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호

프리츠커 프로젝트

삼각형의 비밀을 푸는 자, 이 건축의 비의를 깨치리라

인천대공원 목재문화체험장 목연리(木連理)

  • 글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사진 ·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신경섭 작가

    입력2017-08-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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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소 | 인천 남동구 무네미로 238
    • 개관 | 2017년 3월 31일
    • 수상 | 제25회 세계건축(WA)상, 2017 레드닷컴 디자인상
    • 설계 | 한은주
    • 문의 | 032-440-5850

    건축자재 중에 가장 익숙한 게 뭘까. 나무, 돌, 쇠, 유리다. 만일 나무와 관련한 건축물을 짓는다면 건축자재로 뭘 쓸까. 대부분 나무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실제 국내 대부분의 목재 박물관 내지 목재 체험장은 통나무로 지어졌다. 올해 3월 말 인천대공원에 세워진 목재문화체험장 ‘목연리(木連理·뿌리가 다른 나무들이 맞닿아 조화를 이룬다는 뜻)’는 이런 통념을 배반한다.


    인천대공원 정문으로 들어와 왼쪽의 수목원 초입에 위치한 지상 2층 건물인 목연리의 기초는 잿빛 콘크리트다. 그래서 낯설다.‘도심에 지어진 건축물도 아닌데 왜’라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긴다. 외벽의 일부를 적삼목 패널로 감쌌지만 역시 목재 특유의 색깔을 감추고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게다가 멀리서 보면 그랜드피아노를 닮았지만 곡선의 원만함은 찾기 어렵고 날카로운 삼각형이 여럿 발견된다.


    고공에서 내려다보면 본관 건물이 큰 삼각, 그 옆에 수목원 출입구 구실을 하는 건물이 작은 삼각 구도를 이룬다. 또 본관 건물 1, 2층을 연결하는 외부 계단의 필로티(상층을 지탱해주는 독립 기둥) 제일 뒤쪽 모서리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3중의 삼각형이 발견된다. 하늘로 치솟은 한옥 처마를 연상시키는 지붕 모서리의 삼각형과 본관을 장식하는 목재 열주 배치를 위해 비죽 튀어나온 삼각형 그리고 수목원 출입구 옥상 부위가 빚어내는 삼각형이다.




    목재 체험장을 왜 모난 삼각형을 모티프로 삼은 콘크리트 건물로 지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목연리 안으로 들어가서 건축물 자체를 깊이 체험할 때서야 알게 된다.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먼저 목연리의 시그니처(signature)와 같은 ‘목재 스크린’을 들여다보자. 목재 스크린은 수목관 출입구와 본관 2층에 길게 도열한 나무 열주와 같은 구조물을 말한다. 멀리서 보면 열주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붉은빛이 도는 ∧형태의 목재가 8단 또는 9단으로 겹겹이 포개진 구조다. 건축가인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소장은 이를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문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앞을 천천히 걷다보면 신전이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회랑 구조의 신성함이 느껴진다. 기자는 그곳에서 일본 최고(最古)의 목조 사찰 호류지(法隆寺) 금당 회랑의 목조 창살을 떠올렸다. 멀리서 보면 벽면 같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바깥 풍광을 회랑 안으로 끌어들이는 금당 회랑의 목조 창살처럼 목재 스크린 역시 주변 수목원과 목연리를 분리하면서도 아름드리나무 가득한 수목원의 풍광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놀랍게도 이 목조 스크린은 움직이기까지 한다. 붉은 빛깔이 도는 동남아산 멀바우(‘태평양 철목’) 목재를 하나하나 깎아서 만든 목조 스크린 뒤에 숨은 쇠창살이 뒤에서 살짝 회전운동을 한다. 그러면 스프링으로 연결된 ∧ 형태가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면서 마치 나비의 날갯짓 같은 역동적 이미지를 빚어낸다.





    원래는 목조 스크린에 설치된 센서에 의해 외부의 날씨 변화나 내부의 인구밀도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했기에 한 소장은 이를 ‘앰비언스 월(Ambience Wall)’이라 이름 붙였다. 건물 내외부의 분위기(Ambience) 변화에 맞춰 변신하는 벽(Wall)이란 의미다. 이는 햇빛이나 바람의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창출하는 숲을 현대적 첨단기술로 새롭게 구현해냈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건축물이 위치한 시공간과 인간의 실시간적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한은주 소장의 ‘상황건축’ 철학의 산물이다.


    하지만 현재는 안전상의 이유와 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특별한 방문객이 있을 경우에 한해 시범적으로만 작동한다. 아쉬움이 크다. 이 건물의 진가를 발견할 기회가 일반 방문객에겐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는 목조 스크린의 날갯짓을 보고난 뒤 비로소 목연리의 주요 모티프로 삼각형의 비밀을 풀어낸 기분이 들었다. 목조 스크린의 기본을 구성하는 ∧ 형태의 목재 하나하나가 바로 삼각형 아니던가. 어떤 이는 이를 보고 기도하는 두 팔을 연상하고, 어떤 이는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목판을 2장씩 짝지어놓은 모습을 연상한다. 그래서 종교적 경건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무엇보다도 나무의 가장 기초적 형상으로서의 삼각형(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해보라)이다.


    한 소장은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각형의 비밀을 풀고 나니 목연리에 대한 의문(하필이면 왜 모난 콘크리트 건물로 지었을까)도 저절로 풀렸다. “이미 나무와 숲으로 가득 찬 공간에 다시 목재 건물을 짓는 단조로운 동어반복을 피하면서 목재의 특성을 추상적이면서도 역동적으로 형상화하려 했다”는 건축가의 숨은 의도다.


    이를 이해하고 나면 목연리는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로 다가선다. 목재의 특징이 건물 곳곳에 하나씩 숨어 있기 때문이다. 잿빛 콘크리트 외벽을 자세히 바라보면 목재의 결이 느껴진다. 콘크리트 표면에 송판을 하나하나 찍어서 목재의 결을 살려냈기 때문이다. 건물 1층을 들어서면 1,2층에 걸쳐 있는 통유리를 통해 건물 주변을 울창하게 둘러싼 나무가 있는 풍경이 고스란히 실내로 투영된다. 실내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촛불 모양으로 촘촘히 박혀 있는 편백나무 향을 만끽할 수 있다. 어린이용 목조공방이 있는 2층 뒤쪽 삼각형의 날개 부분은 천장이 개방된 ‘야외놀이터’다. 이곳의 바닥은 워낙 견고해 ‘쇠나무’라는 별명을 지닌 이페 원목을 깔아서 맨발로 나무의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나무의 결과 형과 향, 감촉이 건물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이다.


    현재 목연리의 1층은 초등학생~성인, 2층은 7세 이하 어린이를 위한 목공체험실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수목원을 찾은 일반인은 그냥 이 공간을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이 건물에 숨어 있는 비밀을 한번 음미해보기를 권한다. 특히 목조 스크린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 또는 숲이 안겨주는 신성함을 새롭게 체험해보길 바란다. 아이들과 함께 찾았다면 수목원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 이곳에 들러 나무의 특징을 하나씩 찾아내는 ‘보물찾기’ 게임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7월 13일 목연리가 세계적 상 2개를 동시 수상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세계건축커뮤니티(WAC)가 선정하는 세계건축(WA)상과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닷디자인상(컨셉트 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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