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 5년을 이끌어갈 노무현 경제팀. 분배와 공정, 균형 발전을 강조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 인수위 인선 배경부터 초대 경제각료 윤곽까지, 실전 앞둔 노무현 경제팀의 현황과 과제.
지난 1월14일 열린 인수위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방안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정태인 경제1분과위원(맨 왼쪽)
그러나 막상 이들의 명단이 공개되자 정·관·재계는 물론 관련 학계 및 시민단체에서조차 “의외”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물론 그 구체적 내용은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판이하다. 정·관계에서는 자기쪽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계는 ‘급진 인사’들로만 구성됐다 하여, 반대로 시민단체는 “만족할 만큼 개혁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불만을 토로했다.
의문도 제기됐다. ‘노무현의 경제 교사’로 알려진 일부 전문가들이 인수위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정권 출범 후 입각할 가능성이 높은 인사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화제였다. 실제로 시민단체의 한 영향력 있는 인사는 “그 중 노당선자가 중용할 이른바 ‘예비 경제각료’는 한 명도 없다”는 섣부른 단언을 하기도 했다. ‘숨어 있는 1인치’에 주목하라는 뜻이었다.
노당선자의 첫 번째 ‘경제 교사’로는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대표집행위원이 꼽힌다. 유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1995),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2002) 등 2권의 경제 관련 저서를 내기도 했다. 유대표는 2001년 8월부터 노 캠프 쪽 일을 도왔다.
이어 합류한 이가 경제평론가 정태인(현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씨다. 정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진보연구단체인 한국사회과학연구소(서사연)의 핵심 멤버로 일했다. KBS 제1라디오 ‘경제전망대’, MBC TV ‘미디어비평’ 등을 진행했다. 민족경제론의 창시자인 고 박현채 교수의 수제자로 불린다.
정위원은 2001년 11월, 서사연 후배로 당시 노 캠프 정책팀에서 일하던 배기찬 비서의 권유로 노당선자의 경제 교사역을 맡게 됐다. 유시민 대표와 막역한 사이라는 점이, 노당선자를 상대로 일관되고 효율적인 토론과 정책 조언을 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정위원은 지난해 10월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개혁신당에 뛰어들었다. 이후 노당선자의 방송토론 준비팀에 들어가면서 다시 측근 대열에 합류했다.
2002년 1월, 두 명의 경제전문가가 노 캠프의 ‘스터디그룹’에 추가 합류했다. 유종일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장하원 KDI 연구위원이다. 이들은 노당선자와 정기적으로 만나 경제현안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한편 공약 개발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유교수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 노트르담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동생이다. 장연구위원은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영국 셰필드대 교수를 지냈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의 동생이다.
노당선자는 캠프에 비교적 일찍 합류한 이 네 사람을 통해 또 다른 개혁·소장파 경제학자들과 조우할 수 있었다. 이들이 인재 풀을 넓히는 종자 역할을 한 것이다.
경선이 끝날 즈음 숙명여대 경제학과 윤원배(전 금감위 부위원장),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신봉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윤여진,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원유진 교수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윤원배 팀’이 떴다. 윤원배 교수는 DJ노믹스를 이끈 ‘중경회’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대선 직전 작성된 노후보 ‘정책자문단’ 명단에는 경제 쪽 인사로, 이들 외에 윤영민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현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의 이름이 올라 있다. 여기 민주당 내 ‘경제3인방’인 강봉균·김효석·정세균 의원이 가세해 ‘노무현 경제 브레인’의 기본 골격을 갖췄다.
대선 전 이미 노당선자의 경제 브레인 그룹은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었다. 출신교로 보면 서울대 경제학과가 압도적이고, 연령 대로는 40~50대가 대종을 이룬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공통점은 분배·균형발전·투명성을 중시하는 개혁적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이후 인수위에 합류한 인물들도 넓게 보아 이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밖으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브레인’은 누굴까.
