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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시대 200% 즐기기

사소한 재미에서 즐거움 찾아라

  • 김정운 명지대 교수 cwkim@mju.ac.kr

주5일 근무시대 200%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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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프랑스월드컵 당시, 우리 선수들은 단 한번의 승리라도 얻기 위해 너무도 열심히 뛰었다. 그건 축구시합이 아니라 전투였다. 머리가 깨져 피가 나도 뛰었다. 경기종료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필사적이 되었다.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다 보니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는 선수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단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다.

2002년, 신이 나면 어퍼컷을 올려치는 히딩크라는 묘한 사람이 그때와 별 차이 없는 선수들을 데리고 월드컵 4강까지 올라섰다. 오직 정신력으로, 경기장에서 숨을 거두겠다는 각오로 뛰어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선수들에게 이 사나이는 기회 있을 때마다 당부했다. “축구를 즐겨라!”

월드컵이 끝날 즈음 한국인들이 히딩크에게 어렴풋이 배운 것은 축구는 재미있는 게임, 즉 놀이일 따름이며, 놀이는 즐기는 사람만이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에 목숨 걸기를 즐겨 하는 한국사람들이지만 공놀이에 목숨을 걸려고 한 것은 축구라는 ‘놀이’의 본질을 몰랐기 때문이다. 즐기는 사람만이 이길 수 있다.

놀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

산업혁명 이후 나타난 대다수 학문분과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생산하는 인간, 즉 호모 파베르(Homo Faber, 공작인)였다. 이 호모 파베르는 사실 재미나 즐거움과는 별로 관계없는 인간상이다. 이렇듯 노동과 여가의 이분법에 바탕을 둔 근대학문에서 여가란 노동의 부차적 산물에 불과할 뿐이었다.



즐거움이나 재미와 관련해 여가가 우리의 관심대상이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여가 개념이 ‘노동시간 이외의 남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 것 또한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다. 가내수공업과 농업에 기반한 사회에서 노동시간을 정해놓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한 일이었다. 밤낮, 계절 등 자연적 시간이나 가변적인 수요에 따라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산업혁명 이후엔 동일한 시간에 수많은 노동력이 투입되는 새로운 방식이 일반화됐다. 노동시간을 정해놓고 일하고, 그 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는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대량생산을 위한 집단적 노동력 투여가 전제가 되는 이런 산업사회에서 여가란 단지 ‘노동을 위한’ 시간이다. 즉 노동으로 지친 몸을 회복하는 시간으로나 존재했을 뿐 재미나 행복, 즐거움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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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명지대 교수 cwkim@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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