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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노무현 개혁팀’은 파워게임 중?

386보좌진·자문교수단·민주당 실세그룹

  • 글: 이형삼 hans@donga.com

지금 ‘노무현 개혁팀’은 파워게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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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각 편대’가 이끄는 ‘노무현 개혁팀’ 일각에서 마찰음이 들려온다. 보다 높은 차원의 개혁을 이루기 위한 생산적 갈등인가, 승자의 오만이 자초한 분파적 균열인가.
지금 ‘노무현 개혁팀’은 파워게임 중?
즉위를 앞둔 새 천자(天子) 곁엔 숱한 ‘청룡·백호’들이 시립해 위용을 자랑한다. 취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주변에서도 내로라하는 좌청룡·우백호들이 본인들의 뜻과 무관하게 화제에 오르내린다.

‘좌희정·우광재’는 이미 일반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10년 넘게 노당선자를 보좌해온 안희정(安熙正·38) 당선자 비서실 정무팀장, 이광재(李光宰·38) 당선자 비서실 기획팀장을 일컫는다. 최근엔 ‘좌진표·우봉흠’ 커플도 거론된다. 김진표(金振杓·56)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과 박봉흠(朴奉欽·55) 기획예산처 차관이 그 주인공인데, 노당선자가 ‘내가 만나본 가장 유능한 관료 두 사람’으로 평가했다고 해서 주목받고 있다.

시점을 노당선자의 선거준비 기간으로 가져간다면 ‘좌정배·우종일’이라는 인물 조합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천정배(千正培·49) 민주당 의원과 유종일(柳鍾一·45)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그들이다. 천의원은 정치분야에서, 유교수는 경제분야에서 노당선자의 핵심적인 ‘개혁참모’ 노릇을 하며 선거전략을 짜냈다. 두 사람은 ‘노무현의 탈레반’으로 불릴 만큼 개혁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선거가 끝난 후 천의원은 민주당 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집권당의 정치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에 중용되어 경제개혁 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기대됐던 유교수는 인수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지금까지는 노당선자로부터 아무런 공식 임무도 부여받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이상하게 볼 것이 없다. 선거를 도운 학자라고 반드시 인수위에 들어가야 한다는 법도 없거니와, 활동기간이 한 달 남짓밖에 안 되는 인수위가 아니더라도 새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정책 개발 과정에 참여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교수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잡음이 새나오면서 좀 다른 각도의 독법(讀法)이 설득력을 얻었다. ‘노무현 개혁팀’ 내부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읽힐 소지가 다분했던 것이다.

개혁성과 인간성 사이

유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노트르담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일본 리츠메이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1997년 KDI로 자리를 옮겼다. 유종근(柳鍾根·59) 전 전북지사, 유종성(柳鍾星·47) 전 경실련 사무총장의 동생이다.

그는 2001년 초 ‘경제 가정교사’ 격으로 노당선자와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 노당선자가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서자 노후보의 공식 브레인인 자문교수단과는 별도로 ‘노연(盧硏·노무현과 함께하는 연구자 그룹)’을 만들어 정책 개발과 공약 수립을 이끈 것은 물론, 각종 연설과 TV 토론까지 챙겼다.

경제분야의 장하원·임원혁 KDI 연구위원, 이동걸 금융연구원 은행팀장, 복지분야의 문진영 서강대 교수, 외교·안보분야의 서동만 상지대 교수, 정보통신분야의 윤영민 한양대 교수, 보건·의료분야의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 등 개혁성향이 강한 10여 명의 학자들이 ‘노연’에 참여했다.

유교수는 총괄기능을 맡았기 때문에 전공인 경제뿐 아니라 정치, 노동, 외교, 통일 등 전분야에 걸쳐 노후보의 정책 자문에 응했다. 노후보가 내놓은 공약 가운데 상당수가 직·간접적으로 유교수의 손을 거쳤다. 그는 노후보와 맞담배를 피우며 토론을 벌일 만큼 허물없이 지냈다고 한다. 유교수가 노후보에게 수시로 개혁안을 올리는 데 대해 민주당 관계자들이 “리포트는 공식 라인을 통해 받으라”며 불만스러워하자 노후보는 “그 사람은 내 경제특보나 마찬가지니 잘들 조율하라”고 유교수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는 것.

그 정도로 노당선자와 가까웠던 유교수가 인수위에 기용되지 않자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종일, 장하원 등 대표적인 개혁론자들이 인수위에서 빠진 것은 노당선자의 개혁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다”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노당선자의 이른바 ‘386세대 보좌진’ 중의 한 측근은 사석에서 “임채정 인수위원장이 유교수를 인수위원으로 추천했으나 노당선자가 반대했다”며 “과격하고 독단적인 언행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신망을 잃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자신에게 KDI 정책대학원장을 시켜주지 않는다고 강봉균 당시 KDI 원장(현 민주당 의원)을 비난하고 다니는 등 행실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

이와 관련, 유교수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으나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자신이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듯했다.

그러나 유교수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유교수가 개혁성향이 너무 선명한 탓에 본의 아니게 주위에 적을 많이 만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어중간한 절충을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다. 토론할 때도 다른 사람의 의견이 틀렸다 싶으면 민망하리만큼 잘근잘근 반박한다. 무슨 사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 논리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한국의 토론문화는 이런 태도를 탐탁케 여기지 않는다.”

그는 유교수와 강봉균 전원장과의 갈등에 대해서도 좀 다른 얘기를 했다. 유교수가 강 전원장의 관료적 학사운영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마찰을 빚었고, 대학원장 인사위원회 표결에서 유교수가 1위 득표를 했는데도 강 전원장이 2위 득표자를 대학원장에 임명하자 유교수가 요로에 그 부당성을 알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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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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