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표정훈의 書海 유람

자녀와 함께 읽으면 기쁨 두배!

  • 글: 표정훈 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자녀와 함께 읽으면 기쁨 두배!

2/2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정신, 창의적 일에 매진하는 창조적 열정, 자기 나름의 철학과 원칙을 지키는 일관된 태도.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이노 겐지가 보여주는 범상치 않은 미덕들이다. 그는 디지털시대 첨단 정보기술(IT)의 총아이면서도 단순한 엔지니어라기보다는 창조적 예술가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에 빠져 지내는 청소년이라면 이 책에서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역할 모델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 빠진 자녀를 이해 못하는 부모라면 이 책에서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엿볼 수도 있다.

가족간 단절된 대화를 이어라!

한편 부모와 자녀, 특히 아버지와 자녀 사이에 대화가 단절됐다는 위기론이 팽배해 있다. 대다수 아버지들이 자녀에게 다가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단순한 일상사 차원의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사회와 역사에 대해, 심지어 정치에 대해서도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자식은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그런 고민에 빠진 부모에게 희소식이 될 만한 책이 있다. 독일의 자유기고가이자 방송작가 우르줄라 하우케가 쓴 ‘아빠, 찰리가 그러는데요’(해나무)란 책이다. 독일 라디오방송에서 3년간 인기리에 방송된 방송극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호기심 많은 여덟 살 아들과 국세청 공무원으로 일하는 중산층 아버지가 나누는 35편의 대화로 이뤄져 있다.

사회의식이 깨어있는 가정에서 사는 찰리를 친구로 둔 호기심 많은 아들은 아버지에게 자꾸만 곤란한 질문을 던진다. 빈부격차, 남녀평등, 노인문제, 환경문제, 이웃 사이의 배려, 민주주의 등 다양한 주제의 간단치 않은 질문들이다. 중산층의 허위의식에 젖어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고 사는 아버지에게 ‘아빠, 찰리가 그러는데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질문은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여덟 살짜리 아이가 주인공이지만 대화 주제를 감안할 때 이 책은 결코 아동도서가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벌이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사고의 다양성을 키울 수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름의 시각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신체적으로 빨리 성숙하고 정신적으로도 예전에 비해 너무도 빨리 세상 물정을 알아버린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도 하지만, 풍족하고 편리해진 세상 때문인지 요즘 청소년들에게선 성장에 따르는 아픔이나 고민을 찾기 힘들다. 물론 그들 나름의 아픔과 고민이 있겠지만 그것의 질감이 예전에 비해 얕아진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접기 힘들다. 직접 겪는 아픔은 아니더라도 이른바 성장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성장의 아픔을 체험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성장소설 통해 추체험하는 ‘성장통’

성장소설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인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동녘)가 최근 완역, 출간됐다. 이미 오래 전 번역, 소개된 책이고 번역본도 여러 종 나와 있지만, 이번에 나온 책은 번역상 오류를 바로잡고 빠져 있던 부분도 모두 번역했다. 주인공 소년 제제는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뽀르뚜가 아저씨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지독한 통과의례를 경험한다. 그러나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라임오렌지 나무가 처음 꽃을 피우던 날 제제는 자신의 환상세계, 곧 유년시절과 작별을 고한다. 성장소설의 백미로도 일컬어지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다분히 철학적이라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동화에 가깝다.

지금까지 거론한 네 권의 책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부모와 청소년 자녀가 함께 읽을 수 있으며, 또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책들이란 점이다. 모든 게 불확실하고 불안하기만 한 인생의 한 시기에 부모로부터 뜻밖에 건네받은 책 한 권의 의미는 자녀로서도, 건네는 부모로서도 각별할 것이다. 물론 부모 자식간에 책을 주고받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려면 부모가 평소에 노력해야 할 일이 있다. 다름 아니라 책 읽는 부모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황금가지)가 낙양의 지가를 올리기도 했지만,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의 대비가 반드시 재테크의 성공 여부만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부모 노릇 제대로 한다는 증거가 자녀의 호의호식에만 있는 걸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른바 지식정보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부자 아빠=책 읽는 아빠, 가난한 아빠=책 읽지 않는 아빠’라는 대비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식정보가 부가가치의 원천이 되는 사회일수록, 지식자산의 질적·양적 수준을 끊임없이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재테크와도 연결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신동아 2003년 2월호

2/2
글: 표정훈 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목록 닫기

자녀와 함께 읽으면 기쁨 두배!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