유시민[개혁국민정당 대표집행위원],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노당선자의 적극적 지지자다. 노당선자 주변에 포진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학자들이 가장 믿고 따르는 스승이자 선배이기도 하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빼놓을 수 없다. 김 전 수석은 경제정책 수립과 관련한 페이퍼 워크에까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일 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의 역할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장하성 교수 또한 노당선자 주변 인사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다.
위에 언급한 인사 중 노당선자와 ‘심정적으로’ 가장 지근거리에 있는 인물로는 정운찬 총장, 유시민 대표, 정태인 위원이 꼽힌다. 세 사람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이 중 정운찬 총장은 유시민 대표, 정태인 위원은 물론 김종인 전 수석, 박세일·이정우·김대환 교수,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팀장(인수위 경제1분과위원) 등을 아우르는 노무현 경제사단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다. 유대표와 정위원은 노당선자에게서 특별한 희망을 발견하기 힘들던 시절부터 초지일관 그의 곁을 지키며 힘이 되어준 이들로, 노당선자의 남다른 신임을 받고 있다. 정위원은 정권 출범 후 청와대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윤원배 교수 등 ‘중경회’ 팀이나 민주당 경제3인방은 밖으로 알려진 만큼의 영향력은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 기여도가 높지 않았던 데다, 노당선자와 정책적 지향이 일치하지도 않으며, 결정적으로 전 정권의 ‘실패한’ 관료 출신이기 때문이다. 새 정권에서 이들이 중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인수위 경제팀 인선 막전막후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2002년 12월20일. 노당선자는 공약 개발, 선거 운동 등에 큰 기여를 한 핵심 참모 여섯 명을 불러 당선의 기쁨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노당선자는 “인수위에도 여러분 같은 이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참석자 중 경제 관련 인사는 정태인·유종일·장하원 씨 등 3명이었다. 유시민 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그러나 이들 중, 그로부터 7일 뒤 발표된 인수위 경제분과 위원 명단에 포함된 이는 정태인 위원 한 명뿐이었다. 이를 두고 노 캠프 주변에선 “어떻게 된 일이냐” 혹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는 등의 엇갈린 관측이 쏟아져 나왔다.
12월20일 자리를 함께한 경제인사 중, 애초 인수위 불참이 확실시됐던 건 유대표와 정태인 위원이었다. 각각 정당 대표와 방송인이라는 ‘본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빠지려던 사람은 들어가고 들어가려던 이는 제외됐다. 이로 인해 당선자 측근인 이른바 ‘386 참모’, 민주당, 자문인사 등 3자 간에 불협화음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인수위의 한 인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유교수와 장연구위원이 많은 일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밖으로 알려진 것처럼 절대적인 역할은 아니었다. 오히려 의욕 과잉으로 당료와 386 참모들의 견제를 받았다. ‘방송 복귀’를 희망한 정태인 위원을 궂이 끼워 넣은 것도 유종일·장하원 두 사람이 인수위에 포함될 경우를 우려한 386 참모들의 견제책이었다.”
또 한 인사는 “현재 인수위 경제분과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순수하고 정치적 야망이 없다는 것”이라며 “유교수의 경우 YS정권의 밑그림을짰던 ‘동숭동팀’같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막강한 브레인팀 구성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혀 다른 의견도 있다. “달리 맡길 역할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유·장의 강하고 원리원칙적인 캐릭터가 지금 당장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전에는 재계와의 정면 충돌을 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노당선자의 상황이다. 진짜 개혁은 총선 후에나 시작될 것이다. 능력이 있는 만큼 때가 되면 중용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아울러 “정치색으로 말한다면 유교수나 장연구위원은 오히려 너무 시류를 탈 줄 몰라 걱정인 사람들이다. 정치적으로 능수능란하다면 지금과 같은 구설에 오르겠느냐”며 옹호하는 분위기도 있다.
