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 잘해놓고 사후 처리는 나몰라라 하는 세태
화학 처리로 재활용 못하고 태워지는 종이 빨대
에코백 수백 번 사용해야 비닐 봉투보다 친환경적
‘그린 워싱’ 속지 말고 친환경 자주 의심해야
덜 쓰고, 오래 쓰고, 필요 없는 소비 줄이기가 최선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 투명 페트병은 라벨을 떼고 다른 플라스틱과 섞이지 않게 분리 배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뉴시스
분리수거 잘하는 대한민국? 86% 재활용률의 함정
최근 한 뉴스가 필자의 이런 ‘국뽕(?)’ 철학을 깡그리 무너뜨렸다. 재활용률 86%라는 수치는 실제 재활용에 성공한 양이 아니라 재활용업체에서 수거해 선별장으로 들어간 양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재활용 선별 이후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상관없는 것이다.재활용은 처리 방식에 따라 크게 물적 재활용과 열적 재활용으로 나눌 수 있다. 물적 재활용이란 폐기물을 원료로 되돌려서 다시 물건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활용으로, 자원 절약 효과가 크다. 반면 열적 재활용은 폐기물을 태울 때 나오는 열에너지를 회수하거나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으나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이 생긴다. 즉 환경오염 측면에서는 소각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럽연합(EU) 등에서는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하는 열적 재활용은 재활용률 수치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한국의 재활용률 수치는 이 두 종류를 모두 아우르기에 86%라는 세계 최고 수치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린워싱(친환경성을 과장하는 것)’을 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필자도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이후로 친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의심으로 가득하게 됐다. 특히 ESG 컨설팅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친환경인지 기준이 필요했다. 이런저런 책도 보면서 나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먼저 친환경의 1순위는 에너지든 자원이든 불필요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2순위는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 3순위는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맨 마지막 순위가 제품에 친환경 소재가 사용된 경우다. 주방용품인 도마 구매를 예로 들어보자. 환경에 가장 친화적인 것은 도마를 굳이 사지 않는 것이다. 집에서 밥을 해 먹지 않는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꼭 필요하다면 오래 쓸 수 있는 것으로 산다. 스테인리스 도마처럼 반영구적 소재가 친환경이라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재활용하기 용이한 소재의 제품을 선호한다. 스테인리스는 쉽게 재활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플라스틱의 경우 단일 소재 제품은 재활용이 가능하나 복합 소재 제품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재활용이 불가한 대표적인 예가 우리가 자주 먹는 즉석밥 용기다. 즉석밥 용기는 95%가 폴리프로필렌(PP)으로 돼 있고, PP 사이에 산소를 차단하는 에틸렌비닐알코올(EVOH) 필름이 끼어 있는 형태다. 용기를 자세히 보면 플라스틱이라는 표기와 함께 ‘OTHER’이라는 표기가 있다. 이런 복합 재질의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안 된다. 따라서 이왕이면 단일 소재인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재활용 측면에서 좋다.
마지막 선택 기준은 친환경 소재가 일부 사용된 제품이다. 개인적으로 이 같은 제품이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과 일반 PP 플라스틱이 복합적으로 사용된 도마가 있다. 이 제품은 복합 재질로 재활용이 어렵다.
또한 일부만 생분해성 재질로 매립하는 것도 쉽지 않다. 생분해성 재질은 특정 조건에서 분해가 용이하다는 것이지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문제는 친환경을 강조하며 광고하는 제품의 대다수가 이런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보다 더 친환경적인,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스텐 제품이나 재활용이 쉬운 플라스틱 페트병을 친환경이라 광고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친환경 소재를 일부 사용했다는 점 하나로 그린워싱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별생각 없이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으니 친환경 제품이겠거니 하면서 지갑을 연다. 그러나 실제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친환경이라 칭하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최근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종종 친환경대전이나 ESG 관련 행사를 둘러보곤 한다.
최근에는 새활용(upcycling) 제품이 많이 눈에 띈다. 새활용이란 폐기물을 원소재로 바꾸어 디자인을 입혀 더 높은 가치(up)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활용 과정에서 인력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보통 이런 제품은 가격이 일반 제품에 비해 높은 편이다. 부스 홍보 직원에게 새활용 제품에 들어간 폐기물 재료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면 알지 못하거나 대답을 회피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친환경이라는 가치가 한낱 광고로 소비되는 것이 안타깝다.
