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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의 색깔 있는 문화이야기

‘민중 정치’ 꿈꾼 이단아 마키아벨리

  • 박홍규 < 영남대 법대 교수 >

‘민중 정치’ 꿈꾼 이단아 마키아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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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키아벨리는 귀족과 민중의 ‘계급대립’을 직시했다. 군주는 힘의 균형을 표현하는 법을 만들어 민중의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늘날 마키아벨리는 권모술수의 대가, 파시즘의 악령으로 오해받고 있다. 그가 열망한 ‘참된 군주의 꿈’은 르네상스 시기의 도시국가에서 왜 좌절당할 수밖에 없었는가.
한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는 역사적으로 늘 갈등이 있어왔다. 그 세 나라를, 흔히 우리는 불교·유교권에 속한 동양이라 부르며 서양에 대응시키지만, 동·서양이라는 구분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든다. 지리적으로도 정확히 말하자면 ‘동양 3국’이란 곧 동북아시아다. 동양에는 그밖에도 많은 지역의 나라들이 포함돼 있다.

최근 유럽이 통합됐다. 꼭 그 수준은 아니어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특히 동북아시아에 통합이란 없다. 합치기는커녕 한반도는 분단국이다.

유럽 통합과 함께 15개국 역사가가 공동집필한 유럽사가 나왔다. 우리나라에는 ‘유럽 공동의 역사 교과서’란 식으로 소개되었는데, 여기서 ‘교과서’란 사실과 다른 선전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유의 유럽사는 이전에도 수없이 씌어졌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에서처럼 역사서술에 갈등이 일었던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것은 로렌제티의 벽화다. ‘조화를 이룬 하나의 유럽’이라는 주제 아래 이 벽화를 소개하면서 도시와 농촌의 균형, 공간을 조직하는 능력이 유럽의 특징임을 설명하고 있다. 지금은 그 특징들이 거대도시에 의해 위협당하고 있으나, 다른 많은 도전들을 극복했듯 이 또한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 도시는 유럽의 물질적 토대로서 큰 중요성을 갖는다.

이 책은 또한 ‘유럽 정신’이란, 그리스에서 비롯한 민주주의(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토대로 한)에서 출발해, 로마시대 법치주의와 입헌주의를 거쳐, 르네상스와 계몽주의에 의한 개인의 자유로 완성되었다고 본다. 그리스·로마 시대 이래 부(富)의 편중 문제가 발생했으나 중세 수도원은 이 문제를 극복했고, 그 성공을 바탕 삼아 19세기에는 세속수도원 창설을 통한 유토피아 건설을 추구했다. 새로운 시도는 실패로 끝났으나 대신 노동조합운동이 일어나 1945년 이후 사회보장제도에 의한 복지국가 건설로 귀결되었다. 이 책은 국민복지 실현이야말로 전세계에 발산하는 유럽의 매력이라 결론짓고 있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잘못된 시각


유럽 통합의 아버지로는 에라스무스를 비롯한 많은 르네상스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마키아벨리는 이들과 적대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스테판 츠바이크 같은 사람들의 견해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의 통일을 갈망했고, 그 실현을 위해 현실감각이 뛰어난 정치인이 되기를 희망한 인물이지 유럽 통합에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누구보다 강하게 ‘민중을 위한 정치’를 주장한 사람이었다.

한때 반공학자로 각광 받은 막스 베버는, 이제 프로테스탄티즘이 아닌 유교를 토대로 자본주의 발전을 설명하는 이론적 토대를 형성한 사람으로 원용되고 있다. 그가 ‘동아시아는 유교로 인해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은 간과한 채 말이다. 그러나 베버 자신은 마르크스주의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물질만으로 문화를 설명할 수 없다는 시각에서 정신의 측면을 보충한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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