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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人공장’ 1000곳! 강남 성형외과 타운

  • 김문영 < 자유기고가 > noname01@freechal.com

‘美人공장’ 1000곳! 강남 성형외과 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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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의료사고의 범위는 상당히 넓은 편이다. 단순하게는 환자가 육체적 고통을 겪지는 않지만 수술 전보다 오히려 안 좋은 모양이 나오는 경우가 있고 그 외에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환자가 수술중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난다.

지난 1월 유방확대수술을 받은 20대 김진영(가명)씨의 사연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김씨는 평소 빈약한 가슴 때문에 고민하다가 유방확대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가 서울 소재 유방전문클리닉을 알게 됐다. 전화를 걸었더니 의사는 “멀어서 불편하더라도 최상의 결과를 얻으려면 이곳으로 오라”고 권했다.

수술을 받기 전에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과는 ‘최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대충 보기에도 모양이 부자연스러운데다가 딱딱하고 한쪽 가슴에는 주름까지 생겼다. 그런데도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흉터부분도 줄일 겸 200만원을 더 들여 재수술을 하자”고 했다. 이미 수술비를 600만원이나 들였는데 200만원이 더 필요하다니, 김씨는 어이가 없거니와 재수술 비용도 문제여서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집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몇 개월 후, 겨드랑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외과에 갔더니 가슴에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근처 성형외과에서는 “수술이 엉망으로 됐다”며 “당장 가슴에 삽입한 백을 제거해야 한다. 언제 백이 터질 지 모른다”고 했다.

김씨는 당연히 수술한 곳에서 백을 제거해주고 수술비 600만원도 돌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술한 의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일단 변호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변호사는 “민사 소송을 하려면 현 상태를 보존해야 하므로 재수술을 받아서는 안 된다. 소가 제기된 후에 내가 재수술 때 참관해 사실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또 “소송에 이기더라도 실익이 적으니 가능한 한 의사와 타협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했다.



성형사고뿐 아니라 대부분의 의료사고는 피해자와 가해자 간 ‘합의’로 해결된다. 그리고 그 합의 조건은 주로 ‘돈’이다. 성형외과는 피해가 아주 심각하지 않은 이상, 무료로 재수술을 해주는 선에서 처리가 끝난다. 물론 의사에 따라서는 김씨가 수술 받은 곳처럼 재수술 비용까지 환자에게 부담시키려 드는 경우도 있다.

의료사고 소송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워낙 전문적인 분야라 웬만해서는 문제 파악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 사고처럼 부작용이 심각한 경우에는 소송에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모양이 이상하게 나온’ 정도로는 의사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우선 수술 전 모습과 수술 후 모습을 명확하게 비교해볼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성형외과에서는 기본적으로 수술 전후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환자의 요구에 따라 사진을 제공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

환자가 의사로부터 자신의 진료기록을 넘겨받을 수 있는 권한을 인정받은 것도 최근의 일이다. 2000년 7월에 시행된 개정의료법에 이르러서야 환자의 진료차트 교부권이 인정됐다.

더구나 성형 분야는 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진료비 납부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곳도 많다. 의사가 “수술하지 않았다”고 딱 잡아떼면 더 이상 대책이 없는 셈이다.

‘ 장애’판정받기 힘든 성형사고

주부 신유라(31·가명)씨는 지난 1995년 명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예뻐지기는커녕 누가 봐도 이상했다. 신씨는 이 성형외과에서 세번에 걸쳐 재수술을 받았다. 그래도 결과가 좋지 않자 의사는 수술비를 줘서 압구정동에 위치한 다른 성형외과로 신씨를 보냈다. 옮긴 곳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두 번의 재수술을 하고도 “한번 더 해보자”는 말을 듣고 말았다.

6년간 일곱 번의 재수술을 받으면서 신씨는 우울증, 망상장애 등 정신장애에 시달리게 됐다. 부부관계에도 문제가 생겼다. 신씨는 참다못해 정신과 전문의 소견서를 첨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여섯 번 수술을 받는 동안의 물적·정신적 피해 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다.

법적 대응을 위해 신씨가 찾은 곳은 의료사고에 관한 무료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사고가족연합회(www.malpractice.co.kr, 약칭 의가연)’. 이곳을 통해 변호사도 소개받았다.

의가연의 이진열 회장은 “의료사고는 변호사도 잘 나서지 않아 처리하기 힘들다. 특히 미용 성형 사고는 더 힘들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보통 소송금액의 일정부분을 수임료로 받는데 의료사고는 소송액수가 적다. 최악의 상황, 즉 환자가 사망해도 보상액은 1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성형 결과가 안 좋은 정도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즉 모양이 잘못 나왔다는 점, 그 잘못이 의사 과실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인정받더라도 환자가 의사한테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책임에는 한계가 있다.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 판정의 기준은 ‘직업별 노동력 상실도’이다. 그런데 성형사고는 ‘장애’ 판정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코 모양이 명백히 이상해졌다고 해도 주부인 김씨의 노동력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기 쉽다. 따라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아주 적은 보상금을 받게 된다.

김씨는 계속되는 성형 실패로 정신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기 일쑤고 외출이라도 하려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닌다. 우울증, 망상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성형사고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한 판례는 없다.

성형사고에 따른 장애 판정으로는 ‘얼굴마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얼굴’이 노동력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의사가 성형사고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얼굴마담의 노동력 상실도는 60%로 판정됐다.

최근에는 지방흡입술을 받은 38세의 여성 장모씨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장씨는 수술로 인해 화상을 입고, 반점이 생긴데다 오른쪽 다리가 마비되는 증세까지 겹쳤다.

장씨는 낮에는 컴퓨터 시스템 엔지니어로, 밤에는 카페 여종업원으로 일하며 월 530만원을 벌고 있었다. 재판부는 장씨가 컴퓨터 기술자로 60세, 카페 여종업원으로 45세까지 일할 수 있는 만큼 예상 소득과 위자료 1000만원을 합해 총 74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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