유리병 vs 페트병, 무엇이 더 환경친화적일까
무엇이 친환경인지 판단하기는 참 쉽지 않다. 우리는 당연히 플라스틱 페트병보다 유리병 소재가 환경에 더 친화적일 거라고 여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코카콜라 사례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후반 코카콜라는 유리병을 주 용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유리병은 깨지기 쉽고 비싸고 무거워 코카콜라는 가볍고 편리한 플라스틱이나 캔 용기로 바꾸고 싶어 했다. 당시 미국은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던 시기였다. 대중은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 환경오염 물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용기 변경에 반대했다.
1960년대 후반 코카콜라는 유리병을 주 용기로 사용했다. Gettyimage
즉 코카콜라 공장과 가까운 지역에 유통되는 상품은 회수 및 재사용이 유리하기에 유리병이 더 친환경적이고, 먼 지역의 경우는 오히려 가벼운 플라스틱과 캔이 더 친환경적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재활용이 잘 이루어지는 선진국에서는 유리병보다 플라스틱이나 캔이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결국 상황에 따라 어떤 제품이 더 친환경적인지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의 전체 생산과 유통 등을 고려한 친환경 평가가 현재 이뤄지는 LCA(Life Cycle Assessment·전과정평가)의 시초가 됐다.
이렇듯 우리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생각하는 친환경과 실제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생분해성 제품 역시 일회용품의 대안처럼 친환경으로 소개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다수 사람들은 생분해성이라는 말을 자연에 버려도 알아서 사라진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대부분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고온·고습의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서만 분해된다. 현실의 매립지나 자연환경에서는 분해 속도가 매우 느리거나 사실상 분해되지 않는다. 재활용 공정에 섞일 경우 오히려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리는 문제까지 야기한다. 여기에 접착제나 코팅 등 일반 플라스틱이 함께 사용된 복합 구조는 재활용도, 완전 분해도 불가능하다.
생산 단계에서 옥수수·사탕수수 등 농작물 재배에 따른 토지와 물 사용 부담이 발생하고, 분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생분해성은 완벽한 친환경이 아니다. 실제 현실의 폐기물 처리 방식에 통합된다면 대부분 종량제 봉투에 담겨 매립이나 소각될 것이며 일반 쓰레기와 다를 바 없어진다. 그럼에도 생분해성이라는 단어는 소비자에게 일회용 사용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주는 단어로 작용한다.
정부의 한계와 ‘녹색 프리미엄’에 숨은 그린워싱
정부가 나서서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하는데 재활용률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논란이 된 종이 빨대다. 종이 빨대는 생산 단계에서 플라스틱 빨대보다 가격도 비싸고, 젖으면 물러져 소비자들이 사용하기에도 불편하며, 화학 처리로 인해 재활용도 되지 않아 소각 처리된다. 결국 기업, 소비자, 환경 어느 하나에도 이점이 없는 최악의 규제로 판별됐다.‘RE100(최소 2050년까지 기업의 사용 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녹색 프리미엄 제도 역시 친환경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녹색 프리미엄은 전기요금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겉보기에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에 비용을 지불하기에 친환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기후 비용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그 재생에너지를 헐값에 기업에 되파는 구조다. 즉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기후환경요금을 재원으로 한국전력이 구매한 재생에너지를 기업이 실제 재생에너지 시장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매입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매입에서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확대되는 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 탄소중립에는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인 RE100 달성만을 가능케 해주는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의 제도적 허점이 기업에만 이익을 주며 국민과 환경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거창하지 않다. 친환경을 믿기 전에 더 자주 의심하는 것이다. 덜 쓰고, 오래 쓰고, 필요 없는 소비를 줄이는 가장 단순한 원칙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친환경 해법이다. 실제 행동 역시 필요하다. 누구나 가진 에코백의 경우 수백 번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봉투보다 친환경적이라 한다. 텀블러 역시 마찬가지다. 행사에 가면 나눠주는 에코백과 텀블러는 쓰지도 않은 채 계속 쌓여간다. 물질적 풍요 자체가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 결국 우리 스스로가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나아가 행동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친환경에 배신당하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 1983년 출생
● 포항제철고등학교 졸업
● 성균관대 중어중문/경영 졸업
●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 現 솔루티드(주) 대표(중소기업 ESG 컨설팅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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