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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弘3’ 이명재 검찰의 보약인가 독약인가

  • 김진수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jockey@donga.com

‘弘3’ 이명재 검찰의 보약인가 독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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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명재 검찰체제 출범을 주시한 여론의 향배는 ‘기대 섞인 우려’보다 ‘우려 섞인 기대’에 가까웠다. 오랜 기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 준수에 대한 ‘기대’였다.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들을 비교적 소신 있게 수사중인 현재의 이명재 검찰은 분명 예전 검찰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서울지검 특수2부가 수사 착수 10여 일만에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41)씨를 구속하고 홍걸씨가 최씨로부터 돈 받은 사실을 밝혀낸 것, 홍업씨의 고교동창인 김성환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이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공사수주 등의 대가로 수차례 돈을 받은 혐의를 대검 중수부가 확인한 것들이 그런 예다. 때문에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낙마’ 직후 대안으로 빼든 ‘이명재 카드’를 두고 “청와대가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뒀다”는 ‘조크’까지 나돌 정도다.

그러나 그간의 수사진전 상황을 찬찬히 뜯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우선, 지금까지 검찰의 ‘분투’가 이른바 ‘외생(外生) 변수’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검찰이 ‘최규선 게이트’ 수사에 착수한 것은 4월9일. 이날 최규선씨 관련 비리 고발장을 최씨의 운전기사였던 천호영(37)씨로부터 접수한 검찰은 이튿날 사건을 서울지검 특수2부에 배당했다. 그러나 되짚어보면 이는 천씨가 고발에 앞서 3월2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이트에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로비 의혹’을 제기한 폭로에 뒤이어 나온 ‘결과물’에 불과하다. 천씨의 폭로 내용이 3월30일 언론에 보도되고, 이에 자극 받은 최씨가 4월9일 자청한 해명기자회견에서 “홍걸씨가 내 사무실을 2~3차례 방문한 적이 있고, ‘용돈’ 명목으로 1000만~2000만원씩 수시로 주었다”며 홍걸씨와의 관계를 털어놓으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차정일 특검이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긴 시점인 3월25일부터 천씨의 폭로와 최씨의 기자회견이 속속 잇따른 10여 일 동안 검찰의 수사전개가 지지부진했다는 점이다. 홍업씨와의 돈 거래 의혹을 받던 김성환씨의 잠적으로 검찰의 ‘이용호 게이트’ 관련 의혹 수사는 특검팀의 수사결과에서 단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한 답보상태였다.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로비 의혹’의 주역인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에 대해서도 고위층과 정치인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첩보를 입수해 검찰이 지난해 말부터 내사해오긴 했지만, 수사 착수 여부를 전혀 결론짓지 못한 단계였다. 차특검과의 ‘비교우위’를 위해 ‘무엇인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바심을 애써 감춰야 했던 바로 이 시기, 갑작스레 불거져나온 천씨의 ‘글’과 최씨의 ‘입’ 덕분에 검찰 수사는 ‘최규선 게이트’로 대폭 궤도수정을 하며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폭로의 파장이 이렇게까지 확대될 줄은 전혀 몰랐다”는 게 정작 천씨의 얘기다. 그는 고발장 접수 이후 3∼4일 가량 서울지검 특수2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검찰에서 한 진술은 기존의 폭로 글에 담긴 내용이 전부라고 한다. 천씨는 5월12일 기자와 만나 “점포 임대를 둘러싼 최씨와의 개인적 분쟁만이 폭로의 계기였을 뿐이며, 그 어떤 외부인사로부터도 폭로를 권유 또는 종용당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어쨌든 ‘컴맹’인 천씨가 ‘순수’한 동기에서 PC방의 한 대학생에게 3만원을 주고 대신 작성하게 한 폭로 글의 내용들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면서 검찰의 칼끝은 자연스럽게 홍걸씨를 겨냥했다.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천씨는 이명재 검찰을 ‘슬럼프’에서 건져낸 ‘은인’일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논리의 성립이 가능한 것은 ‘최규선 게이트’ 수사에 따른 홍걸씨 소환이 홍업씨의 소환 여부까지 조속히 매듭짓는 데 하나의 비교기준이 돼주었다는 점에도 기인한다. 양대 게이트 수사의 진전속도엔 차이가 있지만, ‘최규선 게이트’의 등장은 ‘이용호 게이트’ 수사에 대한 ‘할로 이펙트(halo effect·어떤 특정 현상을 보고 한 인간의 다른 측면까지 미뤄 짐작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적 용어로 ‘후광효과’를 의미함)’가 되어줌으로써 검찰의 고민을 덜어준 측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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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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