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이 공동경영 그룹에 ‘결별’이라고까진 볼 수 없어도 ‘우호적인 분가(分家)’로 받아들일 만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LG그룹은 내년에 단일 지주회사를 출범시키겠다며 구씨와 허씨 가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다.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에 들어간 양상이다.
계열분리가 마무리되면 구씨 일가가 전자·통신·화학·금융부문 계열사를, 허씨 일가가 건설·유통·정유부문 계열사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에 허창수 LG전선 회장이 LG건설 회장으로, 허명수 LG전자 상무가 LG건설 상무로, 허태수 LG증권 상무가 LG홈쇼핑 상무로 자리를 옮기는 ‘인적 분리’가 이뤄진 바 있다. 허동수 LG칼텍스정유 회장도 LG에너지 회장을 겸해 정유부문에서의 입지가 강화됐다.
그룹측은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지주회사로 나아가기 위한 양가 대주주들의 지분정리 과정에 불과하다”며 “회사가 쪼개지는 게 아니라 두 집안이 함께 지주회사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급작스런 그룹 분할 가능성은 낮지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양가의 지분율에 따른 ‘교통정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이 작업이 끝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LG의 한 임원은 “두 집안의 계열분리가 이렇듯 시간을 갖고 잡음없이 소프트 랜딩(연착륙)한다는 것도 아무 기업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LG의 오늘을 일찌감치 예견했던 것일까. 생전에 연암은 자손들에게 이런 충고를 남겼다고 한다.
“한번 사귄 사람과는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진다면 적이 되지 말라.”
혜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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