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신 국방부장관이 1999년 청와대의 북풍사건 조사 당시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구명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사실은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아울러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김장관이 북풍사건 조사관인 청와대 관계자에게 돈봉투를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김성재 민정수석의 보고
1999년 9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북풍사건에 대한 조사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올렸다. 여기서 말하는 북풍사건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오익제 편지사건’ ‘윤홍준 기자회견’ 등이 아니라, 1996년 4월 15대 총선을 며칠 앞두고 북한군이 판문점에서 무력시위를 벌이자 당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과 군 수뇌부가 이를 과대포장해 선거에 악용한 사건을 일컫는다.
당시 군 수뇌부는 수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합참(합동참모본부) 지하벙커(지휘통제실)와 북한군의 주요 군사시설을 찍은 사진을 공개해 이를 전 언론에 크게 보도되도록 함으로써 대북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북한군은 4월4∼6일(국방부 발표대로라면 4월5∼7일) 3일 동안 판문점에서 무력시위를 벌이고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언론은 4월7일 이후 총선 하루 전인 4월10일까지 나흘 동안 북한군의 ‘위협’과 국군의 ‘단호한’ 대응태세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시켰다. 그 여파인지 여당인 신한국당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야당(국민회의)은 우세지역으로 예상했던 수도권에서조차 참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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