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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젖꼭지 꼬집힌 순간 죽고 싶었다”

남성 상대 성희롱 첫 배상판결 받은 J씨

  • 김순희< 자유기고가 >

“젖꼭지 꼬집힌 순간 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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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재봉사로 일한 건가요.

“아뇨. 생산부 소속으로 기계실 기사 보조였어요. 부서 이름만 기계실이지 하는 일은 고장난 재봉틀을 고치는 게 대부분이예요. 저는 기술자를 보조하면서 일을 배웠죠.”

이야기가 자신의 장래 꿈에 맞춰지자 말이 빨라졌다. 긴 설명이 이어졌다.

“고등학교 때 전자과를 선택한 후 인정받는 기술자가 되고 싶었어요. 집에서는 대학교에 가라고 성화였지만 돈도 벌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대학진학을 포기했죠. 후회는 없어요.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즐거웠어요. 제대 후에는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 가전부문 A/S기사로 3년 정도 근무했어요. 그곳을 그만두고 편의점에서 잠깐 일하다가 문제의 회사에 입사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성희롱을 당한 거죠. 성희롱을.”

그는 ‘성희롱’이란 말을 내뱉고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건장한 20대 남성인 그는 과연 어떤 일을 당한 것일까. 그리고 가해자는 어떤 여성들이었을까.



-가해자인 박씨와 김씨 두 사람은 어떤 일을 했습니까.

“두 사람 모두 A라인에서 근무했어요. 박씨(40)는 재봉보조였고, 김씨(35)는 재봉사였어요. 둘 다 유부녀이고요. 지금도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씨는 아이가 있고 박씨는 결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어요.”

-서로 부서가 다른데 두 사람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입사한 지 한달 보름쯤 지나 생산부 직원들의 야유회가 있었어요. 기계실의 우리도 같이 갔죠. 남자직원들이 몇 명 안되니까 A라인, B라인 등을 옮겨다니면서 각 라인 사람들과 공놀이 등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먼저 김씨를 알게 됐죠. 얘기를 하다 집이 같은 방향이란 걸 알게 됐어요. 갓 입사한지라 ‘이 사람들과 알고 지내면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했죠. 김씨를 통해서 그의 맞은편에서 일하는 박씨도 알게 됐어요. 원래 두 사람은 막역한 사이였어요. 우리 세 사람은 처음에는 직장 선후배로 친하게 지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할지라도 해서는 안될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해서는 안될 행동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죠.

“그때의 기억들은 떠올리기조차 싫은데…. (한숨을 내쉬며) 현장(A라인)에서 박씨는 엉덩이를 손으로 툭툭 치기도 하고, 뒤에서 슬그머니 껴안기도 하고 팔짱을 끼는 등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어요. 그리고 김씨는 주로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야한 농담을 자주 하는 편이었죠. 그럴 때마다 몹시 불쾌했지만, 그냥 친하니까 장난을 친 것이겠거니 생각하며 참고 견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횟수도 잦아지고 정도가 더 심해졌어요. 어느날은 박씨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가슴을 툭툭 치면서 ‘어, 근육질이 좋은데’라고 말하니까,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 김씨는 한술 더 떠서 ‘너 덩치가 있어서 좋다’느니 ‘영계 같아서 좋다’느니 하더라고요.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어요. 그럴 때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현장을 빠져 나왔어요. 박씨와는 띠 동갑이에요. 그사람이 열두 살이나 많죠. 난 두 사람을 누나처럼 따르며 회사 선배로 생각했는데….”

-두 사람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나요.

“노력했죠. 야유회에 다녀온 직후에는 재봉틀 수리를 하고 오가는 길에 A라인에 들러 인사를 하곤 했어요. 그러나 그런 일(성희롱)을 당한 후에는 그곳에 가기 싫었어요. 하지만 A라인의 재봉틀이 고장나면 어쩔 수 없이 고치러 가야 했고, 다른 라인의 재봉틀을 수리하러 갈 때도 마주칠 수밖에 없었어요.”

-정확히 언제부터 두 사람이 성희롱을 하기 시작했는지….

“야유회 다녀온 지 열흘쯤 지난 후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하면서부터요. 2000년 7월께였어요.”

마침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하던 말을 멈춘 장씨는 밥 두어 숟가락에 감자탕 국물을 몇 번 떠먹는가 싶더니 이내 숟가락을 놨다. “배고플 텐데 천천히 먹으면서 이야기하세요”라고 하자 그는 “소송이 진행되던 지난 1년여 동안 ‘입맛이 없어서 밥알이 모래알 같다’는 말뜻을 절감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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