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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양우공제회 미스터리

국정원은 초법기관인가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hoon@donga.com

양우공제회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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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주가 바뀌면 대체로 기업체의 이름도 바뀐다. 그러나 재개장한 파크밸리 운영사는 여전히 강원레저고, 삼양식품 자회사 시절 강원레저 대표를 하던 사람이 그대로 대표이사를 맡았다. 다만 이사진에는 약간 변동이 있었다. 국가정보원에서 비서실장과 ○○국장(1급)을 지낸 이모씨가 감사에 취임하고, 국가정보원 ○○지부장(1급)을 지낸 나모씨가 이사에 임명된 것이다.

2002년 3월 중순 몇몇 언론사에 국가정보원이 양우공제회란 유령단체를 내세워 골프장을 매입,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가장 먼저 취재에 나선 것은 ‘H일보’였다. ‘H일보’는 파크밸리는 물론이고 국가정보원 관계자를 만나 취재했으나 기사화하지는 않았다. 양우공제회는 국가정보원의 위장 명칭이 아니라, 국가정보원 현직 직원의 상조회로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또한 현직 공무원과 공무원 단체는 이권 사업에 관여할 수 없지만, 군인공제회나 교원공제회 같은 공무원 상조회가 이권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H일보’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기사화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한겨레’는 3월20일자에서 ‘국가정보원의 현직 직원 상조회인 양우공제회가 제3자를 내세워 500억원짜리 골프장을 인수해 경영하고 있다. 이는 국가정보원이 은밀하게 이권 사업에 손을 대왔음을 확인해주는 것이어서 충격적이다’라고 보도했다. 3월21일자 ‘중앙일보’는 좀더 노련하게 공격했다. ‘중앙일보’는 법적인 시비를 따질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한 듯 양우공제회가 골프장을 운영하는 것은 공무원의 품위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 언론은 ‘H일보’가 봉착했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불법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도덕성만 거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즉각 유인희 공보관을 통해 “국정원 직원 상조회인 양우공제회가 골프장을 매입한 것은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다. 양우공제회는 기금을 투자신탁이나 장기신탁에 투자해왔는데 IMF 사태 이후 원금을 손해보고 있어 골프장에 투자한 것이다”라고 반격했다. 국가정보원은 ㅇ법무법인으로부터 ‘양우공제회의 골프장 매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은 자료까지 제시했다. 두 신문이 퇴각하자, 양우공제회의 골프장 매입을 비판하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슬그머니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퇴각은 실수였다. 두 언론은 ‘하나는 보았으나 둘은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공격을 포기한 것이다. 비유해서 말하면 뱀 꼬리를 발견해놓고도 지렁이 꼬리라는 설명에 속아 고개를 돌려버렸다고 할까.



두 언론은 ‘국가정보원은 무슨 근거로 양우공제회를 만들었는가’란 근본적인 문제를 따졌어야 했다. 양우공제회는 국가공무원법 등을 지키며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추적했다면, 두 언론은 ‘국가정보원 개조’까지 거론될 수 있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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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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