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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살기 좋은 도시’를 가다 10 ㅣ네덜란드 델프트

‘느림보 철학’돋보이는 자전거 도시

  • 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arrot@donga.com

‘느림보 철학’돋보이는 자전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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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엔 꽃가게가 많았다.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튤립을 비롯해 국화, 백합 등 갖가지 꽃들이 팔리고 있었다. 델프트 시민들은 모두가 꽃을 사랑한다. 꽃을 가꾸는 것, 구경하는 것, 선물하는 것, 선물받는 것 모두를 좋아한다. 델프트 시민이라면 누구나 훌륭한 정원을 꾸민다. 꽃을 심고, 잡초를 뽑고, 새집을 만들어 찾아온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것이 델프트 사람들의 취미다.

식료품점에 들러 진열된 상품들을 보고 그 다양함과 풍성함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1년 내내 골고루 내리는 비는 초원의 풀을 쑥쑥 자라게 하고 이를 먹고 자란 가축은 1년 내내 세계최고 수준의 유제품과 고기를 제공한다. 치즈, 요거트, 육가공품, 채소류 모두 맛도 일품이지만 가격 또한 저렴하다. 이런 음식을 먹고 자라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키가 무척 크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마다 발을 살짝 들어 높이를 맞춰야 했을 정도. 네덜란드 성인의 평균신장은 남자가 185cm, 여자는 171cm에 이른다.

델프트 도자기를 빼고 델프트의 문화에 대해 논하는 것은 네덜란드에 대해 말하면서 풍차를 빠뜨린 것과 마찬가지다. 델프트 시내엔 수십여 개의 도자기 판매점이 있다. 우리의 청화백자와 유사한 델프트 도자기는 유럽에선 꽤 유명한 관광상품이다. 도자기 상점에는 우리 돈으로 1000원 정도 하는 저렴한 것에서부터 수백만원에 이르는 다양한 도자기가 진열돼 있다.

중국의 자기 기술을 수입해 이네들만의 독특한 기술로 발전한 델프트 도자기는 17~18세기 유럽의 상류사회에서 유행한 실용 예술작품이다. 델프트도자기의 문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중국 것을 그대 모방해 중국풍의 무늬를 살린 것과 유럽의 산물 풍경을 넣은 것이 있다. 얇은 두께의 도기와 거기에 정교하게 새긴 푸른색의 그림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델프트 도자기의 매력이다.

“델프트 사람들의 풍부한 감수성이 없었다면 ‘델프트 블루’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유럽에서 도자기의 발전이 늦은 것은 중국처럼 좋은 흙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델프트를 제외한 지역에선 금속그릇이나 유리그릇이 발전했지요. 이슬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8세기경 중국식의 도기가 전해지고 거기에 델프트 사람들의 창의성이 더해지면서 고급스러운 도자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지요.”



델프트에서 도자기 상점을 운영하는 슈니더씨의 말이다.

한편 델프트는 교육의 도시이기도 하다. 1842년 국왕인 윌리엄 2세가 세운 왕립토목학교가 델프트를 무역의 도시에서 교육의 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왕립토목학교는 오늘날 델프트공대로 발전해 수리와 토목공사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공학 분야에서 네덜란드를 대표하고 있으며 유럽이 자랑하는 명문대학 중 하나다. 델프트 인구의 4분의 1이 학교와 관련된 사람들일 만큼 이 대학이 도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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