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던 국내 항공업계는 지난해 초부터 세계경제가 침체일로로 빠져들면서 다시 무릎이 꺾였다. 여기에다 환율과 유가 상승, 미국 9·11 테러, 항공안전 2등급 판정, 조종사 파업, 한·일 역사교과서 파동 등 갖가지 악재가 잇달았다. 항공수요가 급감한 것은 당연지사.
올 영업이익 ‘2000억원+α’
국내 항공사들은 정부로부터 협조융자를 수혈받고 강도 높은 추가 구조조정을 단행, 어렵사리 고비를 넘겼다. 덕분에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말부터 영업실적에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고 한다.
박찬법 사장을 만나 최근 경영현황과 영업전략, 항공업의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박사장은 금호그룹에 신입사원으로 입사, (주)금호와 아시아나항공에서 영업담당 임원과 미주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영업통으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이다.
-2002월드컵대회는 항공업계에도 보기 드문 호재일 텐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월드컵은 물론, ‘프리 월드컵’과 ‘포스트 월드컵’ 마케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월드컵 개막 전에는 ‘한·중·일 16강 기원을 위한 3개국 합동 콘서트’를 열고, 영업지점 및 공항지점에 월드컵 관련 현수막과 걸개그림을 내거는 등 월드컵 붐을 조성합니다. 또한 참가국 선수단과 관람객, FIFA(국제축구연맹) 관계자 등을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해 국제선 74편, 국내선 40편 운항을 준비중이고, 개막전 참가단을 위해 김포-하네다 간에 특별 전세기를 띄울 예정입니다.
아울러 2002월드컵을 계기로 ‘점프업(JUMP-UP) 2002’라는 부문별 서비스 혁신운동을 벌여 세계적인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데, 이를 통해 월드컵 특수가 월드컵 이후에도 지속되도록 할 방침입니다.”
-우리 항공사들의 수익구조가 열악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특히 지난해엔 여러모로 어려움이 컸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최근 경영실적은 어떻습니까.
“경기 침체기에 9·11 테러가 터지면서 항공업계의 신용이 급속도로 경색됐습니다. 주요 신용평가회사와 금융기관들이 항공업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는 바람에 단기 유동성이 크게 위축됐죠.
하지만 아시아나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비수익 노선 정리, 단기 차입금의 장기 전환, 자산 감축을 통한 유동성 확보 등 긴축경영과 구조조정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대규모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하거나 도산위기에 처한 스위스항공이나 안셋항공, 미국 항공사들에 비하면 수익구조가 좋은 편이죠. 지난해 11월부터는 영업이익도 내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1·4분기에는 항공수요가 적어 적자가 나는 게 보통인데, 올해엔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추세예요. 올해 전체로는 한·일 월드컵, 부산 아시안게임, 동아시아의 한류(韓流) 열풍, 주 5일 근무제 시행 등에 힘입어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 우리가 목표로 정한 당기순이익 3687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지만 아시아나 주가는 공모가(7500원)에 훨씬 못미치는 주당 4000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경영수지가 대폭 개선되고 있는데다 계열사 지분 매각에 따른 대규모 외자유치도 예정돼 있어 하반기에는 주가가 공모가는 물론 1만원대도 돌파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물론 국내 경제지표의 호전 추세가 지속되고 미국 경제의 회복시점이 앞당겨진다면 금상첨화겠죠.
항공업의 전망 또한 밝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항공업을 더 이상 황금알 낳는 거위로 보지 않아요. 그쪽에선 항공업이 이미 성숙산업으로 접어들었거든요. 그러나 아시아는 얘기가 다릅니다. 13억 인구의 중국에서 이제 막 해외여행이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한국이나 동남아도 잠재수요가 충분합니다. 아시아에서는 항공업이 적어도 앞으로 10∼20년은 고도 성장을 거듭하며 시장을 넓혀갈 것입니다. 투자자들에게 이 점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공항서비스, 아시아나공항개발, 도심공항터미널 등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케이터링사업부를 팔아 2458억원의 외자를 유치하고, 엔진 등 고정자산을 매각해 500여억원의 유동성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지난해 500%를 상회했던 부채비율을 250%대로 낮춰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겠다는 것.
