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