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 2002년 12월29일자 ‘아시아의 분열이 한반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부시 대통령에게는 간단하게 보였던 북핵 문제가 꼬이면서 한반도가 미 언론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월28일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 3국으로 지목하면서 이 같은 국가들이 “위험을 초래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지 않겠다”고 선언, 선제공격의 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미 육사인 웨스트포인트를 방문,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독재자들이 미사일에 이런 무기를 탑재하거나 무기를 테러리스트 동맹국들에 판매할 때에는 단순히 봉쇄정책만으로는 저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선제공격 독트린을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불량 정권’들에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한 것이다.
정부와 언론의 시소 타기
그렇다면 그 대상으로 누구를 지목한 것일까. ‘워싱턴포스트’의 마이클 돕스(Michael Dobbs) 기자는 “누가 봐도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지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고 말했다(2003년 1월6일자 ‘부시의 선제공격론은 약한 국가만 겨냥하고 있다는 걸 북한이 입증하고 있다’). 북한은 이라크보다 훨씬 나은 미사일과 핵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에 이 기술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정밀유도장치로 폭탄 한 방만 떨어뜨리면 끝낼 수 있는 일을 주저하고 있는 사이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서두르면서 긴장과 갈등을 극대화하고 있다. ‘칠 테면 쳐 보라’는 북한의 도전에 부시 행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그러자 미 언론들이 들고일어나면서 북핵 문제가 미 언론의 전면에 부상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 국가에 포함시켰을 때에는 북한이 최근 들어 테러에 관련된 적이 없다면서 그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란과 이라크 두 나라가 이슬람권임을 감안, 이슬람권만 표적으로 삼는다는 비난을 의식해 북한을 일부러 끼워넣은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부시 행정부는 북핵 위협을 평가절하하고 언론들은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 마치 정부와 언론이 시소 타기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 언론의 초점은 북핵 위협 자체보다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다. 전 CBS방송 기자인 버나드 골드버그 씨는 지난해 발간한 저서 ‘편견(Bias)’에서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리버럴한 가치에 경도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리버럴한 언론들이 보수적인 공화당 행정부를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저널’은 부시 행정부를 전폭 지원하면서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를 주장하다가 지금은 대화로 문제를 풀 것을 촉구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미 언론들의 논조가 뒤바뀐다.
여기에다 한국에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압사 사고와 관련해 반미 감정이 고조된 것과 그에 영향 받은 대통령선거 결과는 미 언론의 관심을 더욱 촉발시켰다. 한국 내 반미 분위기를 전하는 논조도 미 언론의 성향에 따라 갈라졌다. 이 때문에 한반도에 관한 미 언론 보도는 보도하는 기관과 배경에 따라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균형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