아시아나항공의 ‘중·장기 경영계획’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흑자전환을 계기로 2004년 월드와이드 네트워크 완비, 2005년 매출액 3조원 돌파(2001년 매출액은 2조2180억원), 2006년 매출액 기준 세계 35대 항공사 진입(2001년 현재 45위)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사장은 “달성하기 어려운 비전은 구성원들의 체념을 초래할 뿐”이라며 “이같은 목표는 외부 여건이 아무리 열악해도 우리만 노력하면 실현 가능한 최하한선에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는 최근 ‘서울-도쿄 노선 매일 4회 운항’과 ‘서울-런던 노선 신규 취항’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200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제선 항공수송 실적은 약 2000만명이며, 이중 한·일 노선이 37%인 740만명을 실어 날랐습니다. 그 중에서도 서울-도쿄 노선 이용 인구는 250만명에 이릅니다. 단일 노선이 국제선 전체 수송실적의 12%를 차지하는 셈이죠.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노선을 경쟁사가 주 28회 운항한 반면 아시아나의 정기편은 주 5회에 불과했습니다. 한마디로 ‘공급 불균형 노선’이었어요. 더욱이 이 노선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으로 평균 탑승률이 80%를 넘는 등 항공권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나리타공항의 제2 활주로가 완공되면서 아시아나가 주 21회 추가 운항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좌석 공급난을 덜어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에 일조할 수 있게 됐어요. 또한 서울-도쿄 노선은 대표적인 흑자 노선이기 때문에 아시아나로선 중·장기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5월2일 신규 취항한 서울-런던 노선은 아시아나의 오랜 바람이었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주 4회 운항해온 서울-프랑크푸르트 노선에 주 3회의 서울-런던 노선을 보태 유럽지역에 매일 취항함으로써 고객들이 유럽 출발·도착시 스케줄에 따라 편리하게 아시아나를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업계 일각에서 “아시아나는 자금사정이 어려워 새 비행기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기 형편이 여의치 않아 신규 노선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풍문을 들었습니다.
“항공기 신규 도입을 위한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항공기를 도입할 때는 다양한 금융기법을 동원해요. 단순임차(Operating Lease), 보유 항공기 매각 후 리스전환(Sale & Leaseback), 금융리스(Finance Lease) 등이 있는데, 각각의 도입방식에 적절한 금융기법을 활용해 전체 항공기 보유구조의 최적화를 도모하죠. 5월에 도입한 신규 항공기 3대의 경우 A321-200 항공기는 단순임차 형태라 자금조달과 무관하고, B747-400 화물기는 매각 후 리스전환, B777-200 항공기는 금융리스 방식이었습니다.
두번째 얘기는 그저 흑색선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외국과의 항공회담을 거쳐 정부가 주는 신규 노선 중에는 당장의 수요가 미미해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한 것이 적지 않아요. 이런 노선은 시장 성숙여건을 봐가며 취항시기를 조율하는 게 상식입니다. 그래서 정부도 일정 기간을 두고 그 안에 노선권을 행사하도록 유예기간을 주는 것 아닙니까. 문제는 해당 노선의 수익성이지, 항공기 보유대수와는 무관해요. 아시아나는 항공기 운영효율이 좋아 공급이 수요를 넉넉하게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호남이 연고지인 아시아나항공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노선권 배분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사세를 키웠다는 시각도 있더군요.
“일부에서는 아시아나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통령 전세기를 운항하게 된 점 등 밖으로 비친 단면만 보고 ‘아시아나 혜택론’을 들먹입니다. 천만의 말씀이에요. ‘역차별’까지는 아니더라도 ‘속빈 강정’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아시아나가 많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대한항공과 매출액을 비교하면 지난해 말 현재 7.2대2.8로 절대 열세입니다. 현 정부 출범 전해인 1997년 말에는 7.5대 2.5였어요. 4년 동안 0.3밖에 개선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1988년 창사 이래 1997년 말까지는 매년 평균 0.3씩 개선됐습니다. 노선권은 항공사 매출과 직결되는 것인데, 이러고도 우리가 특혜를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가령 지난해 서울-도쿄 노선 주 21회가 아시아나에 배분된 것을 놓고도 특혜시비가 일었는데,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는 대한항공과의 현저한 노선 격차가 완화된 데 지나지 않아요.
