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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2등국민을 만들지 말라”

탈북자 교육기관 하나원을 고발한다

  • 김진호 < 가명·탈북자 >

“더 이상 2등국민을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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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 때문에 통일부는 탈북자들에게 한국사회에 대한 교육을 시키기 위해 1999년 탈북자 적응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설립했다. 문제는 이 하나원을 수료한 탈북자들조차도 남한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하나원의 교육체제에 문제는 없을까. 필자는 하나원 교육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하여 50여 명의 탈북자들로부터 하나원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은 많은 탈북자들이 그 교육과정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교육 내용이 부적절하다”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없다” “교육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등 상당한 불만을 쏟아냈다. 물론 이들의 개인적인 의견을 곧이곧대로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과 같은 북한인 출신으로 유사한 과정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 필자로서는, 이들의 의견에 동감하는 측면이 많다.

하나원 교육의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탈북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하나원에 들어오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중국이나 제3국에서 체포와 강제송환의 공포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중국이나 북한에 가족을 남겨둔 채 먼저 한국으로 온 경우도 많다. 북한에 이들의 부모나 형제자매가 남아있음은 물론이다. 이들의 과제는 북한에 남아있는 부모형제를 찾아 탈북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로 인해 탈북자들의 심리상태는 무언가에 쫓기듯 항상 초조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이 처음 수용되는 곳은, 유태준씨 재탈북 소동에서 드러났던 탈북자 심의기관인 ‘대성공사’다. 탈북자들은 한두 달 정도 대성공사에서 심의를 받으며 격리된 생활을 하게 된다. 심신은 지쳤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까닭 모를 두려움까지 가진 탈북자들이 대성공사 생활을 마치고 가는 곳이 바로 통일부 산하의 하나원이다.





중국에 남은 가족 때문에 고민


탈북자 K씨는 하나원 교육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당시 나의 가족은 불가피하게 중국에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가족의 생사에 애타는 나에게 하나원교육은 지겨움 그 자체였다. 나와 같은 처지라면 누구라도 같은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K씨만이 아니라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중국이나 북한에 두고 온 가족 걱정에 하나원 생활 과정에 심리적인 고통을 겪는다.

탈북자들이 가족과 함께 한국에 입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중국에서 탈북자의 한국행을 돕는 브로커들이 요구하는 금액이 엄청나기 때문에 특별한 인맥이 없는 경우, 대부분 가족 중 한 사람이 먼저 한국에 와 돈을 마련한 후 남은 가족을 데려와야 한다. 중국에 남은 가족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지 않은 탈북자들에게 군대식으로 행해지는 하나원 교육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탈북자들이 하나원 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데는 대성공사에서 얻은 심리적 위축감과 불안감도 한몫한다. 3년 전 어느 월간지에 탈북자 심의과정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행위를 까발리는 기사가 실렸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대성공사’를 비교하면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탈북자 심의과정에서 담당관들이 보여주는 고압적인 태도와 행동은 사라지지 않은 듯싶다.

탈북자 G씨의 기억이다. 그는 대성공사 심문과정에서 심의관들로부터 위협적인 말을 듣고 심한 수치심과 압박감을 느껴 “북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탈북하였다”고 거짓 증언까지 했다. G씨는 대성공사에 있는 동안 가장 두려웠던 것은 미처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기가 닥쳐올 경우,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절망감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절망감 때문에 수치심을 무릅쓰며 심의관이 원하는 거짓 진술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위장 탈북자를 가려내야 하는 담당관들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성공사 예심과정에서 탈북자들이 겪는 정신적 압박감과 불안감이, 그들이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성공사는 탈북자들에게 좋든 싫든 한국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심어주는 곳이다. 그런 만큼 심의 못지않게 탈북자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성공사를 거친 탈북자들은 하나원에 들어와 다시 두 달간 외부와 격리된 채 생활한다(하나원 초창기에는 3개월간 교육을 받았다). 격리 교육을 받는 동안 탈북자들은 중국 등의 제3국이나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근심에 싸여있다. 이러한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이들은 자그마한 일에도 화를 내고 다투거나, 하나원 교육에 대해 냉소적이게 된다.

탈북자들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오랫동안 공포와 긴장에 시달려 지친 탈북자들을 하나원이라는 장소에 격리시켜 적응교육을 시키는 것은, 아무리 교과내용이 잘 짜여져 있다고 하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탈북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하나원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의 탈북 동기와 학력과 계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많이 알고 있는 고학력자가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 수준의 학력만 가진 사람도 있다. 하나원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은 그야말로 천차만별(千差萬別)인 것이다.

탈북자 L씨는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기관에서 일한, 북한에서는 나름대로 지식계층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는 지금의 하나원 교육과정은 개혁되어야 한다며 이렇게 주장한다.

“70세가 넘은 노인에서부터 초등학교 연령의 아이들까지 같은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 교육은 어떤 사람에게는 필요한 것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시간낭비일 뿐이다. 언젠가 강사가 김소월의 시를 하나하나 풀어가며 뜻을 설명해줄 때 나는 헛웃음만 흘렸다.”

그에 반해 북한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H씨는 선생님들이 외래어나 한자 등 어려운 말을 너무 많이 써 강의를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탈북자로 하나원 학생이지만, 그들의 적성과 인지능력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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