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을 해요, 인터넷으로. 새벽 서너 시까지 할 때가 많아요. 한번 하면 푹 빠지거든요. 밤 새우고 늦게 일어나니 점심이 아침이고 때로는 저녁이 아침이 돼요.”
“주로 무슨 게임을 하세요?”
“요즘 애들이 하는 것 다해요. 포트리스 아세요?”
“모릅니다.”
와하하하, 그것도 모르냐는 듯 그녀가 크게 웃었다.
“단순한 게임이에요. 또 테트리스도 하고….”
테트리스라면 기자도 알 만하다.
“테트리스는 오래된 게임 아니에요?”
“예. 그런데 아템이 있어요, 아이템.”
두 단어를 혼용하는 걸 보면 아템이란 아이템의 준말쯤 되는 모양이다.
“아템으로 남한테 무기를 보내기도 하고, 엇갈리게 하거나 한 줄씩 비틀기도 해요. 아이템이 없는 것은 노템이라 불러요. 알까기는 아시죠? 그것도 아템이 있어요. 파워 알까기라고. 본래 작은 알이 큰 알을 못 치잖아요. 그런데 파워업 아이템을 쓰면 힘이 두 배로 증가해 그것이 가능해요.”
오후 4시. 약속장소인 청담동의 한 카페에 나타난 김희선(25)씨는 짐작대로 쾌활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일정에 쫓기는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만함과 부산스러움이 느껴졌다. 눈동자에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다.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먹을 것부터 챙긴다. 빡빡한 일정 탓에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매니지먼트 관계자에게 밖에 나가 김밥을 사다줄 것을 부탁했다. “길거리에서 파는 걸로.”
김씨에게 ‘남편감’을 고르는 문제를 냈다. 그녀는 질문지를 받아들고선 와, 하며 즐거워했다. A, B, C 세 남자가 있다.
세 사람은 다음의 10가지 점에서 서로 대조가 된다. 1)직업 2)나이 3)재력 4)사랑표현방식 5)여자관계 6)성격 7)‘김희선’의 일에 대한 간섭 여부 8)건강 9)취미 10)기타.
먼저 A: 1)잘 생긴 배우 2)27세 3)돈은 많지 않음 4)애정 표현에 적극적임 5)과거에 여자친구가 많음 6)패기만만하고 독선적 성격 7)희선이 결혼 후에도 계속 일하길 바람 8)건강 좋음 9)춤추기를 즐김 10)혼자 있기를 싫어함.
다음은 B: 1)대기업체 사장 2)42세 3)매우 부유함 4)사랑에 대해 결코 언급하지 않음 5)5년 전 이혼 6)야망이 크고 대가 센 성격 7)희선이 결혼 후엔 일을 그만두기를 원함 8)건강 좋으나 약간 비만 9)골프를 즐김 10)희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함.
마지막으로 C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중소대학 영어교수 2)35세 3)돈보다 안락한 생활을 추구 4)연애시 써 보내기를 좋아함 5)7년간 지속된 여자관계를 지난해 끝냄 6)예민하고 신중한 성격 7)희선이 원하는 직업이라면 무엇이든 반대 안함 8)큰 키에 마르고 병약해 보임 9)고전음악을 좋아함 10)여행을 싫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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