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겹눈으로 본 정치

한나라당 히든카드 ‘박근혜의 삭발’

  • 글: 정연욱 jyw11@donga.com

한나라당 히든카드 ‘박근혜의 삭발’

2/3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도 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은 요인이었다. 관련 업계에서 결과 예측이 비교적 정확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수난의 대상이 됐다.

발단은 공식 선거운동 돌입 직전에 성사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직후 여의도연구소가 실시한 조사 결과였다. 연구소측은 단일화 직후 노후보와 이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15% 정도로 벌어졌다고 보고했다. 당 지도부는 이 결과를 보고받고 경악했던 것.

당 지도부는 “다수의 우리 당 지지자가 여론조사에선 응답하지 않고 있어 결과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숨은 5%를 찾아라’란 얘기가 나돈 것도 이 무렵이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은 “유세를 다녀보면 분위기가 좋은데 왜 결과는 이렇게 나오느냐”며 연구소를 당내 패배주의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중앙당사 9층에 있는 여의도연구소의 철문이 굳게 닫히고, 조사 요원들에게 ‘함구령’이 떨어진 것도 이 무렵이었다.

여기엔 이후보의 개인적 불쾌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후보는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며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 핵심당직자는 “선거전 초반엔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결과가 이후보에게도 보고됐다”며 “그러나 연구소의 조사결과가 계속 비관적으로 나오자 중반부터 이 결과는 후보에게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당 지도부가 선거일 1∼2일 전에 별도의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이후보가 노후보를 근소한 표차로 앞서는 내용의 결과를 입수, 이후보를 안심시킨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이같은 복잡한 당내 기류 때문이었다.

뒤늦게 ‘극약처방’을 모색했던 비화도 하나둘씩 알려졌다. 이 가운데 대표적 사례가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삭발 이벤트.

선거일을 불과 3,4일 남겨둔 무렵, 서울시내 모처에서 지방 유세를 마치고 온 박의원과 이후보의 한 핵심측근이 만났다. 선거전 종반 평가와 함께 대응전략을 숙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측근이 “유세 분위기가 어떻습니까”라고 운을 떼자, 박의원은 “현장 분위기는 좋아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측근이 “사태는 비관적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일순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과정에서 박의원의 삭발 기자회견 아이디어가 나왔다. 박의원이 조국 근대화를 이끌었던 고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혈육이니만큼, 삭발을 통해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면 건전한 다수의 중간층이 결집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였다. 물론 다수의 여성 표를 모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박의원은 고심 끝에 난색을 표했다. 자칫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이날 논의는 박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이회창 향한 충성경쟁도 패인

이후보를 향한 지나친 ‘충성경쟁’도 화근이 됐다. 이후보는 이를 막기 위해 힘의 분산을 통한 ‘상호견제’의 조직 운영에 치중,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외면했다.

서울지역의 한 당직자는 “공룡은 자기 몸에 총알을 맞아도 사흘이 지나야 이를 알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누가 선거전략을 총괄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직이 굳어 있었다”고 자탄했다. 심지어 한 고위당직자는 실무자들을 상대로 “이후보와 가까운 나에게 줄을 서야 너희들도 나중에 대접받는다”고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등 충성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과잉 충성이 빚은 단적인 에피소드 하나.

선거전 중반 무렵 서울의 한 지구당에 중앙당으로부터 급한 연락이 떨어졌다. 이후보의 모 친인척이 지구당사를 방문한다는 요지였다. 겉으로는 단순한 일정 소개일 뿐이었으나, 이면엔 “그 분이 갈 테니 당원들을 많이 대기시켜놓아라”는 무언의 압력이 깔려 있었던 것.

이 지구당측은 “선거전에 정신이 없는데 당원들을 이런 일로 오라 가라 하면 되느냐”고 즉각 항의했다. 결국 이후보의 먼 친인척이 이 지구당에 잠시 들러 격려금을 전달하는 선에서 사태가 봉합됐다는 후문이다.

2/3
글: 정연욱 jyw11@donga.com
목록 닫기

한나라당 히든카드 ‘박근혜의 삭발’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