“능란한 싸움꾼이 없다”
‘2004년 개혁론’은 현재 인수위 경제분과의 성향과 역할을 분석하는 데도 얼마간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요즘 재벌그룹을 비롯한 경제인 단체와 일부 언론에서는 “인수위 경제팀이 급진적이라 불안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경제분과 위원 전부가 시장경제를 철저히 옹호하는 인사들”이라며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오히려 너무 약해 걱정”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에 몸담고 있는 한 경제학자는 “모두 개혁 진영 학자들인 것은 맞지만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하다. 또 한두 명을 제외하면 주류 경제학자라 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일부 언론에서 소속 학자들의 이전 기고문 등을 짜깁기해 ‘위험한 원칙주의자들’이라는 식의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사실상 인수위의 개혁 노선은 학자나 관료들 사이에선 이미 어느 정도 이론적 합의가 이루어진 사항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당’이 승리하기 전에는 어차피 법제 개편을 통한 개혁 드라이브가 불가능하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현재의 법과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개혁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볼 때 지금의 인수위 경제팀 구성은 오히려 너무 힘이 약해 보인다. 재벌도 불안하겠지만 우리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노당선자의 개혁성에 드라이브를 걸어줄 만한 ‘파워맨’이나 ‘싸움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언론 플레이 미숙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 당선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시민단체 측이 말하는 ‘파워맨’이란 인수위 경제팀의 비전과 정책 방향을 노무현 정권 출범 후에도 힘있게 밀고 갈, 쉽게 말해 청와대나 내각의 요직에 진출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번 인수위의 성격 자체가 DJ 정권 때와는 전혀 다름을 간과한 지적일 수 있다. 노당선자는 이미 “인수위에는 개혁적 인사들을 포진시켜 정책 자문과 조언 역할을 맡기고 내각은 국정경험이 풍부한 인사들로 구성해 안정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인수위팀 인사 중 의외의 인물이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관료나 재계나 인수위원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때가 되면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의미 심장한 발언을 했다.
시민단체 측이 지적하는 ‘싸움꾼 부재’ 문제는 인수위 쪽에서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문제다. ‘참여연대’에서 활동중인 한 시민운동가의 말을 들어 보자.
“지금 같은 경제구조에서 개혁을 단행하려면 거시와 미시를 모두 알아야 한다. 과거처럼 거시만 알아서는 재벌과 관료사회의 이데올로그들과 맞붙어 승리하기 힘들다. 경제1분과 이정우 간사나 이동걸 위원은 미시에 밝은 분들이다. 2분과 박준경 위원도 믿을 만 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디테일에 상당히 약해 보인다.”
경제학계의 또 다른 인사는 인수위 구성에 대해 더욱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지금의 인수위 경제팀 구성은 노당선자의 (2004년 총선을 염두에 둔) 현실인식이 강하게 반영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진보’의 대표성을 찾을 수 없는, 팀워크나 결속을 기대하기 힘든 구성이다. 벌써 각개약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나. 선거 과정에서 노당선자에게 일관된 개혁성을 심어준 인사들을 그대로 끌고 갔어야 했다. 당과 재계 눈치를 너무 본 것 같다. 그 외에 여러 ‘자기 스타일의 개혁 인사’를 배제해버린 것도 문제다. 솔직히 인수위에 정치적 드라이브를 걸지 않겠다고 한 것이 잘한 결정인지 모르겠다.”
“재벌, 자발적 협조 있을 것”
결국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노무현 경제 브레인의 현재적 대표로서 인수위 경제팀이 완수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둘째, 새 정부 경제팀의 진용을 어떻게 짤 것인가.
첫째, 인수위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다. ‘정책은 이미 나와 있다. 문제는 일관성과 내용 채우기’라는 것이다. 인수위 측 인사도 “선거 당시 공약으로 제시된 여러 정책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이나 국가균형발전 같은 주제들은 말로만 하면 그저 ‘환상’일 뿐이다. 언론에는 마치 재벌 개혁이란 주제에만 매달리는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우리의 관심사는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미래지향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당선자 측근은 “행정수도 이전이니, 지역개발이니, 동북아중심국이니, 남북평화체제구축이니 하는 것들은 다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그 중 하나라도 성과 없이 끝나는 날에는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제들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명확한 비전 제시와 체계적이고 강력한 산업정책이 필수다. 재벌 개혁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동북아경제중심국 건설’ 및 ‘국가균형 발전’과 재벌 개혁 간의 상관성이다. 먼저 한 인수위 관계자의 말이다.
