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포커스

지금 ‘노무현 개혁팀’은 파워게임 중?

386보좌진·자문교수단·민주당 실세그룹

  • 글: 이형삼 hans@donga.com

지금 ‘노무현 개혁팀’은 파워게임 중?

2/3
‘노무현 개혁팀’은 크게 세 축(軸)으로 나뉜다. 측근 참모와 비서들을 중심으로 한 386세대 보좌진 그룹, 정책자문을 맡은 학자 그룹, 그리고 민주당 실세 그룹이 그것이다.

그런데 유종일 교수의 사례에서 보듯 최근 이들 세 그룹이 균열의 조짐을 보인다는 시각이 있다. 그 동안은 선거 승리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달려오느라 다소 갈등이 있어도 다툴 여유가 없었지만, 목표를 달성한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 해도 그간 서로 속으로만 쌓아온 감정의 앙금이 조금씩 표출되면서 ‘3각 편대’의 파워게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는 것.

갈등의 싹은 우선 개혁 노선의 차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유종일 교수 같은 학자 그룹과 민주당 개혁파 인사들은 대개 강력한 개혁 노선을 견지했다. 이들은 선거전략에서도 노무현 후보의 정체성 차별화를 강조하며 ‘탈(脫) DJ’ ‘탈 민주당’의 기치를 내걸었다. DJ와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적 청산도 주장했다.

지난해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승리한 후 후보수락 연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자 그룹은 노후보 차별화를 겨냥해 민주당의 자기 반성과 환골탈태를 다짐하는 내용을 집어넣자고 주장했지만, 노후보는 “내가 민주당에 무슨 기반을 갖고 있다고 그렇게까지 나가겠느냐”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학자 그룹은 “지금 숙이고 들어가면 저 사람들이 더 얕잡아 본다. 후보로 선출된 지금 강하게 나가야 당을 장악할 수 있다”고 재차 조언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때문이었을까. 불과 몇 달 후 민주당에선 ‘후보 흔들기’사태가 불거졌다.

지난해 3월24일 강원도 경선을 앞뒀을 때는 이미 ‘노풍(盧風)’이 폭발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런 흐름을 간파한 현지 정보기관 관계자가 노후보측에 “이쪽 여론도 많이 변했으니 강원도라고 대북정책 등에서 지레 움츠러들지 말고 소신대로 밀어붙여라”고 조언할 정도였다. 그러나 당측 인사들의 만류로 결국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고 말았다.



선거전에 돌입한 후에는 선대위 안에서조차 전술에 차이가 있었다. 천정배 의원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갈등이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노선 차이는 분명히 있었다. 민주당의 고정표를 지키는 전술로 갈 것인가, 아니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보다는 새로운 표밭, 예컨대 영남지역을 적극 공략하는 전술을 택할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나는 후자의 입장이었다. 인구가 많은 영남에서 상대 후보에게 몰표가 쏟아지면 다른 곳에서 웬만큼 표를 얻어도 이길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기존 지지층을 결속시켜 고정표부터 다져야 다른 지역의 표도 따라온다고 주장한 사람도 많았다.”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까지 노후보가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자 신기남 당시 민주당 정치개혁추진위 본부장은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노후보를 내놓고 다그쳤다.

“국민은 노후보가 구시대와 확실하게 차별화해줄 것을 바란다. 국민경선에서 노후보가 받은 열화와 같은 지지는 구질서를 용서 없이 비판하고 고치겠다는 자세를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노후보가 그걸 못했다. 당 단합은 안 되고, 약점 잡으려는 사람들 눈치도 봐야 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고…. 하지만 포용하려고 하면 할수록 노후보의 이미지와 인기도는 떨어졌다. 노후보는 이쪽 저쪽 도움을 다 받으려고 중간에서 망설이는 형국이다. 지금은 자기의 분명한 길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다.”

인수위에서도 마찰

노선 차이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놓고 인수위에서도 마찰을 빚고 있다. 개혁 성향의 학자 출신 인수위원들은 공정위에 대한 사법경찰권 부여, 상호출자금지제의 전체 기업으로 확대, 상속·증여 완전포괄주의 도입 등 노당선자의 대선 공약을 고수하며 원칙론을 펴는 데 반해 정치권과 관료 출신 위원들은 “현실을 감안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선 과정에서도 학자 그룹과 정치인 그룹은 서로에게 향하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정치인들은 학자들이 이상에 치우쳐 비현실적인 개혁방안을 양산하고 있다고 봤고, 학자들은 정치인들을 딴지만 걸어대는 비생산적 집단이라 여겼다.

2/3
글: 이형삼 hans@donga.com
목록 닫기

지금 ‘노무현 개혁팀’은 파워게임 중?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