우리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영·호남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고른 비율로 채용합니다. 팀장이나 임원들의 출신지 비율을 봐도 지역색이라곤 없습니다. 단지 창업주의 출신지가 호남이라고 해서 ‘호남기업’이라는 지역색을 입히고 근거 없는 특혜설을 들먹이는 것은 답답한 일입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경쟁이 지나치게 소모적인 양상을 띠는 듯합니다. 두 회사가 전략적 제휴, 위상 재정립 등을 통해 함께 이익을 얻는 ‘윈-윈 전략’의 여지는 없습니까.
“지난 14년간 두 항공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면서 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경쟁의 과실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양사의 사세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소모적 경쟁은 저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정부의 인·허가 사항이 많고 규제범위가 넓은 항공운송산업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기업의 성장과 직결됩니다. 정부가 후발 항공사를 육성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공정한 선의의 경쟁기반을 마련할 수 없어요. 덩치가 작은 후발 항공사가 최소한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을 유도해 독점의 여지를 없애고 건전한 경쟁을 정착시켜야 복수 민항체제의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대한항공과 협력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협력할 것입니다. 항공 안전을 위해 업무협조를 한다든지, 외국 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국익을 보호하는 방안을 함께 궁리하는 등 다각적인 협력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더욱이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은 비슷한 시기에 전문경영인 사장체제로 전환, 양사 간의 협력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일례로 파업 등 긴급상황을 맞았을 때 상대 회사 승객에게 항공편을 지원하는 공조 시스템이 이미 가동되고 있죠. 지난해에는 ‘에어라인 포털’이라는 인터넷 여행 포털업체를 공동 설립하기 위해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서비스 혁신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압니다. 능률협회컨설팅의 ‘한국 산업의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항공서비스 부문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더군요. 아시아나가 선도한 서비스 개선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주십시오.
“저희도 일정 부분 자부하고, 승객들도 대개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아시아나항공의 출범과 더불어 한국의 항공서비스 경쟁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처음부터 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아시아나가 선보인 여러 서비스 중에는 다른 항공사들이 뒤따라 도입한 것도 많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겨울에 열대지방으로 여행하는 고객이 외투나 정장을 탑승수속 카운터에 맡기고 떠나는 ‘홀가분한 여행 서비스’,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마술시범을 보이거나 악기를 연주해 장시간 비행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플라잉 매직 쇼’, 장거리 노선 승객들의 기내 체조를 도와주는 스트레칭 서비스, 출입국 신고서 자동 작성 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또한 공항 카운터에 직원의 이름과 사진, 소속을 명기한 ID카드를 비치하는 서비스 실명제, 공항내 발권 카운터의 도난방지용 유리창을 철거해 고객과의 거리감을 없앤 것, 애완동물과 탑승하는 손님에게 애완동물 전용 운반함을 무료로 빌려주는 서비스 등도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서비스도 서비스지만, 승객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역시 안전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시아나의 경우 1993년 목포공항 추락사고 외에는 큰 사고가 없었습니다. 이는 어떤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봅니까.
“저희는 바로 그 단 한번의 사고를 가슴 깊이 새기고 두번 다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안전에 관한 한 타협은 없다(No Compromise with Safety)’는 기업문화를 견지했고, 영업활동이나 투자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이뤄집니다. 창사 당시 막대한 투자를 감수하면서 새 비행기 도입을 고집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소형 항공기 한두 대밖에 없었을 때도 김포에서 가장 큰 격납고를 지었어요.