김정태[국민은행장],강석진[전 GE코리아 회장]
그는 그룹사들의 자발적 참여를 낙관한다고 했다. 특별히 ‘배분’하거나 압력을 가하지 않더라도 그룹 간 적당한 조율이 이루어지리라는 전망이었다.
이에 대해 모 그룹 임원은 “취지는 훌륭하나 혹 ‘알아서 기게 하겠다’는 뜻은 아닌지 우려된다. 부유세 신설이나 혹은 그에 버금가는 일련의 소득분배·복지 정책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은 뒤, 그를 기반 삼아 기업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려는 것은 아닌가”라고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노당선자 측이 재벌 개혁을 일종의 ‘위협용 채찍’으로 ‘활용’만 하려 한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으로 보인다. 재벌 개혁에 대한 노당선자의 의지는 언론 개혁에 대한 그것만큼이나 확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하성 영입이 개혁 바로미터?
그렇다면 사실상 법제 손질이 불가능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재벌 개혁 및 분배 균형이라는 양대 경제 개혁 과제를 흔들림없이 수행하기 위한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 역시 ‘인사가 만사(萬事)’다.
그렇다면 ‘경제 빅3+1(경제부총리·청와대 정책기획수석·금융감독위원장+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에는 누가 있을까.
요즘 정·재계에 자주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인물은 정운찬 총장, 김종인 전 수석, 박세일 교수, 장하성 교수, 이동걸 위원 등이다. 정운찬 총장의 경우 많은 후배와 제자들이 “총장 자리를 내놓더라도 새 정권에서 큰 뜻을 펴야 한다”며 끈질기게 설득하고 있다. 김종인 전 수석은 전 정권의 관료 출신임에도 “재벌과 관료에 냉정한 시선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정운찬 총장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관심을 끄는 인사는 장하성 교수다. 장교수 영입 여부가 노무현 정권 초기, 경제개혁 성공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장교수가 현재는 노당선자 측의 입각 제의를 완강히 거절하고 있으나, 만족할 만한 ‘팀’이 꾸려질 경우에는 동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장교수는 평소 “개혁을 추진하려면 경제 관료들이 팀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상태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견해를 표명해왔다.
그렇더라도 초대 내각에 합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장교수 스스로 기회가 될 때마다 “‘참여연대’의 다른 인사들이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적극 찬성하나, 나와 박원순 변호사는 움직일 수 없고 움직여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측 일부 인사가 “입각으로 인한 부담은 우리가 질테니 전향적으로 고려해 보라”는 뜻을 전달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상황이 이러니 만큼 평소 품은 바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다면 끝까지 물리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노당선자 측의 계산이요 바람이다.
한편 경제 각료 인선과 관련 인수위 일각에서는 “경제부총리 정운찬, 정책기획수석 장하성, 금감위원장 이동걸이 최선”이라는 하마평이 나돌고 있다. 이른바 ‘환상의 트로이카’다. 그러나 정운찬 총장의 현 위치나 장하성 교수의 정세판단을 생각할 때 실현 가능성은 역시 낮다.
경제팀 인선과 관련 또 하나의 소문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의외의 인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리라는 것이다. 김정태 국민은행장과 강석진 전 GE코리아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노당선자가 개인적 호감을 갖고 있는 인물로, 재계와 해외 투자자를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비장의 카드라는 것이 인수위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현재로서 노무현 경제 브레인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얇은 인재 풀이라 할 수 있다. 소수의 인사들이 ‘동아리’를 연상케하는 연대의식으로 뭉쳐 있어, 팀워크는 훌륭하나 정책 실행력과 행정 장악력에 있어서는 기업과 국민, 해외 투자자를 두루 만족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같은 곳’을 지향하는 폐쇄적 인맥에서 벗어나 널리 인재를 구하는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야말로 노무현 정권의 경제 개혁 성공을 위해 지금 꼭 필요한 포석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