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모터스포츠는 ‘머니게임’이다. 선수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돈으로 시작하나, 실력을 인정받으면 레이싱팀으로 스카우트되고 개인 자격으로 후원을 받기도 한다. 드라이버는 팀에 들어가거나 스폰서가 생기면 숨통이 트인다고 할 수 있다. 인디고나 오일뱅크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레이싱 프로팀은 연간 운영비가 10억원 정도다.
예산은 레이싱팀 사정에 따라 다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레이싱팀은 넉넉한 편이지만 대부분의 중소 레이싱팀은 예산 문제로 허덕인다. 무한질주 카레이싱팀의 김상윤(44) 대표는 팀 운영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경비 조달을 든다. 부산본부 35명과 경기지부 15명으로 구성된 레이싱 식구들의 운영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와 몇몇 업체가 후원해주고 있지만 넉넉하지 않다. 그는 모자라는 비용은 선수들이 알아서 해결한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또 다른 레이싱팀 블라스트의 김용태(30) 단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연간 팀 운영비는 선수 호주머니에서 나옵니다. 다른 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작년의 경우 약 1억원의 경비가 지출되었습니다. 그중 4000만원 정도가 타이어 비용이었는데 그건 금호에서 직접 타이어로 받았습니다. 그밖에 5000만원 정도는 선수 주머니에서 나왔고 나머지 모자라는 돈은 운영비조로 스폰서에게 받았지만 실제 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저희 팀은 조금 나아졌어요. 금호타이어(레이싱용 타이어 지원)와 삼영이엔씨(주)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나머지 금액은 제 돈으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카레이서 미하엘 슈마허(페라리)는 일찌감치 올 시즌 8승을 거두며 2002 F1그랑프리 드라이버즈 챔피언을 확정지었다. 그는 2000∼2002년 드라이버즈 타이틀을 3년째 거머쥐고 있다. 그동안 그가 벌이들인 수입은 6000억원 이상. 최근 5년 평균으로는 매년 약 7000만달러(약 900억원)를 벌어들인 셈이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전세계 스타들의 소득을 조사해 발표하는 ‘톱 100인의 인사’ 리스트에 따르면 슈마허는 2001년 기준으로 5900만달러(약 767억원)를 벌어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수입이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다. 슈마허는 소속팀 페라리로부터 연봉 3500만달러(약 455억원)를 받는다. 이외에 자신의 이름을 딴 캐릭터상품 판매수입, 광고 출연료, 주식투자 등으로 연봉의 3배에 가까운 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의 수입은 ‘포브스’가 발표한 금액의 2배가 넘는 8000만달러(약 104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우리는 어떤가. 현재 우리나라 프로 드라이버는 10여 명 정도. 이중 F1800에서 뛰는 조항우 선수와 GT에서 시합하는 윤세진 선수 등이 A급으로 억대의 연봉을 받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 선수들이 6000만∼7000만원이며 나머지는 4000만원 정도를 벌어들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몸값에 그보다 비싼 자동차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니 모터스포츠에 들어가는 자금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모터스포츠 중 야구의 메이저리그에 해당하는 F1그랑프리에서 한 팀이 경주차 2대를 운영하는 데 연간 평균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가 든다. 자동차메이커로부터 엔진을 공급받으면 이중 3500만달러 정도는 절약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엄청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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