항공사고 원인의 90%는 조종사 등 인적 요소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우수한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보잉사의 자회사인 조종사 전문교육기관 FSB (Flight Safety Boeing)에 조종사 훈련 및 평가과정의 일부를 위탁, 우리 조종사들에게 부족한 비행절차와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비행 스케줄을 짤 때도 ‘인적 안전요소’를 우선 반영합니다. 조종사의 비행 기량과 경험은 물론, 성격과 취미 같은 사소하고 개인적인 요소까지 데이터화해 관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장과 부기장이 기량과 성격 등에서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비행 편조를 짭니다. 특히 날씨가 나쁜 날이나 안전이 취약한 공항을 운항할 때는 반드시 A급 조종사를 선별해 투입하죠.
또한 ‘열린 조종실 문화’도 안전운항의 한 축입니다. 권위적이고 경직된 조종실 문화는 비행안전의 심각한 장애물이죠. 상하관계인 기장과 부기장이 조종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불신하고 반목한다면 그보다 위험한 일도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조종실의 수직적 명령계통체제를 수평적인 업무협조체제로 바꿨습니다. 지금은 반백의 기장이 아들 뻘 되는 후배 부기장에게 자상하게 조종기술을 알려주고, 부기장은 스스럼없이 기장에게 비행과 관련된 조언을 합니다. 아시아나에 근무하는 외국인 기장들도 이처럼 유연한 조종실 분위기에 놀라워해요.”
-외국의 여러 항공사들이 우리 당국에 한국 취항권을 요구하고 있고, 이미 취항하고 있는 회사들도 추가적인 권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언제까지나 빗장을 채워둘 수는 없을 듯한데요.
“지난해 개항한 인천공항을 동북아의 중추공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정부의 전략과 세계적인 자유화, 개방화 추세에 따라 최근 정부는 외국 항공사에 문호를 많이 개방했습니다.
그런데 자국과 우리나라 간에 항공수요가 적은 일부 국가의 항공사는 수익을 늘릴 요량으로 우리나라를 경유해 제3국으로 갈 수 있는 이원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무작정 허용할 경우 저가 공세 등으로 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컨대 유럽의 어느 항공사는 우리 정부에 운항횟수를 늘려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데, 이 나라의 수요는 많지 않아요. 운항횟수를 늘려주면 이 항공사는 결국 유럽내 다른 지역으로부터 저가로 수요를 유치할 것이고, 이는 우리 항공사의 수요 유출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우리 항공사가 아무리 서비스가 좋다 해도 유럽지역에 방대한 노선망을 가진 항공사의 저가 공세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거든요.”
-지난해 조종사 파업이 발생하는 등 항공업계에도 노사관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노사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계획입니까.
“항공운송산업이 마비되면 국민의 편익은 물론 관광산업, 제조업, 유통업 등 산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항공업은 공익사업 차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저희는 상생(相生)의 노사문화를 이끌기 위해 회사의 재무구조, 영업현황 등 모든 경영정보를 노동조합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경영 전반에 걸쳐 노사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성과를 극대화해 이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임의로 차출된 임직원들이 사장과 마주앉아 하루종일 대화를 나누는 ‘오픈 플라자’ 제도 등을 통해 항시 귀를 열어놓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해 연말 아시아나항공 노사협의회는 노사가 함께 무분규 사업장을 만들어가자는 ‘노사대화합선언’을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박사장께선 금호그룹에 신입사원으로 입사, 그룹 간판기업의 최고경영인에 올랐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듯한데, 이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저처럼 아무런 연고나 배경 없이 회사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성공적인 경영인이 돼야 한다는 뜻이니 한편으론 상당히 부담스럽군요.
저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돼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평가하는 말 중에 제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 ‘긍정적’ ‘합리적’ ‘순리적’이라는 말입니다. CEO에겐 카리스마가 있어야 된다고 하는 이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카리스마엔 정도 차이는 있지만 독선의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죠.
진정한 리더십은 독선이 아니라 합리와 순리에서 나옵니다. 이런 리더십이 조직 구성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면 무서운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합리적, 순리적, 긍정적인 자질은 끊임없는 연구와 공부의 성과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